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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타일 - 커뮤니케이션도 스타일이다
이재연 지음 / 책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소셜스타일'이라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인간관계론이나 심리학, 처세술에 관한 책들이 하루에도 수십권씩 나오고 있지만 사실 읽어보면 다 비슷한 스타일에 비슷한 말들 뿐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보통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지하고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 책은 반대로 상대를 똑바로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저자가 강사여서 그런지 파트마다 '학습'이라는 단어를 쓰며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소셜스타일의 분류에 대해 강의하듯 설명했다. 소셜스타일은 크게 주도형, 표현형, 분석형, 우호형으로 나눠지고 각 유형마다 다시 네가지 유형으로 나눠 총 16개 영역의 소셜스타일로 나눠진다. 각 유형마다 우리가 흔히 겪어본 사람들의 특징적인 성격을 대화형 예문으로 쉽게 설명하고, 각 유형의 사람을 트러블 없이 대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너무 복잡하게 풀어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알지만, 상황과 상대방의 유형에 맞게 대체하지 못해 트러블을 겪은 사람들을 위해 집어주는 느낌은 있었지만 책의 중반부에서는 내용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서 단순한 연산문를 엄청나게 길게 늘어놔 복잡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루함을 느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특히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조금 더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여 쉽게 읽히게 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p.20

 '다르다'와 '틀리다'는 큰 차이가 있다.

 '다르다'라는 것은 비록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생활환경과 성격, 습관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나와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틀리다'는 내 기준에서 나는 맞고 상대는 틀리다라고 단정짓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상대방을 틀리다 즉, 잘못됐다고 부정한다.

 '인정'과 '부정'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오늘도 '부정'을 선택한다. 그러니 당연히 상대가 틀려 보일 수 밖에.

 

 

p.37

 소셜스타일은 1968년 산업 심리학자인 데이빗 메리루와 로쟈 리도에 의해 처음 밝혀진 개념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과 태도를 일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왠지 한없이 끌리는 매력적인 사람도 있다. 이렇듯 사람은 제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 성향에 따라 행동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 맞닥트렸을 때, 표출되는 행동 방식의 정도를 사고와 감정으로 구분해서 각 특징을 가진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소셜스타일이다.

 

 

p.43

 나의 관점이냐 타인의 관점이냐 라는 간단한 문제이지만 이 부분때문에 고집과 아집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두 영역은 서로 존중해야 할 가치가 있으며 특히 자신도 모르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다.

 

 

p.141

 대응성이란 상대가 선호하는 기대에 부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은 결국 기술이다. 어떤 기술이든 열심히 연마하면 그 기술이 익숙해지는 것처럼 대응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대응성은 누구나 발휘하지만 대응성의 발휘 역량에 따라서 대응성이 높은 사람과 대응성이 낮은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응성은 '나' 중심이 아니라 '상대' 중심이며 대응성이 높은 사람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서 상대가 자신의 안심영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응성이 낮게 발휘되면 상대는 긴장한다. 대응성이 낮다는 것은 상대의 소셜스타일을 배려하지 않고 나의 스타일만을 고집하는 것이다. 대응성이 낮은 사람은 서로 간의 관계를 위해 누군가 자신의 스타일을 양보해야 한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 상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저마다의 소셜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소셜스타일대로만 대응해도 상대를 편안하게 할 수 있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 높은 대응성과 낮은 대응성은 한 가지 답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답이 요구된다. 그래서 대응성을 유연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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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레지너 브릿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p. 52

 공개적인 자리에서 울면 사람들이 울음을 그치게 하려 한다. 울음을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울음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욕보다 더 나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욕하는 사람보다는 우는 사람을 더 불편하게 여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우는 것은 자제력의 부족, 나약함의 정표이기 때문이다. 강인함을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눈물을 보이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나는 울음을 줄여서 더 강해지려고 평생 노력했다. 하지만 슬픔을 억누르려 할 때면 얼굴이 붉어지고 볼이 아팠다. 그리고 아무리 참으려고 기를 써도 기어이 눈물이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상담가가 내게 말하기를, 눈물은 재산이라고 했다. 그녀는 눈물이 나의 파란 눈과 갈색머리처럼 내 일부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토록 강렬한 감정이야말로 신이 우리에게 준 멋진 선물입니다."

