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Top Drawer
Concord / 198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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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드러운 것의 목록을 나열해보자. 카푸치노의 크림, 솜사탕, 아기의 볼,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밀어... 그 목록에 멜 토메의 노래를 추가해야할 것이다.


멜 토메는 조지 시어링과 많은 앨범을 만들었다. 콩코드 레코드사에서 6개를 만들었나. 8개를 만들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그 모두가 명반, 명연주로 알려져 있다. 조지 시어링의 부드러운 피아노와, 그 보다 더 부드러운, 멜 토메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평소의 익숙한 사물들도 동글동글하게 곱게 뻣뻣하지 않게 느껴진다. 멜 토메의 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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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그림자
조지 아키 카우리스마키 (Aki Kaurismaki) 감독, Kati Outinen 외 출 / 미디어포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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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카우리스마키 <천국의 그림자>에서 인물들의 표정과 음악이 흥미로웠다. <천국의 그림자>의 인물들은 무표정하다. 화를 낼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모두 표정이 없다. 이 영화엔 음악이 비중 있게 사용된다. 가사가 있는 음악도 있고 가사가 없는 음악도 있는데 장면마다 나오는 이 음악들은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고 행동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인물들이 무표정하게 있는 것은 이들이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상처를 받아 세상에 믿음을 잃었을 때, 또 희망을 잃었을 때 인간은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무표정한 얼굴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겠다는, 그래서 나를 보호하겠다는 보호색과 같은 것이니 말이다.

해고 당할까봐 두려워 하고 해고를 당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담배와 술을 끊임없이 입에 대는 것을 보면 인물들의 상처는 경제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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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호텔의 야간배달부
릴리아나 카바니 감독, 샬롯 램플링 출연 / 키노필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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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형태는 여러가지이기에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릴리아나 카바니의<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에 나오는 사랑을 사랑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우슈비츠 나치 장교한테 성노리개가 되었던 여성이 전쟁이 끝난 후 우연히 나치장교를 다시 만나자 가정도 버리고 그를 따라 나서다가 같이 죽는다

이 영화가 개봉된 뒤 아우슈비츠 피해자 단체에서 항의했다던데 이해가 된다. 나치장교는 다만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데 여성을 이용했을 뿐이니 아우슈비츠에서 여성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할 수 없고 로맨티스트라고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어떤 사랑이든 인간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있으면 형태가 어떻든 사랑이고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 아니다.

이 영화에선 반라의 여성이 나치장교들 앞에서 춤추는 장면, 팬티만 입은 남성이 나치장교들 앞에서 춤추는 장면, 딸기잼을 손으로 퍼먹으며 입술에 묻히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은 관객의 관능을 자극하기 위해 그런 것들을 만들었겠지만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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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국 <효자>. 죽은 엄마가 좀비가 되어 가족에게 돌아왔다. 왜 돌아왔나. 엄마가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인데 자녀들도 좀비가 된 엄마를 보며 엄마가 자신한테 주었던 사랑을 깨닫는다. 이 영화에서 플래시백이 자주 등장한다. 플래시백은 엄마에 대한 기억. 엄마로 인한 슬픔, 기쁨같은 정서를 보여준다.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엄마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장면도 플래시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좀비가 된 엄마가 행동하는 이유, 좀비가 된 엄마를 자녀들이 집에 모시는 이유를 알게 된다. 인물들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플래시백은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한다. 초중반부에선 좀비가 된 엄마, 그런 엄마를 집에 모시는 자녀들의 이야기가 미스테리하게 펼쳐진다. 관객은 그 이유를 막연하게 추측하게 되는데 영화 후반부에 플래시백을 통해 엄마가 자녀를 사랑했다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가 된다. 좀비가 된 엄마와, 그를 대하는 자녀를 보고 관객이 품는 생각은 플래식백을 통해 강화될 수도 있을 것이고 반전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플래시백을 영화의 후반부에 배치하는 것은 긴장감과 감동을 주는 의미가 있다.

영화에선 CCTV도 등장하는데 이 또한 플래시백과 같은 기능을 한다. CCTV는 고장이 났다가 영화 후반부에 수리가 되어 작동을 한다. CCTV가 고장이 났을 때 긴장감이 커지고(비밀이 유지되고) CCTV가 수리가 되었을 때 감동을 준다.(비밀이 드러난다.)

플래시백이 많이 등장하니 영화가 설명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영화가 연극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플래시백과 같은 기능을 하는, CCTV, 인물이 다른 인물한테 설명하는 장면까지 포함하면 플래시백은 정말 많다. 내가 감독이었다면 플래시백을 덜 사용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떻게 긴장감과 감동을 만들 것인가.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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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Weather Report - Live In Tokyo [2CD]
웨더 리포트 (Weather Report) 연주 / Music On CD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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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락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시끄러운 소음이 품고 있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가 분출될 때의 쾌감이라고 답할 것이다. 다른 말로, 락에는 저항정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아방가르드 재즈에도 같은 의미를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시끄럽고 이해할 수 없고 불편할 수록 아름답다.

웨더 리포트의 <Live In Tokyo> 앨범을 듣고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웨더 리포트가 재즈-락 퓨전 연주, 아방가르드 연주를 했을 때 그 음악은 시끄러웠지만, (오디오 볼륨 줄여. 혼자 방에서 들어. 라고 말한 사람이 여럿이었다...) 이 의도된 불편함이 내게는 아름답게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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