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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柏 동백

桃李雖夭夭 도리수요요

浮花難可恃 부화난가시

松柏無嬌顔 송백무교안

所貴耐寒耳 소귀내한이

此木有好花 차목유호화

亦能開雪裏 역능개설리

細思勝於栢 세사승어백

冬栢名非是 동백명비시

동백

복사꽃과 자두꽃 싱그럽다고 하지만

겉만 화려한 꽃이라 믿기 어렵네.

소나무와 잣나무는 아리따운 모습 없지만

추위를 견디기에 귀하게 여겨지네.

이 나무는 꽃이 좋을뿐더라

또 눈 속에서 피어나네.

자세히 생각건데 잣나무(柏)보다 나으니

'동백'이라는 이름은 옳지가 않네.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등장하는 이규보의 시 '동백'이다.

'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란 부제른 단 이 책은 나의 주요한 관심사 인 옛시와 꽃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았다. 계절에 어울리는 52 종류의 꽃시가 담겨 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들에 관한 시라서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동백에 대한 옛 기록으로는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동백을 산다화(山茶花)로 소개했으며 속명을 동백이라고 했다. 또한, 문일평은 '화하만필'에서 "우리나라 남쪽지역에는 동백꽃이 있어 겨울철에도 능히 곱고 화려한 붉은 꽃을 피워, 꽃 없는 시절에 홀로 봄빛을 자랑한다. 이 꽃이 겨울에 피는 까닭에 동백꽃이란 이름이 생겼다."그 중에서도 봄철에 피는 것도 있어 춘백(春栢)이란 이름으로 불린다"며 동백을 소개하고 있다.

초록 잎에 붉은 꽃, 노랑 꽃밥이 묘한 어울림으로 강렬한 느낌도 좋지만 통으로 떨어져 땅에서 한번 더 피는 모습에 주목 한다. 이 모습을 보고자 한겨울이면 동백 피었다는 소식을 따라 동백숲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옛사람들이 동백을 찾았던 이유가 무엇이든 내겐 동백꽃이라고 하면 제주도의 4ㆍ3항쟁이 떠오른다. 억울하게 쓰러졌던 이들의 넋이 동백꽃이 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여긴 까닭이다.

겨우내 기다리던 동백이 이곳에선 이제서야 피어나고 있다. 가까운 동백나무 군락지 광양 옥룡사지 동백숲이라도 찾아 억울하게 쓰러졌던 이들의 넋이라도 위로하듯 붉은 꽃그늘을 걷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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