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 하상욱


국민 시팔이 하상욱 작가와 카카오프렌즈 튜브의 만남이라 자연스레 기대가 됐는데 생각보다 더 재밌었고, 혼자 휴게실에서 낄낄대며 금세 읽었다.

-싫다면 싫은 겁니다
-끝까지 참으면 참다가 끝나요
-위로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
-이번 인생 반품할게요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미친 오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책 제목에서부터 목차까지 솔직함이 엿보여서 맘에 들었는데 책 내용은 더 솔직했고 중간중간 뼈 때리는 글이 많아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설픈 위로를 건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감정을 전해서 공감이 많이 됐고 화나면 미친 오리로 변신하는 튜브와 솔직한 하상욱 시인의 글은 여태 출간된 카카오프렌즈 에세이 중에서 가장 잘 어울렸다.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아무래도 사회생활에 찌든 직장인이 읽는다면 더 공감할 것 같다.

이번에도 책 곳곳에 귀여운 카카오프렌즈가 보여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고 다음엔 어떤 카카오프렌즈와 작가님의 만남으로 출간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관계를 실패했다 생각했다.
정리를 성공했던 것뿐인데. -p.19

일이 힘들면 관계가 귀찮고,
관계가 힘들면 일이 안되고. -p.25

사랑은 주는 만큼 받지 못했고
미움은 받은 만큼 주지 못했다. -p.32

고맙다는 말을 않고 살면
고마운 사람을 잃고 산다. -p.35

나쁜 걸 참다 보면
좋은 걸 잊어 간다. -p.121

남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남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뿐. -p.133

가해자는 옛날 일로 넘기고,
피해자는 그날 일로 남긴다.
잘못된 세상이다.
피해자가 세상을
피해야만 한다면. -p.139

선택은 힘들다.
지금의 내가 감당해야 하니까.
후회는 두렵다.
나중의 내가 견뎌내야 하니까. -p.1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댄스 영상 보는 걸 좋아해서 유튜브에서 자주 찾아보는데 몇 년 전, 리아킴의 La La Latch 안무 영상을 본 후로는 원밀리언의 영상은 빠짐없이 챙겨 보고 있다. 그래서 원밀리언의 대표 댄서인 리아킴의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자연스레 기대가 되었는데 리아킴다운 멋스러운 표지도 좋았고 아무래도 리아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읽기 시작한 거라 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하는 댄스 영상들도 여러 번 봤던 거라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됐는데 리아킴의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댄스 영상까지 보는 것 같아서 정말 즐거웠다. 리아킴의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와 그 경험들로 인하여 지금의 리아킴, 원밀리언 스튜디오가 된 이야기까지 평소 관심이 있었기에 흥미로웠고 리아킴이 얼마나 춤을 사랑하고 즐기는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무대 보는 재미가 있어서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가시나, 아이오아이의 너무너무너무 영상을 자주 찾아봤는데 모두 리아킴의 안무라서 맘에 들었나 보다! 선미의 가시나는 첫 방송을 보자마자 안무가 리아킴 스타일이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진짜로 안무가가 리아킴이라서 놀람+뿌듯했던 기억이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엄정화의 엔딩크레딧 안무도 좋아하는데 띠지에는 안 적혀 있어서 아쉽다.

 

 

 

-

의사 선생님에게 춤은 그냥 취미일 뿐이며 사회생활이나 직업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반면 나에게 춤은 직업이며 생계의 수단이었다. -p.25

고통은 같은 모습으로만 주어지지 않는다. 이만한 무게의 또 다른 어려움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주어질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렇게까지 견뎌봤으니 이제는 더 두려울 게 없다는 거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여정에 늘 나와 함께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내가 나를 이기고 버텨내는 힘이다. -p.48

춤추는 건 배고픈 직업이란 말이 싫었다.
그런데 춤추는 건 정말 배고픈 일이었다. -p.137

"남들이 뭐라면 어떤가. 난 그냥 할 거야. 뭐라도 해야지. 그냥 있는 것보단 낫잖아." -p.170-171

우리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는 당연히 못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취약함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은 내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는 증명이다. 이것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이다. -p.199-200