 울음에 대해서 이제껏 내가 들은 최고의 충고는 누군가와 함께 울라는 것이었다. 그 상담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우는 것이 혼자 우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혼자 울면, 같은 눈물이 계속 흐른다. 함께 울면, 그 눈물이 당신을 완전히 치유해준다.

 

 

 

p. 149

 무엇을 망설이는가.

 지금 당장 괴짜가 되어라.

 

 노인과 아이는 사는 방법을 안다. 삶의 처음과 끝인 이 사람들은 가장 즐겁게 살아간다. 그들은 남이 어떻게 생각하건 신경쓰지 않는다. 너무 어려서 철이 없고 너무 늙어서 눈치 보지 않는다.

 가운데 끼어 있는 우리는 그들에게서 삶의 진리를 배워야 한다.

(중략)

 

 이따금 나는 북적이는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문 반대쪽을 보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읊조리거나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회의장에서 난데없이 피리를 불거나, 우체국에서 줄 서 있느다가 뜬금없이 탭댄스를 추고 싶어진다.

 '무언가를 하려거든 화끈하게 해라.'

 이 괴짜의 슬로건을 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인다면 삶이 얼마나 재미있어지겠는가. 자주색 옷을 입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화려해지겠는가.

 자주색 옷을 입은 묘령의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느 그 시가 생각난다. 언제나 틀에 맞추는 인생, 남들 눈치나 보는 인생, 규칙에 연연하는 인생은 너무 따분하지 않은가. 내가 좋아하는 생일 카드 문구가 떠오른다.

 '규칙에 연연하면 즐거움을 놓친다네!'

 

 

 

 p. 212

 세상은 나 없이도 계속 돌아갔다. 내 세상을 돌아가게 한 건 친구들이었다.

 내 친구 마티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친구와 건강만 있으면 필요한 건 다 있는 거야."

 암은 내게 친구를 늘 우선순위 꼭대기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화사하게 밝은 주황색 책표지가 눈에 띈다. 비소설 책의 경우에는 디자인 서적이 아니고서야 보통 심플한 표지를 많이 쓰는데 눈이 부실 정도의 주황색의 책을 받으니 어쩐지 낯설었다. '삶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귀여운 표지와는 다르게 뭔가 엄중해 보이는 느낌의 제목. 그래서 처음엔 괜히 신청했나 후회를 할 뻔하기도 했다. 책이든 음악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의 정신상태가 무거울수록 그 콘텐츠들도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법이니까. 요즘 갖은 생각으로 어지러운 나로서는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제목이었다.

 밤을 지새운 낮, 해가 떠버리자 잠이 와도 잠이 들지 않아 옆에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첫 페이지, 첫 문장을 읽고 그나마 있던 잠의 끄트머리마저 사라져버렸다. 생각보다 밝고, 생각보다 흡입력 있는 문장들. 긍정을 노래하는 여느 다른 책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글자가 읽어지는 감이라고 할까? 글자를 씹는 느낌이 달랐다. 저자 레지너는 너무 많은 형제 사이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고, 열여섯에 술에 찌들고, 스물한 살에 미혼모가 되었다. 그리고 18년 동안 싱글맘으로 살게 되었고 마흔 살이 되어서야 운명 같은 남자와 결혼을 하였으나 마흔한 살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마흔세 살에 유방암을 이겨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같은 비극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삶이었다. 레지너는 그간의 생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고 싶은 공부, 즐길 수 있는 과목을 체크해가며 추리고 추리다 그녀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흔일곱에 오하이오 주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선정, 쉰두 살에는 퓰리처상 최종후보로 2년 연속 올랐다. 처음에는 정말 그녀의 삶은 그녀를 배반하지 않았구나 하며 막연히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 같은 삶이라 당연히 책으로 쓰였겠지 하고 넘어가려는 순간, 새삼 다시 놀라게 되었다. 이 책 또한 레지너 그녀가 쓴 거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졸리는 와중에도 시선을 끄는 문구들. 희망을 놓지 말라는 메세지로 긍정을 강요하는 흔해빠진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에세이의 느낌이 들 정도로 가볍게 읽혔다. 순간 밀려오는 생각은, '이렇게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레지너는 어떻게 글을 쓰는 법을 배웠을까?' 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비극적인 상황을 위트있게 그렇지만 정직하게 적어내는 레지너의 책에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한석규가 연기했던 세종처럼 산더미 같은 분노가 일 때는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욕설기도를 하라고 권하는 그녀의 말이 어쩐지 친한 친구가 술 한잔 하며 해주는 듯한 말처럼 음성이 되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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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다시 나를 세워라 - 사랑하고 감동하고 전율하며 사는 법
존 B. 아이조 지음, 윤미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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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 19

 내가 30여 년간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쁨에 넘치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은 모두 순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리석은 순수나 헛된 낙관주의가 아니라, 이 세상의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진실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순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하는 순수 말이다.

