죽음의 론도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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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이 맞았소. 과거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6월 1일은 우리 모두를 파멸시킬 거요. 잘 지내시오!]

의미 모를 문자메시지를 남긴 연방 범죄수사국 동료의 자살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동료들의 자살과 그들의 가족이 죽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자비네 네메즈는 이에 의심을 품고 사건에 뛰어든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현재 정직 처분을 받고 쉬고 있는 천재 프로파일러 마르틴 S. 슈나이더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오히려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경고만 받고 그의 도움은 받지 못한 채 연방 범죄수사국 동료 티나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던 중 돌연 자비네가 사라지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던 슈나이더는 마침내 사건에 뛰어든다!


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전작들을 읽지 않았음에도 문제없이 읽을 수 있었고 주인공인 슈나이더와 자비네, 그 외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라 그들의 이전 이야기와 유대감이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인지 절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슈나이더 시리즈의 시작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부터 읽어볼 생각이다.

6월 1일에 발생한 고속도로 역주행 사건을 시작으로 43년 전, 30년 전, 20년 전, 2년 전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까지 긴 스토리임에도 탄탄하고 가독성, 몰입도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제일 맘에 드는 건 수동적이고 무능력한 여성 캐릭터들도 없었다는 점이다👍 일부 장르 소설에선 남성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고자 무능력한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선 자비네의 능력과 활약이 돋보였고 능력 있는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 등장하여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불쾌한 언행을 하면 칼같이 쳐내는 슈나이더의 성격 또한 좋았다. 자비네와 슈나이더 둘의 콤비 플레이는 보는 내내 환상적이었고 둘의 믿음을 엿볼 수 있어 흐뭇했다.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다 매력적이었고 슈나이더와 자비네도 물론 좋지만 나는 티나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티나와 자비네의 콤비 플레이도 슈나이더와 자비네 콤비 못지않게 매력적이었고 둘의 콤비 플레이가 또 보고 싶어진다.

작가 안드레아스 그루버는 많은 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이고 이 책은 오스트리아, 독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해서 나도 모르게 시작 전부터 기대했으나 한편으로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 혹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장르소설 특성상 어느 정도 두께가 있어서 늘어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늘어지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어 긴장감을 놓지 않고 끝까지 재밌게 읽었다. 책 소개만 읽고 흥미로워서 읽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개인적으로 북로드에서 출간된 장르 소설들은 다 재밌게 읽었다. 믿고 보는 출판사에 북로드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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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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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님의 19편의 짧은 소설들과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병주 님의 따뜻한 느낌의 삽화들로 구성된 책으로, 요즘 집중력이 떨어진 나로서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규카스를 먹을래와 춤을 추며 말없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본 희소한 영 자매의 이야기, 규카스를 먹을래가 내가 경험한 것과 매우 비슷하기에 관심이 갔고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연락하고 함께 만나지만 사실 비슷한 점은 별로 없으며 학창시절과는 달리 각자의 생활로 점점 서로의 공감대가 사라져 가는 문제와 예전과는 달리할 말이 줄어들고 대화가 끊기지만 그것을 티 내지 않으려는 복잡 미묘한 친구 관계. 이러한 관계를 이어가다 세 명이서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상황과 감정도 내가 경험한 것과 똑같았다. 결말은 내 경험과 달랐지만 결말만 제외하면 어떻게 내가 경험한 것과 이렇게나 똑같은지 정말 놀라웠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해본 걸까.


19편의 모든 소설에 감정이입한 건 아니지만 내가 겪은 경험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이 있으면 정말이지 무섭도록 빠져들었고 그러한 단편들이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사사로운 기억을 사사롭지 않게 기록해두는 (작가의 말)' 작가님의 실력에 새삼 놀랐다. 짧은 소설들로 이렇게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하다니... 역시나 김금희 작가님의 문장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았다. 괜히 김금희 작가님의 팬이 많은 게 아니라는 걸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득문득 하는 생각,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견디고 있어야 이 도시라는 일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남은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 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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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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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하는 자극적인 소재와 책 제목에 끌려 읽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연금제도의 붕괴와 국가 재정이 위태로워지는 등 많은 문제들을 노인들의 죽음으로 해결해보겠다(?)는 다소 극단적인 소재지만 이미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이며 지금 젊은 사람들은 월급에서 국민연금이 떼이지만 정작 자신이 늙을 때는 받을 연금조차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기에 마냥 소설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책 제목만 봐서는 세상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노인들은 죽인다는 자극적인 내용의 책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가정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적이라 금세 읽었다.

정신은 멀쩡하지만 움직이지는 못하는 시어머니의 병 수발을 드는 55세의 도요코와 시어머니 기쿠노, 남편 시즈오, 딸 모모카, 동생 마사키까지 이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70세 사망 법안을 제외하면 이 가족의 상황과 이야기는 특수하지 않고 오히려 매우 평범하면서 현실적이다. 특히나 도요코의 희생을 볼 때엔 울화가 치밀면서도 병 수발을 드는 며느리의 평범한 일상이라는 점을 떠올렸을 땐 매우 안타까웠다. 남편 시즈오의 무책임한 세계여행은 정말이지... 남편의 친구 후지타라도 정상이니까 참고 봤지 후지타까지 시즈오 같은 몹쓸 놈이었으면 화나서 책 던지고 중도 하차했을 것이다.