아직 인생의 의미를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제 그 방향이 어디인지는 안다. 여전히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예전보다 내가 더 성장한 것은 맞다. 이 시간이 점점 더 쌓이고 쌓여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든다. -p.2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캄빌리의 오빠 자자가 영성체 받기를 거부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주님의 몸을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받지 않을 순 없다. 그건 곧 죽음이야, 너도 알잖니."
"그럼 죽을게요." 오빠는 두려움 때문에 눈동자가 콜타르색으로 변했으면서도 이제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럼 죽겠습니다, 아버지."

캄빌리와 자자의 아버지인 유진은 나이지리아에서 식음료 사업을 하고 사람들에게 항상 베풀면서도 모든 영광을 하느님에게 돌리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유명인사이다. 독실한 카톨릭교도인 유진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부유한 캄빌리 가족의 이면을 상상조차 못하겠지만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유진은 자녀인 캄빌리와 자자를 자신이 정해준 계획표대로만 생활하게 하며 뭐든지 1등을 하지 못할 시엔 사랑이라는 이름의 끔찍한 폭력까지 행사한다.


"쟤를 봐." 아버지가 말했다. "머리가 몆개냐?"
"하나요."
(...)
"네 머리가 몇 개냐, 그보?" 아버지가 처음으로 이보어를 섞어서 물었다.
"하나요."
"저 애도 머리가 하나지 두 개가 아니잖니. 그런데 왜 쟤가 1등을 하도록 놔뒀지?"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아버지."
(...)
"너는 내가 왜 그렇게 너랑 오빠한테 최고만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니? 너는 이 모든 특권을 누리는 만큼 뭔가를 해야만 해. 하느님이 너에게 많은 것을 주셨으니 기대하시는 것 또한 많단 말이다. 하느님은 완벽을 기대하셔."


독실한 카톨릭교도인 유진은 별별 이유로 가족들에게 폭력을 쓰고는 왜 죄악으로 걸어가냐면서 껴안고 우는데 아주 소름이 끼쳤고 빨리 사라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조차 이교도라고 배척하며 손주인 캄빌리와 자자를 단 15분만 볼 수 있게 해주고 자식들에겐 이교도(할아버지)가 주는 음식을 먹지 말라며 당부한다. 또, 미사 한 시간 전에 진통제를 먹기 위해 시리얼을 먹었다는 이유로 온 가족에게 가죽 벨트를 휘두르고는 살이 터졌냐며 눈물을 흘린다. 이렇듯 독실함을 넘어 광신적인 유진과 그에게 반항 한 번 못하는 가족들이 답답했고 유진의 폭력이 계속될수록 읽는 내가 숨이 막혔다. 지속적으로 학대받는 이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벗어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지만 답답함이 계속되어 괴로워지던 참에 고모, 이페오마의 등장은 반가웠고 은수카에서 돌아온 후로 인생을 사는 데 아버지의 방식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 조금씩 변하는 캄빌리와 자자의 모습은 흐뭇해 이들이 더 성장하기를,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응원하며 읽었다.

나이지리아 상류층 가정의 십 대 소녀, 캄빌리가 가부장제에 억압되어 살다가 서서히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성장소설이지만 종교적인 성장을 의미하기도 해서 여태 읽었던 성장소설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
지금 내게 오빠의 반항은 이페오마 고모의 실험적인 보라색 히비스커스처럼 느껴졌다. 희귀하고 향기로우며 자유라는 함의를 품은. 쿠데타 이후에 정부 광장에서 녹색 잎을 흔들던 군중이 외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 -p.27

"누니에 음, 때로는 결혼이 끝나면서 인생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어요." -p.99

그때 나는 이페오마 고모도 사촌들에게 똑같이 해 왔음을 깨달았다. 엄마가 자식한테 어떤 식으로 말하고,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통해 그 애들이 뛰어넘어야 할 목표를 점점 더 높였다. 아이들이 반드시 막대를 넘으리라 믿으면서 항상 그랬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오빠와 내 경우는 달랐다. 우리는 스스로 막대를 넘을 수 있다고 믿어서 넘은 게 아니라 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넘었다. -p.2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 서귤

