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게 던져진 질문이 아니다
* 이창기 *
우린 서로 만난 적이 없으므로
침묵이 먼저다
왜 그래야 했는지 동기가 불분명하므로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므로
내부 고발자의 진술을 배제했다 해도
결정적인 증거가 조작되었다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므로
정부의 발표를 듣고 난 뒤에도
침몰하는 배에서 보내온 학생들의 문자와
모든 약속
그들이 함께 나눈 이야기가
증거불충분으로
파기 환송된다 해도
우리 안에 자유에 대한 열망이 있어
괜찮다 다 괜찮다
다시 시작하자고 울부짖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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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먼저인 세상
침묵을 스스로 택한 사람들이
무겁게 입 닫고 무너져가는 시간
소리를 잃고 침묵하는 자신을 대면하기 어려워
엉뚱한 소리 지르고 발광하며 해소하는 시대
그래야 겨우 숨 붇이고 살 수 있는 시간
그렇게 침묵하며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