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마치 2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오래전 답변해 주지 못한 답을 책에서 만나다.
   
  
  '책 읽는게 왜 재밌어요?'라고 후배가 물은 적이 있다.
  
  '여러가지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아. 그리고 쌓인 지식들 사이에서 작은 지혜를 얻곤 해. 그 날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행복해진다는 느낌이라 할까?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어.'
   
  '지혜는 책을 읽지 않고, 여행이나 사람들과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요?'
  
  '그래, 그렇기도 해. 책을 읽지 않아도 바른 품성과 울림으로 더 많은 걸 몸으로 보여주는 분들도 많아. 하지만 지혜라는 걸 인식하는 것도 지식이 바탕이 되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지식에만 매달려도 안되지만, 지식의 중요성을 소홀히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아. 
 

  돈도 감당할 수 없이 갑작스레 많이 찾아오면 부담이 되잖아.   적당히 잘 운용할 수 있는 경제지식이 필요해. 독서를 하면 경제 지식등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 또한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간혹 운이 좋으면 지혜를 만나기도 해. 생각의 힘은 각자 다르잖아. 그 세기에 깊으면 깊은 통찰력을 얻기도 해. 중요한 건 그런 생각의 힘, 사유의 힘을 얻기 위해, 가장 최소한의 비용과 장비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책이라는 거지.'

 

   이렇게 답변을 했지만, 책을 잘 알지도 깊이도 없었기에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책보다 더 멋진 만남과 여행등의 다른 체험들보다 독서가 더 매력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에 힘겨웠다.  '노름마치' 책을 읽은 후, 후배에게 들려줄 작은 답을 하나 찾아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 네가 말한 체험과 삶의 흔적이 이 책에 담겨있어. 지혜뿐 아니라, 한과 서글픔 그리고 인고의 묵묵함까지 말이야.  체험은 시간과 장소와 사람이라는 세 박자가 만나야 하지만, 책은 시간과 장소는 네가 정할 수가 있어. 만나려하는 너의 의지만 있으면 말이야. 18인의 예술인의 삶과 한 뿐 아니라 네가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거라 믿어. 네가 생각하려는 의지만 마음에 담고 있으면 말야. 한 번 읽어볼래?'


#  꼭 읽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우리의 문화가 소중하다고 말만 떠벌리고 다니면서도, 국악, 판소리, 마당극 등 전통의 갈래에서 나온 흔적들에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판소리 공연과 콘서트가 있으면 당연히 콘서트에 발걸음이 움직여지고, 우열을 떠나서 우리의 것에 대한 정보와 홍보가 부족했기에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고 인식할 수 있는 콘서트에 더 발길이 갔다.
  
   60에서 많게는 90년까지 한과 삶의 굴곡이 묻어난 18인의 예인, 명인의 삶이 담긴 책을 글로 풀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책을 받고 두 권의 책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한 분야에 세 명씩 묶은 6개의 길을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 만개했던 꽃의 순간, 꽃이 저버린 후 발걸음이 사라진 혼자만의 고독의 느낌, 때론 비수보다 더 매서운 사람들의 매도까지도 묵묵히 한스럽게 잘 우러낸 주류문화에 담기지 못했지만, 그보다 훨 나았던 명인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지인은 책을 읽다가 펑펑 울었다고 했다. 안쓰러움과 슬픈 마음이 격해져,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읽고 난 후에 마음이 더 차분해 지는, 감정 조절도 해 준 책이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분들의 이야기는 아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더욱 깊게 한다.

 
   이유를 대자면 백가지도 넘게 책의 장점을 말할 수 있지만, 딱 이 한마디의 다른 표현들이라 생각한다.

 

  '놓치지 말고 꼭 읽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책이 많이 팔려, 많은 독자들이 우리 예인과 명인, 그리고 소외되고 있는 부분까지 더 눈길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되었으면 한다. 만남에 공들인 작가의 정성만큼, 우리 문화에 대한 애착의 진정이 독자들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은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직접 꺼내어서 읽어보면 된다.

 

   책을 받고 2주간 10번을 넘게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하루에 한시간씩 매달렸다. 썼다 고쳤다만을 반복했다. 결국 오늘 수업에 지각하는 걸 감수하면서 마무리 했다. 수업에 늦은 아쉬움보다 서평이 좋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답답한 마음에 더 힘겹다. 좋은 책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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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ktree 2007-06-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만나는 진정성이 돋보이는 서평입니다. 오늘 아침 제 마음의 멘토인 분이 문자로 이 책을 보내주시겠다며 주소를 보내라 하셔서 알라딘에 들어와 읽게 되었습니다. 오랜시간을 두고 뵙기를 바라는 멘토가 보내주시는 책인것만으로도 기대가 되었는데 예인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자세가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지기를 바라는 님의 서평에 더욱 기대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