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어서 무얼 하겠다는 마음을 없애고 찍고 보고자 한다. 욕망의 무장해제이다. 어떤 정의를 내리는 것도 때론 버거운 구속처럼 다가온다면 사진을 그만 찍어야겠다. 그래 비워낸 마음으로 허허롭게 한 세상 주유하듯 흘려 보는 시선이었다면 된 거다. 거창하게 바라볼 것도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풍경은 그저 풍경으로 담아내고 보는 것일 뿐, 더 이상의 의미와 가치 부여는 유보하기로 하자.

 

 

 

 

 

가급적 먼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허허로운 세월의 시간을 만나고 또 허무로 이별하는 것. 다시 한 단계 더 비약하자면, 내가 만난 나의 삶 또한 허허롭게 바라보는 듯이 이렇게 허공으로 흩어져 내는 어제의 석양과 빛과 그림자들과 피사체들이라면 된 거다. 무얼 더 얻겠다 발버둥 쳐본들, 시간은 우리 모두를 지워내는 절대성 앞에서 무슨 가치로써 살아야 할 것도 없다.

지금의 시간은 늘 이별된 오늘만이 풍경이 말을 할 뿐.

 

 

 

슬픔의 애통이 오면 오는 대로 의연하게 내버려 두고, 기쁨의 환희가 오면 오는 대로 담담하게 내버려 두자. 마음 쓴들 오고 가는 감정은 파도의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 가는 것과 다르지가 않더라. 시간이 오고 세월이 쌓여 누적된 만큼만 애증으로 한세상을 바라보는 빈 마음. 오늘을 살아 낸다는 것과 어제를 살아냈던 모든 것들이 다만 사진에서 물끄러미 흘려보내는 것들이다. 빈 마음의 결핍된 삶이 참으로 고단했음을, 그리고 더 이상 고단하지 않는 이별도 있음을 알아차려 나가는 마지막의 준비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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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8-11-26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흑백사진이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사진에서는 흑백으로 보이지만 자연광의 실재를 살려내기 위해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하는군요. 흑백사진의 깊이를 느껴봅니다. ^^

yureka01 2018-11-26 11:56   좋아요 1 | URL
겨울은 특히 무채색의 계절이라서 흑백이 더 어울리지요....

흑백 사진은 QOLED 4K 영상 시대에 아직도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와도 비슷합니다^^..

stella.K 2018-11-26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유레카님 사진을 볼 수 없어 좀 아쉬웠는데
다시 볼 수 있게되서 좋네요.
역시 유레카님 사진은...!

yureka01 2018-11-26 14:05   좋아요 1 | URL
요즘 책 리뷰가 전보다 뜸해서요....

서재블로그 포스팅없이 쭉 비워 놓는 것도 그렇고해서 간만에 사진 포스팅했습니다^^..

동네 마실 산책 나가서 담은 사진이라서 특별한 사진은 아닙니다.

묵묵한 풍경에 말 걸어 보고 싶었어요~

겨울 시작이니 역시 흑백 사진이 어울리더군요,,^^..

좋게 봐주시는 덕분이죠 ^.ㅋ


2018-11-26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6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bomi 2018-11-26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저희집에서 창밖 보는 풍경이랑 비슷해요ㅎㅎ

yureka01 2018-11-26 17:23   좋아요 0 | URL
집 창밖으로 보이는 뷰의 풍경이 비슷하다면 멋진 곳에서 사시는 거예요 ^^.

서니데이 2018-11-26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에서 멀리 아파트가 보이네요. 아파트단지에서 가깝지는 않아도 멀지 않은 곳인가봐요.
흑백사진은 컬러인 사진과는 또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라도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사진 잘 봤습니다.
유레카님, 따뜻한 월요일 보내세요.^^

yureka01 2018-11-26 22:20   좋아요 1 | URL
멀리 보이는 아파트 동네가 고령군 다산면 입니다.
낙동강끼고 돌아가는 곳이거든요..
달성습지입니다..사진 무대죠..
4대강하기 전에는 강 가운데로 들어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멀리서 구경만하게 되었어요.

강옥 2018-11-27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성습지
비밀을 품은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그곳을 앞마당으로 두고 사시나봐요
유레카님 예전 사진보고 호기심 만발해서 찾아갔는데 출입금지 ㅠ.ㅠ
언제 새벽에 살짝 들어가볼까 하는 생각이.... ㅎ

yureka01 2018-11-27 16:07   좋아요 0 | URL
네 요즘은 대부분 출입금지 구역이랍니다...
한 때 달성습지 깊숙히 마음대로 돌아 다녔거든요..
매 번 갈 때마다 사진 찍을 게 너무 많았는데..
요즘은 달성습지와 통하는 길이 대부분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습니다.

지금 달성습지 살리기 일환으로 내부에 도보로 다닐 수 있는 산책길이 열리니 조만간 다 되면 초대 한번 하겠습니다...~~~

2018-12-03 1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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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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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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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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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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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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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4: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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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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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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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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