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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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어온 책 속 밑줄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의 상처에 가닿아 연고처럼 스민다면 그것으로 저는 정말 기쁠 거예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하고 위로받았기에 백영옥 작가님의 신작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또한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번 책,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가 나에게 와닿는 문장들이 더 많았기에 곁에 두고 계속 읽을 책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만큼 작가님이 그간의 독서로 수집하고 소개한 다양한 밑줄들이 너무나 와닿고 공감되며 계속 곱씹어 읽어보게 되기 때문이다.

책 속의 문장을 약 대신 처방해주는 동네 책방을 열고 싶었던 백영옥 작가님. 프롤로그부터 확 꽂혀서 이동시간마다 틈틈이 읽었는데 작가님 특유의 편안하고 따뜻한 글은 역시나 술술 읽혔고, 위로되는 문장들이 많아서 치열한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분 좋게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딱히 상처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각 챕터마다 처방되는 문장들과 작가님의 얘기하듯 편안하게 진행되는 글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인지하지 못하고 또는 숨기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도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았고, 애초에 눈물 흘릴 상황 자체를 피해왔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을 때도 눈물을 참는 것을 당연시 여겨왔고 속은 상하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는 이상한 습관이 들었는데 괴롭고 슬픈데도 눈물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면 몸속의 울음이 우물처럼 고여 썩을 수 있다(p.95)는 작가님의 글에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고 이 부분은 몇 번이고 곱씹으며 읽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냥 흘러넘쳐도 좋은데 굳이 왜 참으며 살았나 싶다. 요즘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마침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로 삼으며 와닿은 문장들은 필사도 하고 이 책 속에 나온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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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바꾸려는 노력은 (놀랍게도) 이기적인 경우가 많아요. 상대가 바뀌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착각이지만) 믿기 때문이죠. 이것은 사람들이 행복을 행복의 조건과 자주 혼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ㆍㆍㆍ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불확실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바꾸는 편이 더 현명합니다. -p.33~34
 

예쁘고 귀여울 때 그 존재를 사랑하는 건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에 관해 진심을 말할 수 있을 때는 내 옆의 존재가 더 이상 예쁘지 않고, 늙고 힘이 없을 때일 거예요.

만약 당신의 인생이 하나의 긴 문장이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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