-----
길바닥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문득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토실토실 말랑말랑, 그 어떤 거친 바닥에서도 뼈와 장기를 폭신폭신하게 받쳐주는 엉덩이. 심한 말, 못된 말, 독한 말을 들은 하루 몽실몽실 내 마음을 감싸, 그 어떤 명사와 동사도 경동맥을 찌르지 못하게 지켜주는 그런 마음의 엉덩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
'뜬금없이 웬 엉덩이?' 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재밌을거란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은 적중했다. 서귤 작가님의 글은 처음 읽어봤는데 확 와닿고 가슴 따뜻해지는 글과 함께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글까지 있어 너무나 내 취향인 에세이였고 귀여운 악동 어피치와도 잘 어울리는 글이라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 라이언 에세이처럼 어피치 에세이도 귀여운 카카오프렌즈를 볼 수 있어서 흐뭇했고 서귤 작가님의 글도 유쾌해서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서귤 작가님의 통통 튀는 글을 읽다 보니 치킨코인, 튜브머니처럼 작가님의 상상력이 빛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직장생활의 팁(?)도 슬프지만 공감되었다. 요즘 대세인 힐링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위로도 받으면서 가장 많이 웃은 책이라 맘에 든다. 내가 너의 엉덩이가 되어줘도 되겠니?
⠀⠀⠀
다음엔 누가 나올까? 튜브? 무지? 개인적으로 내 최애 무지 에세이를 빨리 만나보고 싶다!
⠀⠀⠀
⠀⠀⠀
-
네가 나에게 '보기보다 여성스럽다'라고 말할 때, 그 여성스러움이란 이런 것이면 좋겠어. 생리전증후군에 시달리면서도 할 일은 해낼 때의 의지력, 자궁질환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을 때의 철저함, 허벅지며 팔뚝, 배에 붙은 두둑한 군살을 출렁출렁 흔들며 웃어제낄 때의 호탕함 같은 것들. -p.34 여자면서 남자인 中
⠀⠀⠀
매일 내가 예쁘고 매일 내가 미워. 내가 알기로 이런 변덕스러운 마음은 사랑밖에 없는데. -p.48 사랑하나 봐 中
⠀⠀⠀
웃기만 하는 당신은 싫어요. 당신의 행복과 불행, 햇살과 그늘, 미소와 울상을 전부 모아, 온전한 당신을 나는 만나고 싶어요. -p.73 바람 부는 날 中
⠀⠀⠀
어제 우리는 꼭 헤어지는 것처럼 '안녕'이라고 말하고 손을 잡았고 마치 처음 만나는 것처럼 '안녕'이라고 말하고 멀어졌지.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었지만 나는 알고 있어. 안녕은 또 다른 안녕. 다음의 안녕을 나는 기약해. 물론 너 말고 다른 사람으로. -p.81 안녕의 의미 中
⠀⠀⠀
어째서 미처 무엇이 되지 못한 것들은 우리의 마음을 쉽게 저리게 만들까. 너와 내가 한 번도 누군가가 되지 못한 채 늘 과정 위에 선 사람이어서일까. (...) 난 도저히 브로콜리를 못 먹겠어. 어린이 입맛이라거나 편식을 해서가 아니라. 솔직히 브로콜리 맛있다는 사람 다 사기꾼 아니냐? -p.120 어째서 브로콜리 中
⠀⠀⠀
Game Over의 뜻이 뭔지 알아?
⠀⠀⠀
뭐래. 새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p.207 Game Over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소한의 밥벌이 -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곤도 고타로 지음, 권일영 옮김, 우석훈 해제, 하완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최소한의 밥벌이 - 곤도 고타로


