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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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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춤추는 세상이다

소셜네트워크의 활성화로 인해 말잔치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세상.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말을 쏟아내는 시대가 있었을까 싶게 이런저런 말들로 넘쳐난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가슴에 들어온 세상에 대한 눌러놓은 감정을 내 보이는 것은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내 놓은 것은 좋다. 그렇게 살아온 경험이 없기에 더욱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쏟아지는 말 속에 그 말을 한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을까?

 

개인의 의견도 이럴 것인데 사람들의 삶의 방향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인문학자들을 비롯한 대중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인들의 말잔치도 이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의 열풍으로 강단에서 거리로 내려온 인문학자들의 말잔치도 거들고 있으니 이런 말들이 삶에 허덕이고 그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려는 자세가 있는 것일까 의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에 인문학의 근본 출발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 책철학자와 하녀의 저자 고병권이 그런 사람이며 고병권은 인문학의 중심인 중 하나인 철학을 전공하는 학자로 철학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을 바꾸어 주는 힘으로 인문학이 제자리를 확보하려면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근거한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에 적절한 제시가 아닌가 한다.

 

고병권의 철학자와 하녀에서 하녀는 권력의 테두리 속에서 없이 사는 것을 자랑삼아온 소시민을 지칭하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 일상을 살아내기도 버거운 사람들인 하녀들에게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철학자라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철학을 해야 한다. ‘하녀도 철학을 통해서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인문학의 출발을 제대로 하자는 이야기다.

 

나아가 고병권은 철학이란박식함이 아니라 깨달음이라는 것이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올바른 깨달음은 자신을 점거했던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깨부수는 공부이며 이 공부를 위해 공부를 위한 공부는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런 시각으로 서른여섯가지 주제로 접근하고 있다. 그동안 인문학 각계에서 보여준 원론에 치우친 말잔치가 아니라 저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모든 이야기가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옳은 말은 옳은 말일 뿐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옳은 말이 대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이로부터 삶이 바뀔 수 있는 실제적 가치와 합치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자기계발서나 인문학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좋은 말들이 좋은 말로만 머물러버리고 마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말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들어와 자기화 되는 변화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삶의 변화는 결국 좋은 말이 있어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좋은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좋은 말을 자기 목소리로 다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자신에게 의미 있는 말로 된다는 것이다. 이 책 철학자와 하녀는 우리 시대의 화두인 인문학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에서 적절한 지적으로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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