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 싫은 사람에게서 나를 지키는 말들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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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부 환경이나 다른 사람에 의해 재단되는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어릴 적부터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튀지 않게 노력하는 습성이 있는 저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어떻게 보여질까?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그 혹은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소심해져서 특별한 일이 아님에도 움츠러들게 됩니다.
A형인 혈액형을 탓을 하기도 하는 기본적으로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저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읽어보길 잘했다"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가능한 전문용어를 쓰지 않겠다는 저자의 다짐이 반영되어서인지, 책장 넘기가 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말려듦'이란 용어(알코올의존증 관련 용어)가 '의존증 환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상대의 감정에 휘말려 괴로워지는 상태'를 말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의 입장을 반영한 말인데, 그런 용어가 있다는 것과 그 상황이 연상되어서 신선했어요. 그래, 사람 상대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지. 상담하는 사람도 자신의 중심을 '환자'가 아닌 '나'에게 두어야 겠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이면 상대의 감정에 휘말려 자신을 잃게'되니까요!

저자는 상대의 감정에 휘말려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개개인의 성격과 언행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뇌 네트워크'와 관련된 문제라고 합니다.

'뇌'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는 '거울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있어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인데, 저자는 '암시'를 통해 그 상황에서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라는 생각으로 상대의 기분을 가늠하다 보면, 그 사람에게 빙의해 더 큰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잃고 상대에게 '지배받는 존재'가 됩니다. - 41P
음. 그럴 듯 합니다. '빙의'라는 단어로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아요.
진심모드! - 안절부절못하고 주뼛주뼛할 때 마음속으로 '진심모드!'를 외치면 진심이 튀어나와 한순간에 상황에 바뀌는 기술 (58P)
저자가 말하는 '암시'증의 하나입니다. 진심을 숨기고 타인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타인의 요구에 부응하지도 못하고 본인이 해야 하는 일까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혼자서 짐을 떠 안아야 하는 부당한 상황인데도 일을 못해내면 '요령부득'인 사람이 되죠. 저 역시 이런상황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기한이 임박해서 '선배님. 못하겠습니다' 했더니, 이후부터 뭔가 인정 못받는 느낌에 한동안은 끙끙 앓았던 경험이..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진심모드!'를 발동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유용한 '암시'인 것 같습니다.


자. 기술 들어갑니다.
'자아방벽' 어디까지나 자신과 타인 사이의 적절한 벽을 만드는 암시를 위해 디자인된 말.
부정적인 기분이 들면 '벽이 낮아서 타인의 불쾌함이 흘러들어오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자아방벽!'을 외치기만 하면 됩니다. (80P)
역시 유용한 '암시'. 공감능력도 좋지만 객관적인 입장을 고수해야 할 때, 공적인 일로 만났을 때 필요한 '암시' 같아요. '나'의 중심은 '나'에게 두어야죠.
무엇인가 불안하게 나를 불안하게 할 때 외치는 말
'마음아!'
'마음아! 나와 마음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있니?'
'마음아! 00의 방해를 없애줘! 그리고 방해물이 다 사라지면 가르쳐줘!' (85P)
마음만은 내 편이니까 마음에게는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렇네요.

'거리두기! ' - 금단 현상으로 괴로울 때 증상을 호전시키는 아주 간단한 방법.
그렇죠. 저도 이거 써먹어야겠어요. '거리두기!' 음. 아마 스마트폰이 대상이 되겠네요.
'지혜와 힘의 조정!' -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의 균형이 잡히며 순식간에 정보가 정리될 것입니다.
업무처리할 때 필요한 능력이네요.
'암시'의 종류와 응용사례를 보여주면서, 점차 외부의 영향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갑니다.

마법같은 단어. '암시'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지면 점차 '진심모드!' 등을 외치지 않아도 훨씬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표지의 화분에 물 주는 그림은 스스로 '키워나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요.
귀여운 표지에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화분에 물을 주듯 자신을 혹은 자신의 감정을 키워나가는 것 같아요.
전자책으로도 구입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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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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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최신작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20대 후반에는 '서른'이라는 글자에 의미부여를 했었지요. 이런 제목의 책도 있었던 것 같아요 -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이 온다'였던가...

저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때 힘든 기억이 많아서, 정작 서른이 되던 해의 첫날은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잘 넘겼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마흔이 가까워집니다. 해가 두 번이 바뀌면 생물학적 나이 마흔(우리나라 나이)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마흔'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이 눈에 들어오네요.

저자의 전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어떤 분위기의 책일지 조금은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일단 책의 띠지에 붙어있는 저자의 사진을 보니 저자는 '마흔'을 훨쩍 넘은 분인 것 같아요. 지나온 세월이 얼굴과 손의 주름에 새겨져 있습니다. 눈가의 주름과 입가의 주름으로 보아 인자하신 분일거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내용이 어른이 자녀나 제자에게 들려줄 법한 이야기들입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에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는 글이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이 진리는 아니지만 경험자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 경청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마흔'이 주는 느낌은 어떤가요? 안정감이 떠오르시나요?

