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긴장감은 사적 공간을 침해받는 데서 발생한다. 주인공인 목수는 주변 사람들과 말을 하다가 갑자기 반말을 하고 주변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서 지낸다. 목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적인 것을 물으며 심리적인 공간을 침해한다. 이 모든 일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은근슬쩍 일어나는데 상대방이 내 공간을 침해받는다는 걸 의식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가 나중엔 불쾌해하며 밀어낸다. 악의 없이 일어나는 일(그렇기에 악의를 느끼지 않고 받아들였던 일)이 진행되다가 받는 쪽이 불쾌감을 느끼자 악의를 가진 일이 되어버린다.


사람은 자기 주변에 일정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안전하다고 느낀다. 친밀한 관계에선 이 공간의 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 나는 친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상대는 친밀하다고 생각해서 공간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면 긴장감이 생기고 충돌하는 것이다. 반말, 사적인 질문, 충고처럼 사적 공간을 침해하는 말. 고민을 토로하는 것처럼 사적 공간을 열어두는 말. 욕, 경고, 호통처럼 사적 공간을 침해한 상대를 밀어내는 말. 인물들의 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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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Looking for America
ECM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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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라 블레이의 <Looking For America>. 빅밴드가 미국국가를 연주하는 게 인상적이다. 국가행사나 스포츠 경기에서 연주하는 국가가 아니라 재즈로 재해석된 연주인데 2번 트랙 ‘The National Anthem’의 부제는 ‘OG Can UC?/Flags/Whose Broad Stripes?/Anthem/Keep It Spangled’ 이고, 미국국가인 ‘The Star-Spangled Banner’을 분절해서 연주하고 있다. 연주는 장엄하지만 펑키한 리듬이 들어가 있는 데다 스윙감이 느껴져서 흥겹고 재밌다. 연주에서 관현악기가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낸다. 어쩌면 이것은 일치된 목소리 속에서 기억해야 할 다른 목소리, 큰 목소리 속에서 귀 기울여야 할 작은 목소리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빅밴드가 일치된 소리로 연주하는 것은 미국국가이고, 불협화음을 내는 다른 소리가 연주하는 것도 미국국가라는 것은 목소리는 다를지언정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는 뜻이라고.


한국재즈 뮤지션도 이런 앨범을 내면 좋겠다. 이미 이런 연주를 했는데 내가 과문해서 모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애국가를 재즈식으로 해석하여 재즈 뮤지션이 한국사회에 대해 느끼는 생각을 애국가에 투영한다면 정말 재밌는 연주가 나올 것 같다. 애국가, 군가, 교가, 찬송가, 운동가, 응원가. 무리는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지만 누군가는 무리와 다르게 노래부른다. 무리가 가진 마음과 다른 마음으로 노래를 대할 것이고 때로는 노래 부르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래는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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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arvin Gaye - Greatest Hits Live In '76
마빈 게이 (Marvin Gaye) 노래 / Universal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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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게이의 1976년 암스테르담 라이브를 오디오로 듣고 너무 좋아서 유튜브로 찾아 들었다. 영상 속에서 Let's Get It On, What's Going On,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을 부를 때 마빈 게이는 위아래로,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관객은 간헐적으로 함성을 질렀는데 자세히 보니 그의 몸짓, 손짓에 맞추어 관객이 반응하는 것이었다.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편안하고 즐겁다. 왜 그럴까 궁금해하다가 그가 리듬을 타는 것에 생각이 이르렀다. 그가 리듬을 탈 때 그것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가 아기를 등에 업어 재우는 것 같기도 하다. 일부러 힘을 주지 않고 심장 박동과 체온과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부러 힘을 주지 않는다는 것인데 일부러 힘을 주었다가는 억지로 사랑을 강요하는 폭력이 될 것이고 엄마 등에 업힌 아기는 울 것이다. 오디오로 노래를 들을 때는 그가 온몸을 흔든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노래가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그가 몸으로 리듬을 탈 때 거기서 노래는 시작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최고의 악기는 몸이라고 마빈 게이가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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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Brothers In Arms - 20th Anniversary Edition [SACD Hybrid]
다이어 스트레이츠 (Dire Straits) 노래 / Mercury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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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제목을 한글로 번안해서 부르곤 했던 1980년대에는,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팔 안의 형제들> 진짜 좋아. 라는 말이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이라면 <Brothers in Arms>. 개조아. 씹명반이야. 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앞으로는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하다. 좋다는 의미는 변함이 없겠지만. Your Latest Trick 에서 마이클 브레커의 색소폰과 Why Worry 에서 마크 노플러의 기타는 눈물이 날 정도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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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Jim Hall & Pat Metheny
TELARC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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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홀과 팻 매서니의 기타는 이 세상의 고요한 것들과 같은 선에 놔두어야 할 것이다. 바람에 은은하게 흔들리는 풍경, 귀뚜라미가 우는 깊은 밤, 산중의 깊은 호수,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 차를 따르고 향을 맡고 입으로 가져가자 웃음 짓는 입술.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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