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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평점 :
<컬트>는 사이비 종교 교주들이 어떻게 유년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악행을 저질렀는지 서술하고 있지만 내가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교주의 추종자들이 교주를 왜 도왔는지였다. 아무리 사이비 종교 교주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추종자가 없이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누구는 추종자가 되고 또 누구는 추종자가 되지 않는데 왜 그런가. 추종자는 왜 추종자가 되었나.
<컬트>에서 추종자들의 이야기는 챕터마다 조금씩 언급될 뿐이었는데 공통적으로 추종자들은 외롭고 불안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기댈 곳을 찾고 있었고 교주는 위로하는 척 공허한 마음에 자리 잡았다. 예언을 하고 기적을 보여주는 것이 이들의 마음을 뺏는 시작이었다. 그 예언은 의도된 것이기도 했고 (교주가 피해자에 대해 미리 조사를 했다.)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이기도 했다. 추종자들은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교주가 알아맞추고 고민이 해결되자 교주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재산과 몸을 바치면서 교주의 범죄에 동참하기에 이르렀으니 추종자들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추종자들의 공허함, 외로움, 불안, 슬픔, 분노에 사회가 귀를 기울였더라면 추종자들이 사이비 종교 교주에게 기대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저자는 사이비 종교 교주들한테서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 범죄들을 이상한 놈이 일으킨 이상한 짓으로 결론 내면 안 될 것이다. 이 범죄의 기저에는 사이비 종교 교주의 끔찍했던 유년시절과, 추종자들의 공허함, 외로움, 불안, 슬픔, 분노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관심한 것을 보라. 돈에 집착하게 만든 가난을 보라. 그것들은 시대의 형상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