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서양철학사 을유사상고전
버트런드 러셀 지음, 서상복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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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서양철학사



철학을 왜 공부해야 할까. 철학을 공부하는 도중에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에 대답이 떠오른다.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철학’을 생각한다. 물론 모두에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철학은 나에게 마치 밤하늘의 별빛처럼 어둠 속에서 삶의 방향을 인도하는 역할이 되어주었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그 질문에 많은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고민해왔다. 그 치열한 고민들은 학문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 방대한 저작들은 사상의 흐름을 이어왔다. 그 역사에 대한 가장 탁월한 명저가 <러셀 서양철학사>이다. 연대기별로 철학사를 기술하지만 어느 하나에 치우침이 없으며 이를 분석하는 자신만의 주관이 명확하여 감탄하게 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연대별 기술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역사적 배경과 함께 명쾌한 분석을 할 수 있는 학자는 드물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로 고대철학을 설명하며 인간중심의 그리스 철학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계보로 받는 중대철학의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르네상스와 주관주의로 근대철학으로 그리스 철학이 계승된다. 하나의 큰 흐름과 대비되는 사상들이 대단히 일목요연하게 기술되며 이해의 깊이를 심화시킨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의외로 다뤄지지 않은 철학자들이 있다는 점과 칸트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량이 대체로 20페이지 내외로 학자나 사상에 대해 서술되는 일관성이 철학사 전반을 다루는 데는 적절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양철학사의 중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칸트 비판 3부작 중 <순수이성비판>에 대해서만 나오는 점은 아쉬웠다. 윤리학의 가장 큰 업적인 <실천이성비판> 그리고 미학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판단력비판>에 대한 언급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분명 서양철학사 전반을 알기 위한 시도였으나 서양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으며 철학의 분과인 정치철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책 한권을 다 읽고나면 인간 버트런드 러셀에 대한 존경심을 떨칠 수가 없다. 97세까지 장수하며 철학자, 사회운동자, 논리학자, 수학자, 교육자, 저술가로 최고의 위치에서 수많은 저작을 남긴 그의 삶에 대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어떻게 이토록 많은 분야에서 최고의 명저들을 남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이 책을 읽고나면 대강의 짐작을 할 수 있다. 바로 자신만의 분석력과 비판력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풀어가는 명료한 논증과 지적인 문장이 이 책을 독보적인 저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그의 태도는 이를 추동하는 힘이었으리라는 생각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의 해제에는 러셀의 자서전 한 대목이 실려있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했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견디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이 마치 거센 바람처럼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고통이 덜어지기를 갈망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나도 고통스럽다. 이것이 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인생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을 알았으므로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살아볼 것이다.” 해제 1019p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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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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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드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너무나 정확하다.

우리는 어떤 공간에 가면 쉽게
분위기좋다 혹은 인테리어 좋다
라고 이야기한다.
무심코 던지는 말의
심층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공간에서 맥락을 파악하고
디테일의 의미들을 분석한다.
우리에게 지배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각 뿐만아니라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 마케팅을 지적한다.
소비자의 동선, 매장의 이름까지
공간의 개념으로 이끌어
공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풍부하게 한다.

상업적인 공간들에 고객의 취향을 불어넣어
성공적인 매장 운영을 시도하려는 창업자들을 위한 책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공간에 대한 나의 취향과 그 이유에 대해 섬세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풍부한 사진으로 이해를 도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특히 책의 끝에 실린 체크리스트는 단순한 점검을 넘어서 훌륭한 서머리이기도 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공간을 꾸미거나 방문할 때마다
공간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해석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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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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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사람

표지의 작은 별빛들이
우리가 아는 이들의 눈빛처럼 보인다.
그리고 꼬리를 남기는 별 하나.
노란 빛의 네모는
누군가가 있는집의 창문이다.
환하게 불켜진 창문에서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다.

윤성희 소설가의 이야기에는 사람이 있다.
비범한 영웅이나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너무나 생생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평범하다는 통념에 근접하지만
나는 그들의 삶을 그렇게 무심하게 단정할 수 없다.
<상냥한 사람>의 주인공 형민은
아역배우였던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38년후 텔레비전 프로그램 '그때 그 사람들'에
출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여러 인물로
가지를 뻗는다.
소제목도 없이 하나의 호흡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고 생생하다.
인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과하거나 말하지 않고
삶 그 자체를 충실하게 담아낸다.
슬픔과 기쁨, 성공과 실패, 시작과 끝.
반의어들의 교집합에 사람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에도 서사가 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렬하고 긴장감을 주는 극적인 서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생각하는 소설이다.
거울을 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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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자서전 틂 창작문고 1
김혜순 지음 / 문학실험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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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된다.최고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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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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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병든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듬지 못한채, 서로를 위로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각박한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책망하면서 병증은 더욱 깊어져 왔을 것이다. 이제 그 부담과 고통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는 우울증, 불안, 강박, 공황, 현실부정 등 마음의 병에 대한 진단과 사례들이 다뤄져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정신 분석 전문의 김혜남과 정신 의학 전문의 박종석은 의사로서 겪은 환자의 사례와 병명에 대한 진단을 통해 마음의 병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혜남은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책으로 심리학 서적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은 베스트셀러의 저자이다. 마음이 병든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버팀목이 되어 주는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신뢰감을 준다. 또한 박종석은 30대의 젊은 의사로서 자신이 삶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열어준다. 어쩌면 책 제목인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는 그가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는 제목은 괜찮지 않음을 전제한다. 사실상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화를 내고 상처받고 두려워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과거에 어떤 지점들에서 서성이며 ‘그때의 상처에도 병명을 붙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나에게도 우울과 불안 외로움과 현실 부정과 같은 부정적인 상태에서 방황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 책을 만나 나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예견할 수 있는 힘든 상황에서도 이 책을 다시 펴보며 힘겨운 마음을 다독이고 보듬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마음의 주치의와도 같은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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