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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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 대학의 마이클 포스너 교수가 실시한 한 연구는 무언가 집중하고 있다가 방해를 받을 경우 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24

집중력 문제는 사회 전체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우리는 기후 위기 같은 전례 없는 걸림돌과 장애물에 직면해 있으며, 이전 세대와 달리 이 같은 심각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집중력이 떨어지면 문제 해결 능력도 저하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진자 문제를 파악해 공상과 구분하고, 해결책을 떠올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민의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한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를 만들 능력을 잃게 된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단순한 권위주의적 해결책에 쉽게 이끌리고, 그러한 해결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P25

현재에 존재하는 나, 바로 지금의 나는 더 심오한 목표를 좇고 싶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자신이 실수를 할 수 있고 유혹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미래의 나를 구속한다. 선택지를 좁힌다. 돛대에 자신을 묶어 놓는 것이다. - P37

정보량의 증가가 전 세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솓고는 기분을 좋게 해주는 면이 있습니다...우리가 속도에 빠지는 건 그게 좋기 때문이기도 하잖아요. 온 세상과 연결되었다고 느끼고, 어느 주제에 관해 무엇이든 알아내고 배울 수 있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점점 진이 빠지게 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모든 것을 다 따라잡아야 하고 늘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면 깊이를 가질 시간이 없어요. 관계에서의 깊이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필요해요.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죠...깊이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악화되고 있어요. 그게 우리를 점점 더 표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고요." - P52

잠든 사람은 돈을 쓰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아요. 아무 상품도 소비하지 않고요....지금의 경제체제는 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집중력 부족은 로드킬일 뿐이에요. 그저 사업의 대가일 뿐이죠. - P118

우리는 책에서 화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책에서 나오는 더 깊은 형태의 읽기 능력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책을 더욱더 안 읽게 되었다. 몸무게가 늘면 운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 P127

가장 깊은 층위의 사고가 점점 더 적은 사람에게만 가능해져서 마침내 오페라나 배구처럼 극소수의 취미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 P128

신기술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새로운 규칙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매클루언은 정보가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방식이 정보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텔레비전은 우리에게 세상은 빠르고, 중요한 것은 표면과 겉모습이며, 세상만사는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가르친다. - P129

말할 가치가 있는 내용 중 280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드물다. 어떤 생각에 대한 나의 반응이 즉각적일 때,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수년간 전문 지식을 쌓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그 반응은 얄팍하고 별 볼 일 없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즉시 나에게 동의하느냐 아니냐는 내가 하는 말이 옳은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세상은 복잡하며,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이해 가능하다. 세상은 천천히 사고하고 파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진실은 처음에는 인기를 얻지 못한다. - P131

독서는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이다. - P135

이 웹사이트들은 개인의 집중력을 망친다. 그다음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괴한 거짓 정보를 가득 채워 넣어서 자기 존재에 대한 진짜 위협과 존재하지도 않은 위협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어떤 국가든 이러한 거짓 정보에 오래 노출되면 분노와 비현실 속에서 길을 잃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곧 거리와 하늘이 실제로 더 위험해진다는 뜻이며, 이로써 우리는 과도한 각성 상태가 되고, 이 상태는 우리의 집중력을 더욱더 망가뜨린다. - P217

우리에겐 가고 싶은 목적지가 있어요. 그런데 소셜미디어는 대부분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가지 않아요. 우리가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죠. 소셜미디어가 정보 공간이 아닌 물리적 공간에서 우리를 안내했다면, 우리는 이걸 계속 사용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자체로 결함이 있으니까요." - P218

그가 깨닫게 해준 것은 우리의 집중력을 되찾으려면 물론 개인적 해결책을 취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다수가 이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고 있는 세력에 함께 맞서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 P241

우리는 어디에서나 정치적 체념이 느껴지는 문화에 살고 있다. ...... 정치적 비관주의는 사람들이 순전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해결책에 매달리게 만든다. - P259

과각성(hypervigilance)은 본질적으로 가는 곳마다 곰을 찾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초점은 잠재적 위험의 단서에 맞춰져 있어요. 현재 일어나는 일을 느끼거나, 배워야 할 수업을 듣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요. ‘그러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위험의 단서나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죠. 초점이 거기에 가 있는 거예요. - P274

네이딘은 자신이 집중력에 관한 핵심 사실을 발견했다고 믿었다. 그 사실은, 평상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으려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 P276

