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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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으면서 유시민이란 사람을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처음 그를 알게 된 것은 참여정부시절 장관을 한 것에서 알았다. 그것도 제법 참여정부가 들어선지 몇 년 지난 상태였다. 그리고 그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정치적으로 아무 지식이 없던 나에게 그의 죽음은 큰 변화를 일으켰다.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와 지혜를 찾아가는 독서의 시작은 그 변화와 더불어 내 자신도 글에 대한 도전하면서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중에 <여보 나 좀 도와줘>가 있고, 그 후 그의 죽음 이후 또 다른 자서전 <운명이다>가 발간되었다.


<여보 나 좀 도와줘>는 노무현 본인이 직접 작성한 책이고, <운명이다>는 노무현 죽음 이후 그의 자필기록과 주변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자서전이다. <운명이다>의 저자는 노무현이겠지만, 엮은이는 유시민이란 작가였다. 글을 읽으면서 노무현이란 인물을 찾아가지만, 한편으로 유시민의 마음 역시 알아갈 수 있었다. 어렵지 않은 문체와 매우 정적인 감정을 실은 <운명이다>는 나중에 가서 어느 청년의 죽음에 큰 파장을 주었다. 글이란 것이 정보와 지식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큰 감동 또는 슬픔을 줄 수 있다는 그때 나는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잡고 읽는 순간, 나에게 글이란 것은 무엇인가? 라고 다시 반문해본다면 과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유시민의 경우 인생에서 투쟁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시작했다면, 나는 내가 느끼는 갈증과 불안 그리고 마음 속 깊이 잠들어 있는 불만이 기반이라 할 것이다. 내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만의 세계이나,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내 감정만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왜 그런지를 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만의 세계에 탐구해야 했다.


탐구에서 무턱대고 고민하고 상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것은 더 답답함이다. 물론 지금도 책을 읽고 글을 써도 뭔가 풀리지 않은 현실에서 답답한 마음이 오겠지만, 적어도 그 감정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발전인 것 같다. 나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것에서 나만의 입장과 생각으론 타인과 대화가 성립될 수 없다. 때로는 남들과 동등한 지식이 필요하고,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지식과 판단력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글쓰기란 결국 세상에 대한 나의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투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그 대상만 집중하는 게 아니다. 그 대상에 대하여 전후적인 관계를 따져 이것이 어떤 경위로 이렇게 되었는지, 그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점이다. 내가 보는 대상이 책, 영화. 만화 또는 세상의 어떤 일이어도 그것들은 자발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관계적인 요소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시 만들어갈 뿐이다.


글이란 그 관계적 요소를 들여다보고 하나의 구조로서 재조립할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글을 잘 적어도 그 의미와 내용이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글이 되지 못한다. 내가 주장하고 의미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그것은 의미 없는 소모에 불과할지 모른다. 모든 글은 그렇지 않겠지만, 적어도 대다수 사람들에게 전달하고픈 글이라면 그럴 것이다. 왜 유시민은 <운명이다>를 저술할 때 사람들이 읽히기 좋은 글을 적었을까? 상대방에게 노무현이란 인물이 살아온 삶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글을 적을 때 그 주제에 대한 전후관계를 잘 전달하기 위해선 글을 잘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점은 글을 쓰는 주제란 반드시 대중들만이 아니라 어느 특정 대상을 지정하는 내용이 많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은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하거나 또는 뉴스나 미디어를 조금이라도 접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분야가 많다. 예술, 문학, 철학, 과학 등등 수많은 학문과 문화적인 대상들은 우리가 있는 것조차도 모른다. 그런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의 전달하게 해주는 글 쓰는 방법과 상대방에게 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전후관계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런 글쓰기를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와 스스로 글을 적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돈이 많고 적음에 자신의 삶마저 흔들리는 운명에 놓여있지만, 적어도 글 쓰는 세계에 모두가 자유로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있고, 14일 안에 어떤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자유로운 사고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누군가 윗사람에게 이의와 의문을 제기하면 그 사람은 나쁜 쪽으로 찍히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 입지가 더 높은 사람에게 모든 발언만 넘겨준다면 그 사회는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기란 어렵다. 그래서일까? 한국 사람들이 글 쓰는 것이란 상대방과 교류보단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방법이 높은 것 같다. 물론 그런 방식은 나도 과거에 많이 이용한 적이 있었다. 어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이 요구된다. 적어도 그 글이 논문이나 비평 수준이 아닌 이상 너무 어렵게 들어갈 이유는 없다.


물론 토론과 글 쓰는 대상이 제법 난해하고 어려운 주제라면 그 난이도에 맞추어 적을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문영역이란 일반 대중에게 특별한 만남이 없을 것이다. 설사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문화적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글을 나만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는 것은 바르다. 어려운 단어보단 쉬운 단어로, 이국적이고 어색한 수식어보단 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 바람직하다. 대신 사투리 같은 경우 우리의 정통언어이니 글에서 제외될 수 없을 것이다. 지나친 민족의식보단 어느 글 소재가 그 사투리 사용이 적당하면 쓰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약간 조심스러운 것은 표준어는 모두에게 통용되나 사투리나 고유어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투리와 고유어가 사라지는 현실이 다소 아쉽다. 글의 주제가 그런 영역에서 많이 나오면 다행이나, 그럴 기회는 많지 않다.


지금 리뷰를 적으면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제시된 예시처럼 적기가 쉽지 않다. 글을 쉽게 적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방법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단어 선택은 쉽게, 문장의 길이를 길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글이란 그 사람의 성향과 기질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당장 고쳐지는 것은 어렵겠지만, 글 역시 사람이 스스로 수련하면 그 성과는 분명히 본인에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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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4-0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꼼꼼히 읽어 볼께요.^^

만화애니비평 2015-04-07 22:59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해요

뒷북소녀 2015-04-0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 그랬어요. 이 모든 걸 염두에 두고 리뷰를 쓰자니, 더 안 써지더라구요.^^

만화애니비평 2015-04-09 08:25   좋아요 0 | URL
뭔가 말하고 싶고, 뭔가 생가할 것은 많은데 쉽게 적을 수 없었던 리뷰였습니다.

yureka01 2015-04-0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이 책은 뭔가 유시민의 까기가 은근히 녹아 들었습니다.
아마 맺힌 게 많았을 겁니다.
결국 글 쓰기 위해서는 책 많이 읽어라 더군요. 문제는 책을 읽으라 이말의 반대는 왜 책을 않읽어서 이지경이냐..라는 뜻이 언듯 스치더군요...
순전히 추측이긴 했습니다만 그런 뜻도 일부나마 담겻지 않을까 싶었습니다.이건 작가에게 물어 봐야 겟지만 아마 귓속말로 유시민이 고개 꺼덕 할 것만 같은...
언제 만나게 된다면 꼭 여 쭤 보고 싶어요.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5-04-09 08:26   좋아요 0 | URL
제가 제일 기억나는 것은 역시 Context 전후맥락이란 점이죠.
글쓰기에 쉽게 적고 표현방법을 잘 고려한 이유는 바로 전후맥락인데
전후맥락을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결국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이죠.
이해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대충 의미를 가지고 쓸 수밖에 없으니깐요.

뒷북소녀 2015-05-1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만화애니비평 2015-05-11 18: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당

스닐 2015-05-2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해되기 쉽게, 읽기쉽게 참고하겠습니다. 감사!!

만화애니비평 2015-05-25 13:07   좋아요 0 | URL
덧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