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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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님의 19편의 짧은 소설들과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병주 님의 따뜻한 느낌의 삽화들로 구성된 책으로, 요즘 집중력이 떨어진 나로서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규카스를 먹을래와 춤을 추며 말없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본 희소한 영 자매의 이야기, 규카스를 먹을래가 내가 경험한 것과 매우 비슷하기에 관심이 갔고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연락하고 함께 만나지만 사실 비슷한 점은 별로 없으며 학창시절과는 달리 각자의 생활로 점점 서로의 공감대가 사라져 가는 문제와 예전과는 달리할 말이 줄어들고 대화가 끊기지만 그것을 티 내지 않으려는 복잡 미묘한 친구 관계. 이러한 관계를 이어가다 세 명이서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상황과 감정도 내가 경험한 것과 똑같았다. 결말은 내 경험과 달랐지만 결말만 제외하면 어떻게 내가 경험한 것과 이렇게나 똑같은지 정말 놀라웠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해본 걸까.


19편의 모든 소설에 감정이입한 건 아니지만 내가 겪은 경험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이 있으면 정말이지 무섭도록 빠져들었고 그러한 단편들이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사사로운 기억을 사사롭지 않게 기록해두는 (작가의 말)' 작가님의 실력에 새삼 놀랐다. 짧은 소설들로 이렇게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하다니... 역시나 김금희 작가님의 문장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았다. 괜히 김금희 작가님의 팬이 많은 게 아니라는 걸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득문득 하는 생각,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견디고 있어야 이 도시라는 일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남은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 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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