네이딘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의 규모만큼 그들에게 제공하는 수단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 P279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더욱 오래 일한다. 내가 뉴욕 북부 로체스터 대학에서 인터뷰한 심리학 교수 에드 데시는 오늘날 근무시간이 1969년에 사람들이 정규직 일자리로 여긴 근무시간보다 1년에 한 달이 늘어났음을 입증했다. 캐나다의 보건 당국은 자국민이 근무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연구하기로 했다. 100곳이 넘는 일터에서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사람들의 근무 방식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자세한 자료를 만들어냈다. 이 자료는 근무시간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이 더욱 산만해지고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이러한 업무량은 지속 불가능하다." - P286

많은 사람이 소진될 때까지 일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 칭한다. 갈수록 빨라지는 속도의 토대 위에 있는 문화에서 속도를 줄이기란 힘든 일이며, 우리 대다수가 그렇게 할 때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모두 함께 사회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P301

듣기 좋은 자기계발 강의로 연결 끊기의 장점을 알려주는 것은, 그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 P305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집중력 문제를 겪고 ADHD를 진단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대체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앨런이 말했다. "문제가 퍼져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P353

ADHD를 일으키는 요소를 장기적으로 연구한 앨런 스루프도 똑같은 말을 했다. "유전자는 진공 상태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유전자 연구에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 유전자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발현된거나 발현되지 않는다." - P366

집중력의 세 가지 형태는, 첫째 즉각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스포트라이트, 둘째 시간이 드는 장기적인 목표에 적용할 수 있는 스타라이트. 이 집중력의 이름이 스타라이트인 이유는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별을 올려다보면 자신이 향하던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층은 애초에 자신의 장기적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 형태인 햇빛, 데이라이트이다. 제임스가 이러한 집중력에 데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눈 앞의 광경이 햇빛으로 가득할 때에만 주변 상황을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 P410

데이라이트의 상실이 ‘가장 심각한 형태의 산만함‘이며 심지어 우리가 ‘분열되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데, 잔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정신적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 우리가 별빛과 햇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찰과 공상, 사색을 지속할 때뿐이다.... 우리는 자신의 빛을 잃고 있다. - P410

우리의 집중력이 잘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려면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이 배회할 공간을 마련하고,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 P420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기 때문에 차단해야 할 것들도 있다.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로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이 그러한 것들이다. - P420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안다.
첫째,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해야 한다. 둘째,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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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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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문제를 인식하고 숙고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자원을 동원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까‘를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떻게 푸는지를 가르치죠. - P64

제가 대가들과 조금 깊이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데, 대가인데 이런 것도 모르나 싶을 만큼 그분들에게도 구멍이 있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있다고 봅니다. 대가는 능력이 출중해서 하나씩 쌓아가면 지금의 자리로 올라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도 꼭 완벽하지는 않다는 제 나름의 확신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공부의 구성 요소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젊은 친구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 - P83

공부란 결국 호기심이 권하는 곳으로 뱃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P86

뭐든 한참 하면 엉성한 곳들이 슬금슬금 메워지더라고요. - P86

제 답은 하나죠. 마감 1주일 전에 미리 끝냅니다. 마음에 엄청난 평안을 줘요. 결과물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요. - P104

우리나라 고등 교육이 가르치고 있고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방향이 별나게 창의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학 문턱을 넘은 학생들에게 성실과 지식을 채울 수 있도록 양적으로라도, 공부를 많이 시키는 틀을 갖춰야죠. 적어도 많이 하는 분위기는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 P130

삶이란 게 그래요. 함께하는 일을 열심히 해도 자기 일을 못 챙기면, 나중에 상대가 나보다 더 잘나갈 때 상대에게 "너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라는 말을 듣는 험한 꼴을 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것은 열심히 챙기면서 같이 일할 때 얌체처럼 굴면 동반추락하고요. 이 둘을 어떻게 잘 조율하느냐가 인생이죠. - P133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한동안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독서를 하자는 말까지 버젓이 권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아주 말랑말랑한 책만 팔렸죠......책은 우리 인간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발명품인데, 그 책을 취미로 읽는다? 이건 아니죠.
독서는 일입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져요. 책은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도 최악의 발명품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공략해야죠... 어느 순간 그 주제가 내 지식의 영토 안으로 들어와요. - P144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우리가 모든 현상이 시간 속에 변화하며 존재하는 본질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여지는 현상을 대상화하고, 권력의 주체를 의인화하면서 오히려 내 권리를 놓치고 있다는 걸 모르며 살아간다고 할까요. - P165