하루 1시간만 벼농사를 짓고 나머지 시간은 글쓰기에 몰두하는 대안적(alternative) 농부, 얼터너티브 농부가 되겠다며 지방 발령 신청을 한 곤다 고타로. 벼농사에 대해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곤도 고타로가 짓는 벼농사는 어떨지 읽는 입장에선 흥미진진했지만 내가 당사자 혹은 주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대책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황당했다. 다행히 아사히 신문사의 기자라는 직업은 유지되겠지만 그 정도면 좌천됐다고 할 만큼의 시골인데 자진해서 내려가다니... 게다가 평생을 도시에서 살고 벌레를 무서워하는 곤도 고타로가 벼농사를 짓는다는 게 가능이나 할까, 벼농사에 실패해서 우울한 이야기가 나오진 않을까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는데 걱정과 달리 그의 이야기는 상당히 유쾌했고 한번 집중하니 다 읽을 정도로 가독성도 뛰어났다.
⠀⠀⠀
충동적으로 중고 포르쉐를 구입하고 알로하셔츠를 포기하지 않는 곤도 고타로. 곤도 고타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벼농사하는 사람의 일반적인(?) 차림은 아니라서 상상만으로도 웃겼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으면서 살아남겠다며 알로하셔츠를 고집하는 그의 논리에 점점 수긍하게 되었다. 또한 농사 이야기뿐만 아니라 32년차 기자답게 자본주의 문제 등 사회문제의 핵심을 파고들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는 곤도 고타로의 방식도 맘에 들었다. 역시 필력이 뒷받침해주니 다 되는구나!
⠀⠀⠀
활기차게 본인만의 삶을 살아가니 도시에 있을 때보다 편집자들의 원고 청탁이 늘었다는 곤도 고타로. 그의 벼농사X글쓰기 프로젝트를 응원하며 유쾌함을 잃지 않길 바란다.
⠀⠀⠀
⠀⠀⠀
-
사람이란 막장에 몰리면 어지간한 일은 다 해내게 된다. -p.118
⠀⠀⠀
내게 '멋진 것', '즐거운 것'이 아니면 아무리 옳거나 좋더라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즐겁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멋지지 않으면 살아 있는 의미가 없다. -p.128
⠀⠀⠀
직업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0년. 이제 겨우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문장을 쓰기 전에는 내가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장을 조립하면 겨우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하며 놀란다. 생각이 있어 문장이 정리되는 게 아니라 거꾸로다. 문장이라는 내 커다란 꼬리에 휘둘려 내 생각을 깨닫게 된다. -p.240
⠀⠀⠀
매일 아침마다 살폈는데도 나는 전혀 몰랐다. 똑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좋은 사진가나 화가가 보는 풍경과 내 눈에 비치는 풍경은 다르다. 프로 농부도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다. 전혀 다른 눈으로 흙과 물, 태양을 본다. -p.263
⠀⠀⠀
왜 태풍이 오는 줄 알면서 굳이 논밭에 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건 이해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가 농사를 지어보면 알 수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러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 된다. -p.266
⠀⠀⠀
돈에는 깨끗한 돈, 더러운 돈이 따로 없다.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다. 이건 거꾸로 말하면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소리다. 도시에 사는 노인들이 전기와 가스 같은 생명선마저 끊겨 고독사하고 있다. 풍요롭다는 21세기 일본 사회에서는,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해야 할 이런 상황도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본주의 논리가 우선시되는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다. -p.287
⠀⠀⠀
이렇게 논바닥을 들여다보며 걷다 보면 자연히 생각에 잠기게 된다. 왜 여기 와 있나.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밀레가 그린 명화 <이삭 줍는 사람들>에서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생각에 잠긴 듯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노동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p.318
⠀⠀⠀
세상은 어느 방향으로건 흘러갈 테지만 좋아질 일도, 더 나빠질 일도 없다. 세상은 늘 추하며, 우리는 기를 쓰고 살 가치가 없다. 그저 이 세상을, 인간사회의 진실을 똑바로 응시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자유로워질 것이다. -p.338
⠀⠀⠀
자아를 탐구하겠다느니, 뭐 그런 거창한 생각은 없다. 영원한 틈새 찾기. 나는 '구르는 돌'이다. 그래서 즐겁다. 그렇기에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 -p.350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