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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논산일기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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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책을 보기 전 이 작가를 알지 못했더라면 '소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회색의 조금은 딱딱해보이는 표지의 책 속에 호수가 들어있을 줄이야. 작가 박범신, 그는 자신을 가리켜 감수성만은 늙지 않는 청년작가라고 했다. 그 말에 혼자 조용히 글을 읽으며 끄덕끄덕 거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숫하게 짐일 싸서 떠났다는 그 위태로운 마음과 페이스북에 매일 적는 짧은 일기에도 묻어나는 사춘기 소녀같은 감수성이 쉽게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육십이 넘은 아저씨의 감성도 꽃하나에 울고 웃을 수 있는 여리고 깨끗한 감성일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최근들어 나도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 넌 타고난 방랑자다. 너무 감성적이다. 혹은 누군가에겐 지독한 중2병 환자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곤 했었다. 나는 왜 그럴까. 왜 남들보다 유난일까. 감성적인 게 아니라 정말 우울증, 조울증, 다중인격같은 병은 아닐까. 하지만 책을 통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 그 중 최고 위안이 된 책이 바로 박범신 작가의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이다. 그의 지나치고 예민하고 짙은 감수성 덕분에 아내분의 삶을 생각해보면 평생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지만, 어쩐지 박범신 님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스타일이 나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호수가 보이는 논산 어딘가에서 하루하루 적어나간 짧은 글들의 묶음.

글의 힘이 때론 영상보다 대단함을 또한번 느끼게 된 작품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논산의 그 호수가 머릿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지다니. 빈 유리병과, 채워진 유리병 속의 꽃, 꾹꾹 눌러쓰고 있을 페이스북을 하는 작가의 모습까지. 사랑에 빠진 소녀가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으려 마음앓이를 하는 것처럼 그도 잠시 놓쳐버린 사랑(문학)을 다시 찾기 위해 앓이를 하는 기간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바싹바싹 마를 것 같은 건조한 날씨에 감성을 일깨워주는 여름비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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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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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 이은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사실 첫번째 책인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책으로 읽지 않았다. 한참 신문에 연재될 때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신문을 뒤져 그 코너를 읽는 게 낙이었다. 도서관을 그만두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책으로 읽는 김제동의 이터뷰는 예전과 뭔가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처음 신문을 통해 읽었던 그 내용들은 정말 말 그대로 김제동은 인터뷰어일 뿐이고 모든 내용은 인터뷰이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에서는 인터뷰이를 통해 인터뷰어를 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 대상자가 처음 책에서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다. 일전에 티비에서 어떤 감독이 지하철에서나 길에서 한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고 상상하는 습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을 보며 상상을 하면서 그 사람의 스토리는 어떤 것일지 추측을 하는 것이다. 누구의 삶이나 영화가 될 수 있고, 책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평범하지만 또 누구나 평범하지 않다. 이 책에서 또 한번 느낀 점은 그것이었다. 

나와 같고, 나와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쩐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 삶의 한 부분에 박혀서 외면하고 있는 다른 부분들도 생각하게 되고, 조금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데 너무 옳고 그르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라는 생각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틈틈히 정치적인 이야기가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그의 말에 뜨끔하기도 했다.

 

나처럼 좁은 곳에서 일정한 사람들과의 교류만으로 꽉막힌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구에게나 스토리는 있는 법이니까. 이 책을 통해 한뼘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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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비밀노트
크리스티나 스프링거 지음, 한성아 옮김 / 솔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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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프레솔로지스트'
커피향이 가득 담긴 듯한 책의 표지가 환절기 붕뜬 마음을 살짝 차분하게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 크리스티나 스프링거는 우리 나라로 치면 귀여니 같은 청소년물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에서도 어릴 때 읽은 그 10대 연애소설의 느낌이 확연히 느껴졌다. 배경은 커피전문점 와이어드 조, 주인공 제인은 졸업을 앞둔 10대 학생이자 바리스타 부점장이다. 바리스타 일을 하며 노트에 틈틈히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의 성향을 적어나가는 제인. 그 모습이 어릴 적 나와 겹쳐보이는 바람에 마치 이 소설이 마치 영화처럼 머리에 그대로 그려졌다. 저 또래에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했었고 일을 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들어오는 손님의 표정만 봐도 어떤 음료를 시킬지 예상에 되곤 했었는데 제인 역시 그런 느낌을 노트에 기록하고 있었다. 습관이자 취미로 시작한 그 커피와 사람에 대한 통계가 어쩌다 보니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제인은 에스프레솔로지스트 라는 사랑의 큐피트가 된다. 커피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이고, 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다른 어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은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스치듯 한두 번 쯤 해보았을 것이다. 제인의 이 커피를 이용한 소개팅 주선은 친구들을 시작으로 손님들 까지 백발백중으로 성공해 결국 일이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읽으면서 참 소녀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이 책을 커피전문점에서 썼다고 한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들과 손님을 관찰하면서 집필을 하고 있을 작가의 모습도 눈에 그려진다. 하이틴 배우들이 나오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스토리는 소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그 주제가 커피라는 매력적인 점도 있으니. 


