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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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첫눈에 반해 연인이 된 핀과 레일라. 그러나 여행을 떠난 프랑스에서 레일라가 실종되고, 유일한 흔적은 레일라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작은 러시아 인형뿐이다. 그렇게 레일라의 생사도 모른 채 12년 후, 핀은 레일라의 추모식에서 만난 레일라의 친언니 엘런과 연인이 되었고 그녀와 약혼을 했다. 엘런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핀은 레일라의 목격담을 전해 듣게 되고 집 앞에서는 작은 러시아 인형도 발견된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작은 러시아 인형이 발견되고 알 수 없는 메일까지 도착해서 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게 되고, 핀은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비하인드 도어와 브레이크 다운에서 뛰어난 심리 스릴러를 보여준 B. A. 패리스의 신작답게 브링 미 백도 심리적으로 옥죄어 왔고, 핀처럼 나도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읽어나갔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레일라는 살아있을까, 아무리 서양이라지만 어떻게 둘이 연인이 될 수가 있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읽었고 나름대로 추리하면서 읽었는데 역시나 내 추리는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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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가 프랑스 A1 고속도로 부근 어딘가에 있는 경찰서에 앉아 경찰에 한 진술이었다. 온전한 진실이 아니었을 뿐.

 

 

12년 전 핀이 경찰에게 한 진술을 시작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1부와 두 인물을 오가는 2부와 3부까지 흡입력이 뛰어났고 가독성도 좋아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연인, 부부를 중심으로 사건을 다뤘지만 전작들은 화자가 여자였는데 브링 미 백은 남자인 핀의 독백이 대부분이라 조금 색달랐고 극후반까지도 진실을 몰라 혼란스러웠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작은 거 하나하나가 복선이었음을 깨달아 소름이 돋았다.

 

이번에도 B. A. 패리스 스타일의 반전 심리 스릴러를 만나서 반가웠고 워낙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라 기대가 컸는데 기대한 만큼 재밌어서 만족스럽다. 벌써부터 B. A. 패리스의 다음 신작이 기다려진다.

 

 

사람을 잃는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다. 그저 웃자고 무심코 던졌던 말도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는 것. -p.84

하지만 사랑은 자기 자신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걸,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도 하게 만든다는 걸 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 -p.241

 

지금쯤이면 자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들을 모조리 의심하게 되었을 것이다. 딱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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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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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절망과 고독에서 비롯된 두 개의 거짓과 단 하나의 아름다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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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치히로는 허구를 사랑하는데 부모님 밑에서 방치된 채 자라는데 부모님이 사랑하는 허구란 나노로봇에 의한 기억 개조, 가공의 기억인 의억을 말한다. 치히로의 아버지는 가공의 결혼 생활을 제공하는 나노로봇 허니문을 복수로 구입하였고 어머니는 가공의 자녀를 제공하는 나노로봇 엔절을 구입하여 정작 자신들의 현실 가정은 돌보지 않은 채 가공된 과거 속에서 살아갔다. 일그러진 가정에서 자란 치히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법도 모르는 사람으로 자라 추억다운 추억이 하나도 없는 고독한 청춘 시절을 보냈지만 거짓으로 점철된 가정에서 자란 반발인지 의억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대신에 특정 시기의 기억을 제거해주는 나노로봇 레테를 구입하여 전부 잊고자 한다. 레테를 구입하여 단숨에 들이킨 치히로. 그러나 클리닉 측의 실수로 레테가 아닌 가공의 청춘 시절을 제공하는 그린그린을 마시게 되었고 치히로의 기억엔 나쓰나기 도카라는 소꿉친구가 생긴다. 다시 레테를 마셔 모두 잊으려고 하던 중 치히로의 눈앞에 진짜 나쓰나기 도카가 나타나게 되고 본격적으로 치히로와 도카,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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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소재라서 초반부터 집중이 잘 되었고 그린그린을 복용한 후 생긴 치히로와 도카의 기억이 풋풋해서 청춘 로맨스 소설을 읽는듯했다. 읽다 보니 마냥 행복한 내용은 아니라서 당황했지만 그래서 더 그들에게 감정이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고 예상치 못한 전개가 흥미진진했다. 도카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진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아 열심히 추리하면서 읽었는데 나의 추리는 모두 빗나갔다. 후반부로 갈수록 치히로도 도카도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팠지만 그들의 사랑은 아름다웠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치히로와 도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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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과거를 되돌리고 싶다는 사람보다 과거를 새롭게 고치고 싶다는 사람 쪽이 압도적 많았다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날조된 기억에 불과하더라도.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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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따지면 인류 대부분의 인생은 불완전하며 그렇기에 모두가 치료받아야 할 환자라는 식의 관점도 성립하고 만다. 무엇 하나 결락되지 않은 인생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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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두려운 건 행복한 꿈이다. 그 꿈은 현실의 가치를 뿌리째 뽑아버린다. 꿈이 선명하게 채색될 때 현실에서 같은 양의 물감이 뺏겨 사라진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인생의 잿빛을 절감하게 된다. 행복의 부재를 더없이 강렬히 실감하게 된다. 꿈속 행복은 착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여기에 있는 나와는 처절할 정도로 관계없는 것이기에.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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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것이 없기에 무섭지 않다니, 허세에 불과했다. 나는 무엇 하나 손에 넣지 못하고 죽는 것이 무섭다. 손발의 떨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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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욕망을 억압하는 데 너무 익숙해진다. 그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 침잠해 있는 욕망을 길어 올리는 데는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p.28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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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는 이따금 그런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야. 행복하기만 한 인생이 그리 흔하지 않듯이, 불행하기만 한 인생도 그리 흔한 게 아냐. 도카는 도카의 행복을 조금만 더 믿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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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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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이 딸들에게 들려주었던 미완성의 동화. 100년이 넘게 보관소에서 잠들어 있던 미완성의 동화가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의 손을 거쳐 탄생되었다. 마크 트웨인과 대화를 나누는 필립 스테드의 상상력은 유쾌했고 그의 상상력과 재치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또, 글과 어울리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삽화 덕분에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삽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동화는 아름답지만 유치한 내용일 거란 생각에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고만 여겼는데 현실적인 문제들도 담고 있고, 금방 읽을 순 있지만 오래도록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라 다 큰 내가 읽기에도 좋았다. 이런 게 바로 어른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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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신들은 예정에 없던 휴가를 가기도 하고, 잠시 본분을 망각하기도 해. 그사이 비참한 사람들의 삶은 잠깐이나마 덜 비참해지지. 다음에 일어날 일은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어." -p.67