경험이 인생에 길 하나를 내는 셈이네요. - P179

엄마 침팬지는 새끼 침팬지를 가르치지 않아요. 가르침은 없습니다. 배움만 있어요. 새끼 침팬지는 옆에서 그냥 보고 배워요. - P231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휠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텐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라고 말했다지요.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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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힘이 된다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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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하나의 여행이 온전하게 소설로 담겨져 나오는 수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 또한 삶의 필요가 먼저였고 소설은 의외의 부산물인 경우에 불과했다. 성실하게 삶을 더듬다보면 운좋게 주어지는 그런 부산물. - P200

한 시인의 말처럼 어차피 고통은 이 세상을 사는 인간들이 지불하는 월세 같은 것일진대 견디어 누르고 있으면 제 압력으로 솟아나오는 뿌리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이제는 그런 것들까지 폐기 처분되는 시대라고 믿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P202

기억에 대한 배신이 어디 이번 뿐이던가. 추억의 영상은 한 번 저장되었다고 해서 움직임을 멈추고 각인되어지지 않는다. 저장된 그 순간부터 기억은 혼자의 힘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그러하여 나중에는 처음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영상으로 바뀌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때로는 기억과 현실을 맞추려는 덧없는 노력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사람들은 가끔씩 지금 보고 있는 것보다 이전에 보았던 기억을 더 신뢰하고 그것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자 하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 P213

실마리만 풀어주면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기억이 얼마나 많은가.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헝클어지는 것이었다. - P229

...머릿속에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굼뜨고, 그러기 시작하면 인생은 망하는 겁니다. 그럼요, 자신할 수 있어요. 너무 많이 가지면 걸그적거린다, 이 말입니다.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죽을 수도 없다니까요. - P251

...머리는 즉시 즉시 청소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알맹이를 발견했을 때 얼른 쓸어담지요. 곰팡이가 가득 차기 시작하면 정말 끝장이에요. - P251

"난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때려쳤어요. 도대체 뭘 배우라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드라구요. 보세요. 그 따위 자잘한 셈본이나 배우고 현미경으로 눈에 뵈지도 않는 벌레나 쳐다본다고 세상 사는 이치를 터득할 수 있겠어요? 아주 꽉꽉 막혔어요. 어떻게 해볼 수도 없을 만큼. 이러다 영 바보되겠다 싶어서 그 당장 집어쳤지요. 그뒤로 충고하기 좋아하는 사람마다 그러는 거예요. 검정고시라나, 뭐 그런 것도 있다구요. 젠장, 새삼스럽게 허접쓰레기를 채워 죽도 밥도 안 되면 그 사람들이 내 인생 책임집니까.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한 짓이에요. 넓은 세상 어디든 뛰어들어 북대기 치다보면 막힌 머리도 확 뚫리게 돼 있다구요. 그게 진짜예요. 살아 있는 거지요. 팔십을 산다해도 못 해보고 죽을 일이 수두룩한데 끝도 안 보이는 그짓을 왜 하겠어요. 그거, 중독되는 거 아닙니까?" - P252

"그거 중독되면 평생 돌다리 두들기다가 인생 재미 하나 못 누리고 황천가는 거예요. 거기 가면 염라대왕이 뭐랠 줄 아십니까. 너 이놈들, 한평생 기회를 주었는데도 고작 그것만 맛보고 들어와? 에이, 뜨거운 맛 좀 봐라! 이러면서 화탕지옥에 빠뜨리는 겁니다. 펄펄 끓는 물에 집어넣는다 이 말이지요." - P252

매표구에서의 찰나가 그렇게 매정한 선을 그어버렸음을 깨달은 뒤에도 나는 행운보다 기묘한 두려움을 느꼈었다. 언제 어느 순간 내앞에 선이 그어져버릴지 아무도 모른다. 우연히 행운이 왔다면 불행도 똑같은 모습으로 올 것이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우리는 거부할 수도 없다. - P267

전에는 스물 두어살의 그 또래 처녀들을 보면 지나간 나의 젊음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딸이 자라면 저런 모습이 될지 그런 것을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나를 포기했다. 나는 과거의 사람이라는 것을 수궁했다. 그래도 미래가 이토록 중요한 것은 자식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은 희망의 담보물이다. 희망이 경매 처분되는 것을 한사코 막아야 하는 것은 자식을 맡겨놓은 인간의 업보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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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을유세계문학전집 48
조지 오웰 지음, 권진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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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시계 종소리를 들으면 기운이 다시 나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도 듣지 않을 진실을 말하는 외로운 유령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한, 어떤 미약한 방식으로든 연속성은 깨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없다 해도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유산을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 P41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그리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하지만 과거는 본질적으로 변경 가능하지만, 절대 변경된 적이 없었다. 현재의 진실이 영원히 진실이다. 원리는 간단했다. 끝없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기억만 정복하면 되는 것이었다. - P51