아이스 바닐라라떼, 미디엄사이즈 :

똑똑하고, 선량하고, 신사적임. 말투가 부드럽지만 남에게 만만하게 보일 타입은 아님. 신실하고 신뢰가 감.

좋은 친구. 품위 있는 외모를 지녔음

 

드라이 카푸치노, 미디엄사이즈 :

똑똑하고 소탈함. 탄탄하고 예쁘장함. 살짝 수줍음이 있고 말투도 부드럽지만 때에 따라선 에너지가 넘침. 좋은 친구.

 

에스프레솔로지스트 제인이 처음 이어준 커플의 커피 취향이다. 사실 커피 애호가로서 인정할 수 없지만(?) 제인은 이렇게 기록된 노트의 기록을 바탕으로 오십 쌍 이상의 커플을 이어준다. 손님들의 나이도 연령도 직업도 성적 취향도 가지 각색이다. 읽으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걸 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지만 내가 사는 도시는 수도권에 비해 아직도 많이 보수적이어서 대대적인 에스프로솔로지스트 이벤트를 한다고 해도 100%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울 대학가 어딘가에서 이런 이벤트를 한다면 재미있게 성사되지 않을까? 문득 상상을 해보니 TV프로그램 '짝'이 생각난다.. 이건 아닌 듯..

 

 

 

 

10대들의 발랄함과 풋풋한 로맨스가 돋보이는 '에스프레소 비밀노트'.

책 뒷편에는 와이어드 조의 커피 레시피까지 친절하게 수록되어 있으니 혼자만의 카페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좋은 메뉴얼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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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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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
늙는 것이 특별히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황폐하게 늙는 것은 좋지 않다.
늙는다는 것은 메리처럼 상아조각이 '세월의 안개에 싸여서 소리 없이 고요하게 바래가는 것' 같아야만 한다.
안절부절못하고 마음이 황폐해지는 늙음, 그것은 '늙음'이 아니라 그저 '노인이 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노인이 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지만, 상아조각처럼 늙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다. 거울 앞에서 자기 몸을 보고 '어머나, 어쩜 이리 아름다울 수가! 좀 봐봐!' 하는 자화자찬이 켜켜이 쌓이면, 어느새 느낌이 좋은 '늙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자기애가 없는 여자는 향기 없는 꽃과 같다 하지 않던가!
 
 
p. 120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 프랑스 영화배우 '브리짓 바르도' 인터뷰 내용 中
 
 
p. 87
이렇게 케이를 놀리니, 케이는 수염으로 덥수룩한 얼굴을 박박 비비면서 말했다.
"아니, 꼭 그렇게 놀려야겠냐? 나 이제 어려운 생각은 될 수 있으면 안 하면서 살고 싶다. 너무 어려운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거기에 못이라도 박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행복한 사람은 어려운 생각을 사서 하려고 하지만."
케이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가끔 '후무 테츠'가 심원한 잠언을 자기도 모르게 입에 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좀 감탄했다. 행복한 사람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여러 가지 건드리지 않아도 될 상처를 건드리거나, 문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일부러 왈가왈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세상에 간대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아'
 
3년 간의 수감생활(결혼생활)을 끝내고 자유의 몸으로 돌아와 행복을 듬뿍 만끽하고 있는 노리코의 이야기.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거라며 너무너무 아름답고 빛나는 서른다섯을 즐기고 있는 그녀는 내가 여지껏 본 어느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 보다 멋졌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혼해야 한다'고 생각 하며 샤워를 하고 나와 거울을 보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그녀는 마치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보였다.
 
엄청나게 부유한 거기다 연하에 매력이 넘친다는 (순전히 노리코의 생각) 고와 결혼을 했지만 그녀의 삶은 몽땅 고에게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고의 부잣집 아들 답게 집착과 거만함 자만심 등의 저질 성격 덕분에 친구도 일도 다 포기하고 고의 악세사리 같은 삶을 살았던 노리코. 덕분에 고와 부유함을 몽땅 버리고 나와 자유를 만끽하며 그림을 그리고,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다니고, 아주 소소하게 우유에 딸기를 으깨어 먹는 그 작은 일에도 무한의 행복을 느끼는 그녀는 웃기게도 수감생활로 돌아가기는 싫어했지만 고에게 만은 어쩐지 관대했다. 다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그 역겨운 자만심과 타인의 모든 면을 경멸하는 그 고집스러운 거만함이 어떻게 그의 매력으로 보일 수 있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래 그랬던 사람이 여전히 그런 모습을 보이면 재미있을 수도 있고 어쩐지 반가울 수도 있겠지만 아마 나였으면 스트레스에 3년은 커녕 1년도 되지 않아 스트레스로 미쳐버렸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만끽하는 모습에 나 또한 행복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행복에 돈이 빠질 수야 없겠지만 일상의 소소한 자유, 그게 진장한 행복이 아닐까. 마치 주말 오후 알람 없이 느즈막히 일어나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뒹굴뒹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하루를 낭비하는 그런 하루. 일상에 치여 있을 때 가장 부러운 그런 마음의 여유. 어쩌면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은 그런 사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누울 공간,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바람이 들어오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귀찮으면 빨래도 설거지 거리도 쌓아둬도 상관 없고, 듣고 싶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을 불러 밤새 수다를 떨거나 와인을 마셔도 좋고, 며칠 훌쩍 떠났다 돌아와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것. 자유. 그 행복을 노리코는 만끽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주위에는 그녀와 같은 자유를 만끽하는 상아색 여자들과 든든한 남자친구들이 있었지만.
 