 

조니는 깊게 숨을 내쉬고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마디 말을 떠올렸다. 인류를 세상 온갖 부질없는 다툼으로부터 구원해 낼 절호의 한마디를.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와서 기뻐." -p.88

 

세상은 아름답고도 위험해 기쁘기도 슬프기도 해 고마워할 줄 모르면서 베풀기도 하고 아주, 아주 많은 것들로 가득해 세상은 새롭고도 낡았지 크지만 작기도 하고 세상은 가혹하면서 친절해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 안에 살고 있지 -p.99

 

"세상 사람들은 동물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거고." -p.120

우리의 통제 너머에는 수많은 돌연변이가 있다. 우리 중 일부는 키가 작고 일부는 키가 크다. 일부는 약하고 일부는 강하다. 감사하게도 성품은 본디 못나게 태어나지 않지만, 못난 성품을 학습하게 된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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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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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살 동갑내기인 강주리, 우용희, 최시현, 박형조, 하동민 이다섯명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콜센터는 잠시 머무는 정류장 이라고 하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오늘도 콜센터에서 감정 노동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 요즘 감정 노동을 하지 않는 곳이 어디있겠느냐만은 콜센터 만큼 감정 노동이 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이 슈퍼진상은 이 나라에 고객처럼 무섭고 당당한 존재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게 분명했다. -p.37

 

물어뜯을 상대를 찾고 있는 진상고객은 상담사가 있는 대로 비위를 맞춰줘도 어떻게든 흠을 잡아내 승냥이처럼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말실수를 하지 않으면 태도를 문제 삼았다. 뭔가를 먹는 소리를 들었다든가 하품을 했다든가 기침을 했다는 식이었다. -p.47

 

 

피자 프랜차이즈 콜센터에서 일했던 김의경 작가님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콜센터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도 20대의 불안정한 미래와 그에 따른 걱정과 막막함까지 잘 표현해서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입해서 읽었는데 아무래도 취준생활을 하면서 상담원으로 일하는 친척동생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정말 현실적이라서 친척동생도 주인공들처럼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읽으니 마음이 아팠고 얼굴 보고는 못할 못된 말과 상처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이들 때문에 읽는 내내 너무 화가 났다.

 

 

"몸도 마음도 멍투성이야."
용희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그놈의 콜센터에 다니는 동안 목소리로 너무 많이 맞았어. 피가 안 나고 멍이 안 드니까 아무도 내가 아픈 줄 몰라."
주리가 눈물 고인 눈으로 말했다.
"그놈들은 혓바닥에 압정도 달려 있고 야구방망이도 달려 있어. 나한텐 마우스피스도 안 주고 링 위에 올라가라고 해." -p.154

 

 

잠시나마 주인공들의 일탈로 화를 누그러트릴 수 있었는데 결국 콜센터로 돌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답답하다 못해 착잡했다. 그러나 곧 그만두고 싶어도 쉽사리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섯 명의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이들이 절망하지 않고 계속 꿈을 꾸었으면, 그리고 꼭 꿈을 이루었으면 한다. 주인공들이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상담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예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갑질과 막말, 성추행에 화풀이까지 상담원들의 현실은 아직 고단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이 너무나 많다. 회사에서도 상담원들을 존중해주고 블랙컨슈머들은 단호하게 내치며 법의 심판까지도 불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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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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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규격에서 벗어나 주변부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감당한다는 것이 특히 모로코와 같은 사회에서 얼마나 용감무쌍한 행동인지 독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13

 

 

모로코 여성의 성에 관한 가장 절실하고 생생한 목소리

 

모로코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섹슈얼리티 문제를 다룬 인터뷰 사례집 섹스와 거짓말은 읽는 내내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모로코에 대해, 이슬람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히잡만 보더라도 여성 인권이 낮은 건 예상할 수 있었기에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지만 내 생각보다 심각한 현실이 충격적이었고 답답했다. 세계 5위의 포르노그래피 소비 국가이면서 여성들에게는 정숙과 침묵을 강요하고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는 순결 증명서를 요구하는 나라 모로코. 언제나 고통받는 건 여자들, 특히 취약계층의 여성들이라 더욱 분노했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들도 있어 착잡하기도 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모로코의 남성들은 여성과 섹스할 권리도 있고 처녀와 결혼할 권리 두 가지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모순적일 수가 있나.

 

모로코 여성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서 읽기 힘들 순 있지만 이 문제를 모두가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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