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Portraits
Chesky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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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가을의 징표를 도처에서 볼 수 있을텐데, 선선한 바람과 낙엽이다. 재즈곡 중에 찾아보니 Autumn Wind는 없어도 Autumn Leaves는 엄청나게 많았다. 가을이 왔다는 걸 알리는 건 선선한 바람이어도 가을의 얼굴은 낙엽이라고 재즈 뮤지션들은 생각하나 보다. 클락 테리의 <Portraits>를 듣다가 3번 트랙 Autumn Leaves에 이르러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이 얼굴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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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Backlash (Digipak)
프레디 허버드 (Freddie Hubbard) 노래 / Atlantic / 196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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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허바드의 <Backlash>는 들을 때마다 새롭다. 처음엔 이 앨범의 "Up Jumped Spring"을 아트 블래키 <3 Blind Mice> 앨범에서의 그것과 같이 들었다. 봄이 될 때마다 둘을 들었는데 <Backlash>에서 "Up Jumped Spring"은 흡사 새소리같은 플룻이 인상적이었고 <3 Blind Mice> 에서 "Up Jumped Spring"은 얼음을 깨는 듯한 아트 블래키의 드럼이 좋았다.


​그러다 이 앨범의 "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에 빠졌는데 스탠리 튜런틴이 연주한 동명 앨범에서의 그것과 비교해서 듣는 재미가 있었다. 둘다 소울의 정서를 드러내지만 스탠리 튜런틴은 템포가 느려 진했고,  프레디 허바드의 그것은 템포가 빨라 하늘 높이 솟구치려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오랜만에 다시 이 앨범을 들으니 "Echoes of Blue"가 귀에 꽂힌다. 연주가 표현하는 아방가르드한 정서가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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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저널 -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여행
존 스타인벡.로버트 카파 지음, 허승철 옮김 / 미행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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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후반 미국 신문에는 매일 러시아 기사가 실렸지만 그것들은 전부 스탈린, 러시아 군대, 미사일 실험 등에 대한 것이었고,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는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글이 없다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중략)...이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 또 어떻게 죽는지, 이 사람들은 무엇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지, 이들은 춤을 추고, 노래하고, 여흥을 즐기는지... 이런 것을 찾아 내고, 사진을 찍으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16

여행의 시작점에서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가 품은 생각은 모스크바-스탈린그라드-우크라이나-조지아로 다니면서도 끊이지 않아 이들은 러시아의 군사력을 묘사하는 대신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의 삶을 기록했다.

사회주의 원리에 따르느라 우스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 사회주의 사회 속에서 고도로 자본주의적인 사람들, 연극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 연극에 드리워진 우스꽝스러운 체제 이념 하지만 그 어떤 이념과도 상관없이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 전쟁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으로, 스탈린그라드 사람들이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에게 외국에서 우리 시민들에게 보낸 선물이 이러하다며 독일과의 전쟁에서 이긴 것을 자랑스러워하더니, 너희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써달라고 요청했을 때 존 스타인벡이 주저했다는 대목이었다.

그에게 어떤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는데, ‘우리에게 내내 떠오르는 것은 트랙터공장 용광로에서 일하던 강철 같은 얼굴들과 땅 밑 구멍에서 머리를 매만지며 나오는 소녀들, 저녁마다 아버지를 보러 공동묘지로 가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다. 이 모습들은 바보같은 우화적 모습이 아니었다. 바로 이 사람들이 공격을 당하고 성공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한 작은 사람들이었다.’ p219

존 스타인벡은 슬픔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하는 슬픔이고, 주목해야 할 것은 영웅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창녀의 외모를 언급하는 대목은 의외였는데 스며든 슬픔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존 스타인벡은 진보마초인가. 그렇다고 하더라 여행기를 관통하는 존 스타인벡의 시선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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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영화가 풍자적이다. 이 영화에 인상적인 장면이 많은데 특히 이병헌이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노래를 부르는 이병헌 뒤로 이병헌의 과거가 플래시 백으로 드러난다. 윤수일의 ˝아파트˝ 가사가 사실은 쓸쓸하다는 걸 생각하자 이병헌의 노래에 고난에 찬 삶의 비애가 배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클로즈업된 이병헌의 얼굴을 비추는 빛, 이병헌 주위에서 행복에 겨워 춤을 추는 주민들의 그림자. 그들을 둘러싸는, 윤수일의 ˝아파트˝ 가사는 오묘하다.

영화에서 ‘아름답다‘고 말하는 장면은 유일하다. 집을 지켜 기뻐하고, 식량을 찾아 기쁨에 겹더라도 그 누구도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지만 도망을 친 박보영은 예수를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에 햇빛이 통과하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탄성을 발한다. 뒤이어 등장한 세 명의 낯선 이들은 박보영을 발견하자 배척하지 않고 밥과 잠자리를 내민다. 아름답다는 탄성, 어쩌면 고백은 낯선 이의 환대 장면까지 이어지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감독이었다면 거짓이 진실로 호도되고, 주민들이 이병헌을 더 굳건히 받드는 것으로 만들었을 것 같은데 엄태화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감독이 이기적인 인간 뒤에 환대하는 인간을 보여준 것은 감독이 인간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나는 너무 비관적인가.

정말 잘 만든 영화이다. 한 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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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과 신비 을유세계문학전집 128
르네 샤르 지음, 심재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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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샤르의 <유년>. 이 시에서 공간과 시간의 대비가 재밌다. 표면적으로 시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재앙과 가혹한 시련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곳' , '새들의 볼모인 샘' , '제 상처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 빛을 신뢰하는 바위(즉, 상처를 가진 바위)'. 등 이 고통의 장소들을 이겨내는 건 유년이라는 시간, 곧 희망의 시간이다. '어린양들의 산들바람이 다시 새 삶을 불러온다'는 시구처럼 새로운 시간은 고통의 장소를 바꾼다는 것이다. '재앙과 가혹한 시련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곳'. 멀기 때문에 도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테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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