'딸기를 으깨며'의 전작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 고의 가족사가 나온 것 같은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일로 인해 노리코의 형무소 생활이 끝이 난 것 같아서 얼른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읽으면서 일본 소설 특유의 감성이 느껴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 였다. '아주 사적인 시간'과 함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 요란하지 않은 파스텔 컬러의 감성이 얼어있던 겨울에 봄을 불러오는 것 같아서 읽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아마 내 친구들은 내가 이 책을 읽은 걸 알면 분명 폭발적인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다. 안 그래도 결혼 생각과는 담을 쌓고 자유롭게 혼자 사는 것을 찬양하는 나를 어떻게든 바꿔 놓으려고 애쓰는 친구들이라. 그런 생각을 하니 어쩐지 마치 나와 같은 행복의 기준을 가진 노리코가 친구같이 느껴져 이 책이 더 좋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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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 슈퍼 영웅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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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가볍게 읽힐 것 같은 표지와는 다르게 그 속은 마치 어려운 수학공식을 나열한 것 마냥 어려웠다. 분명 내가 글자를 따라 눈을 움직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읽고 있는 게 맞는지 혹은 이 글이 나를 시험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멜랑꼴리한 느낌이었다. '인간 내면에 대한 진지한 탐구'라.. 글쎄, 인간 내면이 그리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렇게 수학적이기까지 할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자기 성찰, 인간 내면 뭐 이런 것들을 담고 있다는 이 책은 아마 텅 빈 사람이라면 잘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책에 대한 설명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주관이나 어떠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 사람이라면 머릿 속 작은 빈공간에 이 이야기를 담기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하려고 하는 말이 뚜렷하게 어떤 것인지 와닿지 않았다. 그저 생각나는, 생각하고 있던 단어들을 마구마구 뱉어논 느낌이랄까. 자신조차도 어떻게 나열해야 할지, 어떻게 정리해야 될지 몰라 마치 기관총으로 여기저기 쏘아놓은 듯한 정신없는 느낌이 들었다.

 

혹여 내가 너무 복잡한 지금 하필 이 책을 읽게 되어서 그런 건 아닌지 놓쳐버린 어떤 것이 있다면 발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 조차 딱히 무엇을 제대로 캐치하진 않은 듯 했다. 그냥 '좋았다'라는 말로 일관하는 리뷰를 보며 아 저사람들도 나만큼 책이 안 읽혔나 보다. 싶은 생각에 피식 웃음도 나왔다. 안타깝게도 서평 서적이긴 하지만 나는 '좋았다'라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 그만큼 기대했던 책이었기 때문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분명하게 캐치되지만 작가가 하려고 하는 말은 캐치되지 않는 공중에 단어들만 마구잡이로 분산되어 어지럽히는 책.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 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이상하지만 어쩐지 동질감이랄까, 알아듣기 힘든 책을 쓴 작가가 뭔가 나랑 비슷한 사람일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을 여러번 했지만 언젠가 찰스 유 라는 이름이 보이면 또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악평을 하게 되더라도.

 

 

 

 

p. 167 <사실주의>

 

어머니가 읽는다. "능숙한 자는 종종 이야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세부 사항을 포함시킨다. 그렇지만 너무 구체적인 사항까지 포함하면 이야기의 보편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머니가 내게 묻는다. "보편적이라는 게 뭐니? 이게 무슨 뜻이니?"

 

나는 뭔가가 보편적이라는 건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심장에 대한 진실이 보편적이라고 말한다. 내 말에 어머니는 마치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듯이 소리내어 웃는다.

 

"<사실주의>에는 명사와 형용사가 더 많구나. 수천 가지 꽃들은 어디에 있니? 건축적 특징의 설명과 용어는 어디에 있니? 내 코를 설명해보렴. 우리 집 뒤뜰에 있는 나무의 냄새를 설명해보렴. 추상 개념은 되도록 자제하고 말이야."

 

어머니는 말하길, 나는 계속해서 몇 가지 같은 단어를 반복해 쓴단다. 마치 내가 벽에 부딪쳐 있는 것 같단다. 그리고계속 그런단다. 어머니는 말하길, 내가 시간과 공간, 죽음, 의식, 기억, 위험, 세계, 우주에 집착한단다. 어머니가 내게 묻는다. 넌 그걸 다 아는 거니? 그게 거기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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