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홍매화'
큰 일 마치고 집에 온다는 딸아이 소식에 불쑥 길을 나섰다. 하늘도 흐리고 비소식까지 있어 날씨는 꽃구경 길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구비구비 산길을 넘는동안 눈에 들어온 구례의 산수유는 이미 노란빛을 잃어가고 있다.


산수유는 지나가는 길목에 눈요기꺼리고 목적은 화엄사 홍매화에 있다. 화엄사 홍매화는 '장육전丈六殿이 있던 자리에 조선 숙종 때 각황전覺皇殿을 중건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계파桂波선사께서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장육화丈六花라고도 하며, 다른 홍매화보다 꽃이 검붉어 흑매화黑梅花로 불리기도 한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오죽헌의 율곡매와 더불어 화엄사 화엄매 등이 탐매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외 여러 고매古梅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화엄사 화엄매는 아직 일러 만개한 화엄매를 보려면 조급한 마음을 잘 다독여야 될듯 싶다. 300번이 넘는 동안 봄날을 붉게 물들였던 매화가 피는 속도보다 그 붉은매화를 보고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급했나 보다. 고매에 핀 꽃보다 나무 곁을 서성이는 사람 숫자가 더 많다.


매화향기 음매할 틈도, 흑매라 부를만큼 검붉은 매화빛을 볼 짬도, 꽃그늘에 스며들어 하늘 한번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크고 작은 카메라의 액정만 쳐다보기 바쁘다. 향기도 빛깔도 아니라면 여기에 무엇하러 왔을까?


모처럼 동행한 딸아이 마음에 붉은 매화향기 스며들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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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03-30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년전 갔더랬습니다. 일러 보진 못하고 연륜에 그리움 더한 큰 망울만 보고 그보다 그걸 기다리는 초로의 카메라를 봤었죠. 그런 명사로 남은 홍매
봄마다 찾아오네요

무진無盡 2017-03-30 14:23   좋아요 0 | URL
많은 이들이 화엄매의 붉은빛을 담아 가더라구요. 모두의 마음에 그렇게 불이 켜지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