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하는 자극적인 소재와 책 제목에 끌려 읽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연금제도의 붕괴와 국가 재정이 위태로워지는 등 많은 문제들을 노인들의 죽음으로 해결해보겠다(?)는 다소 극단적인 소재지만 이미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이며 지금 젊은 사람들은 월급에서 국민연금이 떼이지만 정작 자신이 늙을 때는 받을 연금조차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기에 마냥 소설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책 제목만 봐서는 세상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노인들은 죽인다는 자극적인 내용의 책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가정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적이라 금세 읽었다.

정신은 멀쩡하지만 움직이지는 못하는 시어머니의 병 수발을 드는 55세의 도요코와 시어머니 기쿠노, 남편 시즈오, 딸 모모카, 동생 마사키까지 이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70세 사망 법안을 제외하면 이 가족의 상황과 이야기는 특수하지 않고 오히려 매우 평범하면서 현실적이다. 특히나 도요코의 희생을 볼 때엔 울화가 치밀면서도 병 수발을 드는 며느리의 평범한 일상이라는 점을 떠올렸을 땐 매우 안타까웠다. 남편 시즈오의 무책임한 세계여행은 정말이지... 남편의 친구 후지타라도 정상이니까 참고 봤지 후지타까지 시즈오 같은 몹쓸 놈이었으면 화나서 책 던지고 중도 하차했을 것이다.

소설이니까 소설 같은 결말이지 현실은 다를 것이다. 내 경우만 봐도 엄마가 입원했을 때 한 달간 한 병 수발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 중 하나다. 도요코의 시어머니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점점 짜증이 늘어서 나에게 화풀이 하는 엄마의 병 수발과 그로 인해 같이 나도 짜증이 늘고 엄마와 자주 싸우던 그 시절은 아직도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나는 피섞인 가족이라 어쩔 수 없이 참고 지냈지만 따지고 보면 도요코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인데 정작 피 섞인 남편과 시누이는 나 몰라라 외면하는 모습과 시어머니의 태도까지...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 책을 읽었을 때의 그 감정을 이 책에서도 느꼈다. 읽을 때 화나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70세에 안락사 시켜준다고 하면 나는 어떤 반응일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하다.

"어머니가 부르는데." 남편이 당연한 일인 듯 말한다. 병 수발은 아내 역할이라는 데 일말의 의심이 없다.

"모모카 씨, 지금 하는 말이 회사 다니는 남편과 전업주부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 안 들어? 조금 전에 내가 말한 ‘누나‘와 ‘동생‘ 부분을 ‘남편‘과 ‘아내‘로 바꿔 놓으면 어떨까? 남편은 밖에서 일한다. 아내는 일하지 않고 집에 있다. 그러니까 집에 있는 아내 혼자 노인을 돌보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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