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잘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어떤 일이든 일단은 잘하고 싶은 거야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 못하는 일은 하고 싶지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차용해보자. 누구나 잘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일단 잘 살고 싶은 거야 다 같다. 잘 못하면 살고 싶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는 잘과 잘못의 차이를 어떤 기준으로 가름할까? 왜, 잘 하고 싶고 잘못하지 않고 싶을까? 살면 그저 살아기는 것만으로도 될 텐데, 잘 살려고 하고, 잘 못 살지 않으려 한다. 잘과 잘못의 차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것들의 일이 욕망이라는 점이다. 잘하고 싶은 욕망. 잘해서 얻을 수 있거나, 잘해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거나, 모든 것이 잘함으로써 발생되는 결과로써 욕망의 충족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 욕망의 충족. 이와 비슷하게 삶이란 것도 다 욕망의 충족이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점이 된다. 잘함으로써 발생되고 파생되는 모든 것들이 욕망의 충족이란 명제에 철저히 부합되고 합치되는 것에서 우리가 잘 해내야 하는 고민을 수반한다. 특히 과잉의 타자에게 보이려는 욕망은 허세를 만들고 자신과 타자 간의 간극과 괴리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욕망은 그저 얻을 수 없고 그냥 생기지는 않는다. 우리 삶은 하늘에서 떨어진 홍시처럼 달콤하지도 않다. 떨어져 보니, 떫기도 하고, 시기도 하고, 달달하기도 하고, 수많은 경우의 경우로 나온다. 잘 할 수 있는 경우보다 잘 못하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다. 재수 없으면 길 가다가도 똥을 밟기도 하고 운이 좋아서 길 가다가 횡재수처럼 로또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삶의 경우의 수라는 확률은 간절한 만큼 극악하기도 하다.


그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경우는 어떨까? 혹은 삶을 잘 살았다 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떨까? 노력으로 경우의 확률을 크게 할 수도 있고 운빨이 맞아서 아다리 딱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더 희박하다. 과연 내가 사진을 잘 찍어야 할 그 욕망이라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경우는 무엇일까?


한 세상 잘 살기가 어려운 만큼 사진 잘 찍기가 어려운 이유이다. 우린 전부 극악한 확률의 경우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의 본질적 확률에 이길 수 없기도 하다.


이에 반면에, 잘 찍지 않아도 되는 욕망을 가지는 편이, 잘 찍어서 얻을 수 있는 욕망보다 충족률은 높다. 못 찍어도 좋은 욕망을 찾는 편이 훨씬 잘할 수 있는 노력보다 덜 고통스럽다. 삶이란 잘 살 수 있는 노력보다 잘 못 살아도 되는 욕망을 가지는 편이 오히려 불편하지 않고 덜 고통스럽다.


괜히 비우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내려놓고 비우고 그래서 욕망으로 탁해져 가는 내 마음의 거울을 매일 마른 수건으로 닦는 것. 마음 먹는 긍정으로써 한 세상, 고해의 강에 시간이란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가는 것이다.


사람은 바라는 것이 많이 생길수록 섭섭함이 크질 것이며, 잘 찍겠다고 발버둥 칠수록 창작의 고통은 커져갈 것이고, 잘 살겠다고 악착같이 아등바등 거릴수록 힘은 더 들어 겨워할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이 자리에서 심장 마비로 꼬꾸라져 죽을 수 있어도 내 삶이 별로 그리 크게 의미 없다고 마음먹는 것이 차라리 잘 사는 방법의 경우의 수를 높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잘 살아도, 혹여 못 살아도 한 100년 뒤면 아무것도 아닌 거다. 안달 내지 말자. 살면 사는 거고 말면 마는 걸로 그저 아니 온 듯이 가는 것도 썩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원래 없었으며 잠시 왔다가 다시 없었던, 그 본향으로 되돌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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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0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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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0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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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9-02-23 0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 자리에서 꼬꾸라져도....
제목이 강렬하네요. 그 마음이 전해집니다

yureka01 2019-02-23 09:06   좋아요 2 | URL
네..우린 시간 앞에 빠짐없이 꼬꾸라져 가는 것과 다를바 없으니까요..^^.

목나무 2019-02-23 0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우려고 하는 그 마음조차 어떨 땐 저를 흔들더라구요. --;;
나는 우주의 먼지일 뿐이다.... 가끔 이런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욕망의 유혹을 이겨보려합니다만.....

yureka01 2019-02-23 09:07   좋아요 1 | URL
네 비움이라는 것도 일종의 욕망입니다.그런데 채우려는 욕망보다는 조금 쉬울 뿐이죠..
100년 전의 누군가를 떠 올리고..
100년 후의 나를 떠 올리면 다를게 없겠다 싶어서요..

hnine 2019-02-23 04: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사진 얘기만이 아니군요.

yureka01 2019-02-23 09:08   좋아요 1 | URL
네..사진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생각들이 참 많더라구요..
풍경 사진 잘 찍은 것에서 멈추는 사진으로는 만족이 안되더라구요....

강옥 2019-02-24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찍은 사람도 만족하고, 보는 사람도 만족하는 사진이 잘 찍은 사진 아닐까요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겠죠 그건.

서울 올라온 지 나흘째네요.
아들집에 왔는데 아들이랑 밥을 같이 먹어본 게 딱 한번이네요 ㅎ
산다는 게 산 같아서.... ㅠ.ㅠ

yureka01 2019-02-25 08:57   좋아요 1 | URL
아고 서울 가셨군요...늘 바쁘신듯합니다......
간간히 사진 보여주시구요..^^..

2019-02-24 14: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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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0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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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2-24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그렇지만 사진도 자연스럽게 찍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 들었던 것 같아요.
예쁘게 찍은 사진도 좋지만, 편안한 느낌이 드는 사진도 좋았던 것 같은데, 어느쪽이나 잘 찍은 사진이라면 보기 좋을거예요.
유레카님, 따뜻한 주말 보내셨나요. 편안한 일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yureka01 2019-02-25 08:59   좋아요 2 | URL
아고 사진 잘 찍고 싶은 거야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바입니다만..
이게 참 어렵잖아요.....

2019-02-25 1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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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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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2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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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3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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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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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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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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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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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2: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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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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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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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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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8: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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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5 0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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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7 1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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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7 1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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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9 14: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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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0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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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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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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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16: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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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3 0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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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6 0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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