30이 되었을 땐 내 이름으로 이루어놓은 것이 없어서 서글픔을 느꼈지만, 지금은 뭔가 이루어놓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간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꼭 뭔가가 되어 있어야만 성공한 삶은 아닌 것 같아요.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지만 한가지를 소개하자면
"행복은 존재와 관련되어 있지만 성공은 과정과 관련돼 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예를 들면 일류 대학에 합격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행복이 존재한다는 말은 행복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성취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나이들어서 부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다른 장점이 됩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달라집니다.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더 긴 호흡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좋은하는 구절 중에 박범신 선생님의 '은교'에서 본
"나의 늙음이 나에 대한 형벌이 아니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에 대한 상이 아니다."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제 기억에 의미있게 남은 구절입니다.
누구나 살아있기만 한다면, 하루하루 늙어갑니다. 하지만 지나온 세월이 모여 지금의 나가 되는 것이기에 나이라는 숫자에만 굳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을 인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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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편지들
함새나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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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뻐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책이 있다면, 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편지'이 부제입니다.
띠지에는 "아가야, 엄마가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줄게. 두 배의 사랑을 줄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요.

아이의 얼굴을 보면 피로가 풀리더라도, 육아 자체의 고단함 때문에 말도 못하는 유아에게 화를 낼 때가 있습니다. 그 화가 아이에 대한 것이기 보다, 아이 아빠 혹은 아이 엄마 그 자신에 대한 화일 때가 대부분이지만요.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드물지만, 육아만큼 내 맘대로 안되는게 또 있을까요.
물론 아이 역시 본인 마음대로 되는 게 없으니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도 부리는 것이겠지만요.

하루에 참을 인자. 셋을 그렸다가 그만큼의 7배 만큼은 참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에 아이의 눈물에 다시 또 주저앉게 되는 게 육아인 듯 합니다.

둘이 키워도 힘든데, 혼자인 저자의 삶의 고단함은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판타지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착한 글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니.
분명 아이에 대한 넘쳐나는 애정이 없으면 쓸 수 없는 글을 읽고 있자니 마음까지 착해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세상을 함께 살아갈 아이와 아이 엄마의 앞날이 순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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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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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를 다루는 소설이 나왔습니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해자의 가족(주로 아버지, 때때로 어머니)의 입장을 주로 쓴 소설입니다.

범죄가 일어난 후 수사과정과 재판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다보니, 가해자의 가족의 경우 처음에는 피해자에 대해 사죄하는 입장을 보이나, 수사기관의 조사과정 후 재판에 이르러서는 피해자측에서 사죄를 안받아주는 경우 이를 오히려 비난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한편으로 이해는 가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음에 탄식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행히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을 무턱대고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어린 아이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아이를 이해하고 잘못의 의미에 대해서 알게 해주려고 애를 씁니다.

재판 이후 구속이 되고, 출소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할 자신의 아이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설의 경우, 가해자인 소년은 자신의 잘못을 아버지에게도 털어놓지 않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데, 가해자의 아버지는 자신이 어느 순간 자녀에게 관심을 갖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자녀는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자신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때 그 전화를 받았으면 범죄를 막을 수 있었을까?하는 후회가 아버지로 하여금 자녀를 놓지 못하게 합니다.

아버지는 자녀가 저지른 범죄의 의미를 자녀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하고, 
그런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인 자신은 자녀를 놓지 못하므로 자신도 평생 사죄하면서 살겠다, 그래도 너는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너는 살 수 있지만 너로 인해 죽은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볍지 않고,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인 '편지'는 연좌제의 실질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생계를 위해 범행을 하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형'이 교도소에서 형집행을 받고 있을 때, 남은 '동생'의 삶에 대해 조명합니다. 삶이란 한치 앞을 보기도 어려워서 범행을 저지를 때 먼 미래까지 예상하고 실행에 나아가지는 않겠지만, 결과에는 가늠할 수 없는 책임도 존재합니다.


가해자인 아들은 결국 피해자의 부모에게 눈물어린 사죄를 하게 됩니다. 남은 생을 살아갈 때 가해자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진정한 속죄는 자기 성찰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또한번 깨닫습니다.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진정한 용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숨이 멎지 않는 한은 살아야 합니다.

상처는 치유될 수 있지만.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나 아문 것처럼 보여도 언제든지 덧날 수 있어 없었던 것과 같을 순 없습니다. 소설 속 아이와 피해자 가족들의 삶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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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나 지음 / 다락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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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가끔은 두렵기도 하구요, 무언가 계기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 매번 마음 속에 생각만은 있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다락원에서 출간한 이 책은 저의 언어 울렁증을 조금은 해소해 준 책입니다.
첫술에 배부른 법은 없으니, 이 책을 계기로 꾸준히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역시 원어민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을 때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저자 역시 '지은이의 말' 부분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필자는 중국에 유학 갔을 때, 중국인들의 빠른 말 속도에 당황하기 일쑤였습니다. 누구도 교재 속 녹음 파일처럼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 주지 않았죠. 말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인과 많이 대화하며 그냥 부닥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실제 말하는 속도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 같은 정말정말 초보자들은 여러차례 반복을 해야 겠지요.

본문에 한글로 기재되어 있는 점이 너무 다행이라 여겨졌습니다. 한글로 기재되어 있는 부분이 없으면 역시 가독성이 떨어지고 조금씩 포기하게 되거든요.

이 책으로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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