 

 

 

P. 34

 내 할아버지는 삶의 여정을 즐길 줄 아는 분이셨다. 할아버지는 때때로 안락의자에 길게 몸을 누이면서 "정말 피곤하군. 완전히 지쳤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하지만 그런 말씀 뒤에는 대체로 미소와 함께 "하지만 이건 기분 좋은 피로야"라는 말이 뒤따랐다. 내 할아버지는 어떤 날들은 기분 좋은 피로를 느끼는 반면에 어떤 날들은 완전히 기진맥진한 피로를 맛본다는 걸 알고 계셨던 듯하다.

 사소한 일들 중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에 더욱 기민해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이 '기분 좋게 피곤한' 날들에 주목하는 것이다. 무엇이 하루를 기분 좋게 피곤한 날로 만들까? 하루 중 여루분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여정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 것은 어떤 것들일까? 기분 나쁘게 피곤한 날들에 주목하고 우리를 소모시키는 것들을 인식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먼저 그것들을 종이에 적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자각하자. 그리고 그 자각이 여러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하자.

 

 

 

P. 45

 위대한 연극배우 헬렌 헤이즈는 말년에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았느냐고 묻는 거라면, 나는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가졌다고 대답하겠어요.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건 마치 아름답게 짠 태피스트리 같아요.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온갖 색으로 염색된 날실과 씨실밖에 보이지 않죠. 하지만 그 전체를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곳에 올라가서 그걸 내려다본다면, 날실과 씨실들이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고 있는 걸 알 수 있지요."

 

 

 

P. 65

 인생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순간들을 맞이하고 즐기는 것은 분명히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 우리는 하나의 장엄한 일몰에서 다음의 장엄한 일몰로 건너가려고 애쓰면서 평생을 보냄으로써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삶의 수많은 중요한 부분들을 놓칠 수도 있다. 그 장엄한 일몰들은 분명히 놀랍도록 멋지다. 그러나 그것들은 케이크가 아니라 케이크의 장식물일 뿐이다.

 

 

 

P. 206

 "당신의 나무를 심어라. 그리고 그 그늘에 앉을 수 있을지 걱정하지 말라."

 계속해서 나무를 심자. 좋은 일을 하고, 친절과 연민을 베풀고, 부당함과 싸우고, 더 많은 선행을 베풀고, 여러분이 쓴 깡통들과 신문들을 재활용하고, 여러분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매주 한두 가지의 부당함에 도전하고, 친구를 돕고, 신문 독자투고란에 편지를 쓰자. 물론, 거기에는 약간의 순수와, 여러분이 결코 보지 못할 것들을 믿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항상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걸 포기한다면, 냉소주의, 체념, 희망의 상실을 택해야 한다.

 

 

 

 

 

 

쉽게 읽히지 않은 책이다. 사실 복잡한 심경 때문에 어떤 책을 읽어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겠지만 이 책과 나는 아직 인연이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다시 나를 세우기엔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출발선에 서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아닌, 10여 년 후의 나에게, 그러니까 한 번쯤 큰 열정이 휘몰아친 후 담담해지고 잔잔해진 마음속이 사막처럼 황폐하게 느껴질 때 그 때 다시 읽고 힘을 냈으면 하는 책. 나는 아직 꿈이라는 것도 열정이라는 것도 가진 적이 없어서 삐뚤어진 마음에 이 책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문득 생각나는 친구. 꿈을 너무 빨리 이뤄버려서 더이상 새로운 것도 새로울 것도 목표도 뭐도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던 친구가 있다. 어릴 때 막연히 생각했던 학생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이끌고 싶었던 친구의 꿈은 교사가 되고 난 이후 현실이라는 틀 안에서 퇴색되고 더 이상은 어린 날의 설렘이나 도전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며 앞으로 몇십 년은 더 이 일을 해야 하는데 벌써 열정이 사라져버린 느낌에 씁쓸해하던 친구.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전해줘야겠다. 나보다 조금은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그 친구에겐 이 책이 또 다르게 와 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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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 재미유산상속변호사가 전하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12가지 키워드
박영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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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p.147 "성경을 한 줄씩 손으로 쓰고 계시다고요..." 

