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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붕대 스타킹 ㅣ 반올림 31
김하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7월
평점 :
열일곱 살 선혜에게 가해진 성폭행 미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얼음붕대 스타킹'
“무슨 일이 있어도 두려워하면 안 돼!”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외침에 따라 가까스로 성폭행은 피했으나
알지못하는 사내로부터 당한 폭력적이고 굴욕적인 기억의 굴레에 갇힌 선혜는
마음 뿐 아니라 몸도 스스로를 두꺼운 스타킹 속에 가두어 버립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밀에 부쳐 두었던 불운한 사고에 대한 소문이 학교 안에서 떠돌고
그에 그치치않고 성폭행 사건이라고 부풀려 퍼져 나가자
숨기고 싶던 진실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던 선혜는 날씨와 상관없이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추위에 시달리게 됩니다.
한여름의 더위가 덥쳐도 온몸을 휘감는 냉기에 검정색 겨울 스타킹을 벗을 수 없었답니다.
선배 민석이 자신에게 따뜻한 봄을 가져다 줄거라 믿고 손을 내밀지만
선혜를 구원해주는 손길은 전혀 엉뚱한 데로부터 다가온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동네에 자라 요리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일과처럼 선혜네 슈퍼마켓에서 늘 바나나우유를 사 마시는 중학교 동창 창식
결정적 순간에 선혜를 위기에서 구해준 기억 속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던 창식입니다.
아무렇치않은 듯 일상처럼 점점 선혜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 창식 덕분에
선혜는 점차 스스로 자신이 가둔 얼음붕대 스타킹을 끊어버릴 용기를 얻게 된답니다.
'얼음붕대 스타킹'을 읽으며 저는 말 한마디가 가진 힘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무렇치않게 반복되는 일상의 심심함을 덜어줄 소문거리가 막상
누군가에게는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라면?
이 또한 익명의 누군가에게 던져지는 정신적인 폭력이 되겠구나 생각해보네요.
누군가는 아무렇치않게 던진 한 마디지만
그 아픔을 숨긴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무렇지않게 던지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뾰족한 화살이 되어 심장을 찌를 지도요.
반대로 특별한 뭔가가 아니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으려는 모습만으로도
용기를 얻고 스스로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에
상대를 이해하는 데는 특별함이 필요한 건 아니구나 싶어집니다.
특히 예민한 10대 때라면 말이죠.
내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려는 최소한의 몸짓,
그거야 말로 상대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는 게 아닐까하네요.
스스로 자신을 동여매고 있는 아픔의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는 용기도
그런 최소한의 몸짓이 격려가 되어 생기는 게 아닌가
얼음붕태 스타킹에 갇힌 선혜를 보며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