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前사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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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역사논쟁인가

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이다. 논쟁의 중심에 있던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위 역사학자들의 이야기는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역사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모든 해석은 그 해석을 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목적에 의해 바라봐 지는 것이기에 해석의 결과는 천치차이가 날 수도 있음을 안다. 하여, 각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역사는 지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미래와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풀지 못하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 또한 이렇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기에 해석의 중심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세계화 시대라는 미명하에 자국의 역사에 대해 잘못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을 송두리째 내 던지고 나서 사계화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껍데기 뿐 알맹이는 사라진 무엇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까? 힘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진행되는 자국의 역사에 대한 접근은 오히려 민족주의적 시각을 강화하는 경향성이 농후한데 우리에게서는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극단적인 예로 학교교육에서 자국의 역사교육을 선택과목으로 돌리는 예를 어느 나라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역사를 소홀히 해서 이득을 얻는 집단이 존재한다면 그들 역시 후대 역사에서 고스란히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자신들의 삶의 기반이나 누리고 있는 혜택의 근간이 혹 지난 역사를 왜곡해야만 지켜낼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국사교과서 논쟁의 핵심 분야는 단연코 근대사에 집중된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국권침탈과 그에 빌붙어 영화를 누렸던 세력들이 우리의 근대사를 자신의 손아귀에 올려놓고 요리할 수 있을 때 앞으로도 그 영화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출발점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환영하는 한국교과서라면 분명하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여, 가깝고도 먼 역사가 된 근대사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절실한 때가 현재인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우리의 근대사에서 소홀히 다루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폭넓은 근대사의 이해를 돕는 책이 발간되어 교과서 논쟁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는 이미 역사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저자 이덕일의 역사이야기다. 1918~1945년까지 일제하 식민지 시대를 다섯 가지 틀거리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사회주의와 아니키즘 그리고 혼란을 틈타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과 식민지전쟁을 일으킨 일본군국주의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있다. 분단이라는 현실은 근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여, 사회주의나 아니키즘과 같은 세력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 저자는 일제식민지 시기의 민족주의 독립운동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활동했던 그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식민지전쟁의 원흉이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속내를 들여다보지 않았던 일본의 상황도 직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역사에서 인물과 사건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족적과 사건의 정후 맥락을 올바로 살펴 이를 해석하는 것이 역사라고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답은 이미 그 안에 있다. 역사를 보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토대 위에서 사회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모색”에 있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한 역사해석은 결국 그 역사를 만들어 온 사람들에 의해 심판을 받을 것이다. 현재 우리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근대사에 대해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봐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에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가 그 시발점의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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