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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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영은 정말 SF 단편을 잘 쓰는 작가다. 물론 기복은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왜 그의 단행본이 생각보다 적은지 잘 알려준다.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는 한국 SF 어워드 대상 수상작인 표제작을 비롯해 10편의 작품이 살려있다.

 

  김보영의 작품들은 소수자를 다룬다. 소수자를 주인공 삼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고, 소수자를 관찰하는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고요한 시대>는 언어학과 정치에 대해 다루는 소설이지만, 주인공 신영희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살피는 인물은 젊은 시민 후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인터넷 뉴스를 비롯한 활자 메체의 영향력보다 마인드넷이라는, 감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가상 세계가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시대의 대선을 무대로, 자신의 모든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인물은 세대 간 갈등의 중요한 상징이다. 기존의 시선에서 소수자인 인물이 한 세대의 대세가 되는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낮선 장면들로 독자의 눈앞에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은 히어로에 대해서 다룬다. 초인들이 나타난 이후를 무대로 하는 소설에서, DC코믹스의 플래시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은 이 나라의 사건사고들을 해결하는 명실상부 대표 히어로이다. 하지만 그의 도움을 당연시 여기며 허술한 관리나 부실한 공사를 일삼는 자들과, 그의 힘과 영향력을 두렵게 묘사하는 방송 매체들, 그리고 히어로로서의 능력에서 오는 부작용과 정신적 트러블로 고통 받는 주인공 내면의 트리거를 묘사해나가는 이야기는 끔찍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이 역시도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다.

 

  표제작 <얼마나 닮았는가>는 인간의 몸에 이식된 AI의 이야기다. 항해 중인 우주선 안에서, 스스로 파업을 하고 인간의 예비육체에 이식되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데이터 손실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잊어버린 주인공 HUN()이 인간의 뇌를 열심히 굴려가며 자기 선택의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의 배경은 우주 재난이다. 훈이 극단적인 환경과 인간의 모순 속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조금씩 답을 향해 나아가는 이 중편의 핵심 소재는 성차별이다.

 

  이 외에도 치매, 장애인 등의 소재를 녹여낸 다른 작품들도 함께 담겨있다. 표제작 속에는 인간이 타인에게 자아가 있다고 추측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자신과 얼마나 닮았는가.’’라는 문장이 있다. 과연 우리는 서로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오는가. 소설은 이야기를 마치고 질문을 남긴다.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문장을 자아내는 건 어렵다. 결국 자신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자신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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