‘방법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유는 이해할 수가 없다.‘ - P108

"누군가에게 보여 줄 용기가 있었다면 여기저기 의심의 씨앗을 뿌렸을 수도 있었겠죠. 우리 생전에 무엇이가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조그마한 저항의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 사람들이 함께 작은 조직을 형성하고, 그것이 점차 자라나서 심지어 얼마 안 되는 기록이라도 후세에 남기게 된다면, 다음 세대는 우리가 못다한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 P207

그녀와 이야기하면서 그는 정통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겉으로는 정통주의자처럼 구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깨달았다. 어떤 면에서는 당의 세계관은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먹혔다. 그들은 현실에 대한 가장 극악무도한 침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에게 얼마나 엄청난 것이 요구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공적 사건에 관심이 없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했다. 그저 무엇이든 다 삼켜 버렸고, 삼킨 것들은 그들의 몸에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았다. 한 알의 옥수수가 소화되지 않은 채 새의 몸을 빠져나가듯이, 그들의 몸 안에 아무런 찌꺼기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 P208

<과거의 사건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문자 기록과 인간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남는다고, 당은 주장한다. 과거는 기록과 기억이 동의하는 것들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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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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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제적 성공에서 행운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행운을 수치화하는 것은 어렵고, 또 누군가의 성공이 행운 덕분이라 암시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은연중에 성공의 한 요인으로 행운을 무시하는 입장을 취하곤 한다. - P53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내가 가진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걸 이유는 전혀 없다.‘ - P75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아마 두 가지는 서로 함께 갈 것이다. 또래들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더 힘들게 노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다. - P76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 버핏의 순자산은 845억 달러다. 그 중 842억 달러는 쉰 번째 생일 이후에 축적된 것이다. 815억 달러는 그가 사회보장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된 60대 중반 이후에 생긴 것이다.
워렌 버핏은 경이로운 투자자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모두 투자 감각 덕으로만 돌린다면 핵심을 놏치는 것이다. 성공의 진짜 열쇠는 그가 무려 75년 동안 경이로운 투자자였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30대에 투자를 시작해 60대에 은퇴했다면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 P89

또 등장한다. 생존. 모리츠 역시 ‘생존‘을 언급했다. ‘성장‘이나 ‘머리‘, ‘통찰‘이 아니다. 전멸하는 일 없이, 포기하는 일 없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능력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투자든, 커리어든, 사업이든, 상관없이 생존이 여러분의 전략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 P105

롱테일의 수학적 원리를 이해한다 해도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절반을 틀려도 여전히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많이 실패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뜻이고 우리가 이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했을 때 과잉반응을 보이게 된다. - P121

현대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성공한 척 흉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는 구매하지 않은 좋은 차와 같은 것이다.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다. 차지 않은 시계, 포기한 옷이며 1등석 업그레이드를 거절하는 것이다. 부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 P163

실제로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위한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다. - P236

매몰 비용은 사악한 역할을 한다. ‘미래의 나‘를 ‘과거의 나‘의 포로로 만든다. 이는 마치 낯선 사람이 나 대신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249

투자에서 변동성은 거의 언제나 수수료이지 벌금이 아니다. 사장수익률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장수익률은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요구한다. 이 수수료를 내라고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디즈니랜드에 가라고 강요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입장료가 10달러 정도인 동네 행사에 가거나 아무 돈도 내지 않고 집에 있는 방법도 있다. 그러고도 여전히 좋은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통은 지불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수수료는 현금이나 채권 같은 값싼 공원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입장료다. - P263

남들이 자동차, 주택, 옷, 휴가에 얼마를 쓰는지는 볼 수 있어도 그들의 목표, 걱정, 포부가 무엇인지는 볼 수 없다. ...중략... 그와 나의 스타일이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이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꽤나 오랜 세월이 걸렸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설득당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라. 그렇게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알면 놀랄 정도다. - P279

주식 시장과 경제를 예측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에는, 세상이 당신생각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당신밖에 없는 탓도 있다. - P319

나는 내 결정의 흠결을 지적하는 사람들, 혹은 절대 나와 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굳이 내 결정을 방어하려들지 않는다. 이론상으로 따지면 방어할 수가 없는 결정이다. 다만 우리 가족에게는 맞는 결정이다. 우리는 이 결정이 마음에 든다. 이것이 중요하다. 좋은 의사결정이 언제나 이성적인 의사결정은 아니다. 살다 보면 행복할 것인지 ‘옳을‘ 것인지 둘 중에 선택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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