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Proof (Standard Edition) [3CD] - 아웃박스(1종)+디 아트 오브 프루프(1종)+포토그래프(1종)+에필로그(1종)+리릭스(1종)+포토카드 A(7종/1세트)+포토카드 B(랜덤 1종)+엽서(랜덤 1종)
방탄소년단 (BTS) 노래 / BIGHIT MUSIC / YG PLU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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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앨범 너무 좋게 들었어요. 예구한 게 조금도 후회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앨범이 완전한 신 앨범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증명해낸 그간의 발자취를 정리하는 훌륭한 형태의 배스트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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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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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의 소설은 일종의 레이어처럼 느껴진다. 이야기는 한 인물의 인생을 이루고 있는 여러 장의 층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나서 끝끝내 ‘그래, 이제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묻는다. 답을 강요하는 질문을 임현의 소설은 하지 않는다. 답을 내릴 수 있는 질문을 임현의 소설은 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주로 타인에 의한, 혹은 운명에 의한 사건을 기술하며 시작한다. 이는 주인공인 화자가 저항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미 일어났고,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개와 같은 말>의 화자는 연인 세주와의 서투르고 성급한 첫 만남을 기술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간제 중학교 교사 세주는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가진 사람이었고, 동시에 그와 세주는 낭만적인 연인처럼 보인다.


  얼마 가지 않아 임현의 레이어는 이제 그 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화자는 전 연인 연경을 비춘다. 특별한 줄 알았지만 뻔했던 관계, 한때 저주하기까지 했으나 지금은 그냥 관계없는 사람인 연경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이었고, 수많은 사람과 함께 있었던 밀레니엄 순간의 광장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의문을 화자에게 털어놓았다. 화자는 그에 대한 화답처럼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민경에게 했다. 어린 시절에 키우던 개가 죽었고, 그 사체를 아버지가 하천에 던져버린, 그런 기억을. 후지고 황폐한 집, 생쥐가 우글대는 끔찍한 화장실과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이 쌓여있던 화자의 방, 그리고 아버지가 데려와 창고에서 기르던 개. 개는 심하게 추웠던 그 해 겨울을 지나지 못하고 죽었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 사는 냄새나는 개들 무리가 무언가를 뜯어먹을 때마다 어린 화자는 신경이 쓰였다. 그런 이야기를 두 사람은 유통기한이 지난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면서 나눴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이야기다. 소설의 시점은 그들에게 있지 않다. 애초에 연경부터가 화자의 옛 연인이고, 연경은 광장의 기억을 공유하는 누구도 만나지 못했으며, 화자는 옛집의 흔적도 이혼한 아버지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 지나가버린 유통기한 표기일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이 세주에게까지 전해진다.


  화자는 3년 만에 세주와 헤어진다. 임용고시에 실패하고 학교와의 재계약도 하지 못했다. 집과 가까운 도서실에 주말 없이 나가는 세주를 위해 화자는 밥시간마다 근처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인간극장> 비슷한 프로를 보다가 두 사람은 싸웠고, 이윽고 몇 달 뒤 헤어진다.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원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라면 나는 어떤 말로든 세주를 위로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떠올린 것은 겨울에 죽은 그 개뿐이었다.’ 화자의 마지막 독백은 결국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화자는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 다만 개를 떠올릴 뿐이었다.


  사람들/인물들은 말/문장을 던진다. 어린 화자의 아버지가 던진 어린 개의 사체처럼. 휙휙, 툭툭. 우리는 개와 같은 말을 던지지만 동시에 개다. 우리의 말/문장은 곧 우리의 과거와 현재다. 우리는 겨울을 나지 못하고 얼어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서가 모조리 사라져 증명하지 못하는 그 개와 같은 말로 서로를 뜯어먹는다. 구체적이게 되지 못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며 살아간다. 특별한 줄 알았지만 사실은 뻔했던, 개 같은 삶을 살 바에는 차라리 얼어 죽어버리는 게 나았는가? 아니면 죽은 개의 시체를 뜯어먹으며 계속 살아갈 것인가? 다른 선택은 우리에게 없는가?



+)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에는 위 표제작과 더불어 총 열 편이 묶였습니다. 솔직히 수록작 전부 좋았어요. 그래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일단 표제작이랑 제8회 젊은작가상 대상작 <고두>도 있고, <엿보는 손>이랑 <좋은 사람>, <말하는 사람>, <불가능한 세계> 정도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해설도 참 좋았습니다. 간만에 제대로 된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최선을 다한 해설’을 읽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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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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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영은 정말 SF 단편을 잘 쓰는 작가다. 물론 기복은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왜 그의 단행본이 생각보다 적은지 잘 알려준다.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는 한국 SF 어워드 대상 수상작인 표제작을 비롯해 10편의 작품이 살려있다.

 

  김보영의 작품들은 소수자를 다룬다. 소수자를 주인공 삼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고, 소수자를 관찰하는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고요한 시대>는 언어학과 정치에 대해 다루는 소설이지만, 주인공 신영희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살피는 인물은 젊은 시민 후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인터넷 뉴스를 비롯한 활자 메체의 영향력보다 마인드넷이라는, 감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가상 세계가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시대의 대선을 무대로, 자신의 모든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인물은 세대 간 갈등의 중요한 상징이다. 기존의 시선에서 소수자인 인물이 한 세대의 대세가 되는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낮선 장면들로 독자의 눈앞에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은 히어로에 대해서 다룬다. 초인들이 나타난 이후를 무대로 하는 소설에서, DC코믹스의 플래시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은 이 나라의 사건사고들을 해결하는 명실상부 대표 히어로이다. 하지만 그의 도움을 당연시 여기며 허술한 관리나 부실한 공사를 일삼는 자들과, 그의 힘과 영향력을 두렵게 묘사하는 방송 매체들, 그리고 히어로로서의 능력에서 오는 부작용과 정신적 트러블로 고통 받는 주인공 내면의 트리거를 묘사해나가는 이야기는 끔찍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이 역시도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다.

 

  표제작 <얼마나 닮았는가>는 인간의 몸에 이식된 AI의 이야기다. 항해 중인 우주선 안에서, 스스로 파업을 하고 인간의 예비육체에 이식되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데이터 손실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잊어버린 주인공 HUN()이 인간의 뇌를 열심히 굴려가며 자기 선택의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의 배경은 우주 재난이다. 훈이 극단적인 환경과 인간의 모순 속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조금씩 답을 향해 나아가는 이 중편의 핵심 소재는 성차별이다.

 

  이 외에도 치매, 장애인 등의 소재를 녹여낸 다른 작품들도 함께 담겨있다. 표제작 속에는 인간이 타인에게 자아가 있다고 추측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자신과 얼마나 닮았는가.’’라는 문장이 있다. 과연 우리는 서로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오는가. 소설은 이야기를 마치고 질문을 남긴다.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문장을 자아내는 건 어렵다. 결국 자신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자신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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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쏙독새, 맴돌다
야시오 고요우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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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쁘지 않고 모두가 착하지 않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 질척하고 살짝 피폐한 백합물을 원한다면 추천합니다. 섬세한 심리묘사가 진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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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식고 있다
김아혜 지음 / 모전리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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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추천으로 독립 책방에서 만났다. 공들여 쓴,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문장이 참 좋았다. 불안과 우울과 고민이 뭉쳐져 만든 얇지만 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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