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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
시작은 단번에 매혹됐고 읽어가는 동안은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이런 입심이,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엮는 솜씨에 내내 감탄하게 했다.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까 궁금해가며 책을 읽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곳곳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이 작가에게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작가의 알레고리를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스토리를 엮어가기 위해선 야설이든 민담이든 뻔한 영화나 무협지든 상관없다. 변사의 방식을 채용한 것도 흥미롭다.
1부 부두는, 저주의 화신인 어느 노파로 시작하여 주인공 춘희의 어미 금복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다. 2부 평대는 금복의 파란만장한 삶이, 마지막 3부 공장은 춘희가 교도소에 출감한 후 공장에서 혼자 벽돌을 굽다 죽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상당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한마디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욕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덕분에 직관적으로 술술 읽히는 흡입력이 있다. 소설을 쓰는 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본분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