한편으로 이 말은 내게 가슴속 깊이 안도감을 주었다. 성경을 한 줄씩 옮겨 적으면서 마음을 다시리려는 행동은 감정을 승화하는 아주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로움을 술이나 약과 같은 파괴적인 것으로 잊으려는 것보다 얼마나 긍정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인가? 사모님은 성경을 한 줄 한 줄 쓰면서, 그 안에서 자신을 붙들어주고 의지하게 해줄 대상을 필사적으로 찾고 계신 것이었다.

 

p.160 나는 성경을 한 자 한 자 옮겨 쓰면서 큰 아픔을 이겨낸 사모님이 자랑스러웠다. 비록 한때 격렬한 분노에 휩쓸렸을지라도 이를 악물고 자신의 자리에서 생을 지속해가는 사모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남편과 함께 하려 했던 봉사의 꿈을 다시금 서서히 시작한 것이 기쁘고 반가웠다. 이것도 상속의 좋은 예가 아닌가? 김 집사님이 남기고 간 곳에서 다시 일어나 시작하는 삶 말이다. 김 집사님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 꿈이 이제 사모님에게 상속되어 그녀의 삶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p.167 뷰잉은 죽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인사를 나누기 위해 행해온 미국의 오랜 장례 전통이다. 뷰잉은 죽음을 적극적으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미국 사람들은 뷰잉을 할 때 죽은 사람의 얼굴에 가벼운 키스를 한다거나 혹은 누워있는 사람의 손을 만지며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나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곡처럼 꾸민 듯한 소리로 죽음을 애도하는 일도 없다. 오히려 슬픔이라기보다 무엇인가 절제된 즐거움이 장례식장을 감싼다.
 

 

p.187 인생은 그런 것이다. 나그네로 왔다 나그네로 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는 떠돌이로 살다가 떠날 것이다. 그래서 천년만년 살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삶이 문득 여기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은 내 삶의 우선순위를 생각해보고 정리할 수 있는 갑진 기회를 제공해 준다. 진지하게 이런 생각에 잠기고 나면 내 삶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지면 좋을지에 대한 선명한 그림을 그리게 되고 삶의 가지치기를 통해 보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군더더기가 없어지면 뿌리에서 빨아들인 영양분이 꼭 가야 할 곳으로 가게 되고 꼭 있어야 할 곳에 탐스러운 열매와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

 
 

p.191 만약 우리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마지막으로 주어진다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겠는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허락된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의연한 태도로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가진 것을 나누려 하고 그것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자 애쓸 것이다. 진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느낀다면 우리는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두고 가기 위해, 더 나누기 위해 노력할 것이이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삶에 치여 살다 보면 어느새 망각해버리게 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꼬집어서 기억을 되살려주는 책이었다. 특히 미국의 개인주의 스타일의 상속과 우리나라의 가족(집단)주의 상속의 다른 점과 죽음을 생각하고 대면하는 관점의 차이가 흥미를 끌었다. 양쪽 다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주로 같았지만, 종교적인 관점의 차이가 이렇게 많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는 종교가 없어 불교와 기독교 양쪽의 죽음과 장례에 대한 것에 문외한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종교 서적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의 장례 뷰잉엔 절제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장례식을 떠올리면 형식적인 곡소리와 조문객들의 통곡소리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미드나 영화 어디에서도 그렇게 통곡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어쩜 저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 조금 차가워 보인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왕같이 살다가 거지같이 죽겠다는 한 변호사의 말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carpe diem, seize the day를 과용해 너무 오늘 하루만을 생각하고 흥청망청 사는 것도 문제지만 있을지 모를 막연한 미래를 위해 긴 '하루'들을 스스로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해 작가는 '지금 이 순간'을, '오늘'을, 미래라는 전당포에 맡겨놓지는 말라고 했다.

죽음과 소유, 나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흘러 더 성숙해 졌을 때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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