소설이니까 소설 같은 결말이지 현실은 다를 것이다. 내 경우만 봐도 엄마가 입원했을 때 한 달간 한 병 수발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 중 하나다. 도요코의 시어머니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점점 짜증이 늘어서 나에게 화풀이 하는 엄마의 병 수발과 그로 인해 같이 나도 짜증이 늘고 엄마와 자주 싸우던 그 시절은 아직도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나는 피섞인 가족이라 어쩔 수 없이 참고 지냈지만 따지고 보면 도요코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인데 정작 피 섞인 남편과 시누이는 나 몰라라 외면하는 모습과 시어머니의 태도까지...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 책을 읽었을 때의 그 감정을 이 책에서도 느꼈다. 읽을 때 화나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70세에 안락사 시켜준다고 하면 나는 어떤 반응일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하다.

"어머니가 부르는데." 남편이 당연한 일인 듯 말한다. 병 수발은 아내 역할이라는 데 일말의 의심이 없다.

"모모카 씨, 지금 하는 말이 회사 다니는 남편과 전업주부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 안 들어? 조금 전에 내가 말한 ‘누나‘와 ‘동생‘ 부분을 ‘남편‘과 ‘아내‘로 바꿔 놓으면 어떨까? 남편은 밖에서 일한다. 아내는 일하지 않고 집에 있다. 그러니까 집에 있는 아내 혼자 노인을 돌보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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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
김상아 지음 / 푸른숲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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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와 띠지에서부터 느껴지는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느낌대로 읽으면서 아이와 강아지의 사진과 글에서 따뜻함과 동시에 현실의 안타까움을 느낀 책이다.

저자 김상아가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을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어 부모와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며,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함께 지냈고 여전히 지내고 있는 나는 이 책에 더욱 공감하면서 읽었다. 목욕 시키다 강아지의 검버섯을 발견할 때의 놀람과 슬픔같이 노견과 함께 사는 반려인이라면 느꼈을 감정과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게 된다.

책을 읽기 전, 조카들을 제외하면 아이는 가까이한 적이 없기에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만 공감하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엔 공감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이가 강아지에 대해 말하는 그 따뜻한 말 한마디에 울컥했고 오히려 아이의 말에 위로받았다. 어쩜 말을 그렇게 이쁘게 하는지... 띠지에 적힌 문장 외에도 가슴에 와닿은 문장들이 정말 많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아이와 반려견의 사랑스러운 이야기와 더불어 차가운 현실의 이야기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기견 문제와 그 강아지의 쉽게 열리지 않는 마음과 상처로 인한 습관과 노키즈존 문제까지. 마냥 따뜻한 책이 아니라 우리 현재의 문제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라 더욱 맘에 든다.

12년 전, 끝까지 옆에 있어주겠노라 거창하게 다짐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곁에 있어줬던 건 내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늙은 개였다.

개는 모른다. 그들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모견이 어떤 품종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강아지였을 때 어미와 떨어져서 펫숍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개들이 알 턱이 없다. 그러나 개들에게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직 곁에 있는 사람뿐이다.

우리 사이에는 매일 보이지 않는 배가 쉼 없이 오고 간다. 그것은 마음이다.

개는 내게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다시는 그 문을 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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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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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어온 책 속 밑줄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의 상처에 가닿아 연고처럼 스민다면 그것으로 저는 정말 기쁠 거예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하고 위로받았기에 백영옥 작가님의 신작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또한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번 책,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가 나에게 와닿는 문장들이 더 많았기에 곁에 두고 계속 읽을 책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만큼 작가님이 그간의 독서로 수집하고 소개한 다양한 밑줄들이 너무나 와닿고 공감되며 계속 곱씹어 읽어보게 되기 때문이다.

책 속의 문장을 약 대신 처방해주는 동네 책방을 열고 싶었던 백영옥 작가님. 프롤로그부터 확 꽂혀서 이동시간마다 틈틈이 읽었는데 작가님 특유의 편안하고 따뜻한 글은 역시나 술술 읽혔고, 위로되는 문장들이 많아서 치열한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분 좋게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딱히 상처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각 챕터마다 처방되는 문장들과 작가님의 얘기하듯 편안하게 진행되는 글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인지하지 못하고 또는 숨기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도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았고, 애초에 눈물 흘릴 상황 자체를 피해왔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을 때도 눈물을 참는 것을 당연시 여겨왔고 속은 상하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는 이상한 습관이 들었는데 괴롭고 슬픈데도 눈물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면 몸속의 울음이 우물처럼 고여 썩을 수 있다(p.95)는 작가님의 글에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고 이 부분은 몇 번이고 곱씹으며 읽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냥 흘러넘쳐도 좋은데 굳이 왜 참으며 살았나 싶다. 요즘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마침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로 삼으며 와닿은 문장들은 필사도 하고 이 책 속에 나온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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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바꾸려는 노력은 (놀랍게도) 이기적인 경우가 많아요. 상대가 바뀌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착각이지만) 믿기 때문이죠. 이것은 사람들이 행복을 행복의 조건과 자주 혼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ㆍㆍㆍ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불확실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바꾸는 편이 더 현명합니다. -p.33~34
 

예쁘고 귀여울 때 그 존재를 사랑하는 건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에 관해 진심을 말할 수 있을 때는 내 옆의 존재가 더 이상 예쁘지 않고, 늙고 힘이 없을 때일 거예요.

만약 당신의 인생이 하나의 긴 문장이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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