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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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단번에 매혹됐고 읽어가는 동안은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이런 입심이,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엮는 솜씨에 내내 감탄하게 했다.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까 궁금해가며 책을 읽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곳곳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이 작가에게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작가의 알레고리를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스토리를 엮어가기 위해선 야설이든 민담이든 뻔한 영화나 무협지든 상관없다. 변사의 방식을 채용한 것도 흥미롭다.
1부 부두는, 저주의 화신인 어느 노파로 시작하여 주인공 춘희의 어미 금복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다. 2부 평대는 금복의 파란만장한 삶이, 마지막 3부 공장은 춘희가 교도소에 출감한 후 공장에서 혼자 벽돌을 굽다 죽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상당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한마디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욕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덕분에 직관적으로 술술 읽히는 흡입력이 있다. 소설을 쓰는 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본분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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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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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도 놀랍지만 그 이론적인 논리를 구축한 것이 -얼마큼의 노력을 들였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놀랍다.
빅 브라더로 대표되는 절대 권력, 텔레스크린 등의 감시와 선동, 세계를 분할한 세 개의 강국간의 전쟁(실은 내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허울 뿐인 전쟁이지만), 과거의 날조를 통해 당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두 개의 상반된 개념을 의식적 무의식적 받아들이는 이중사고, 지난 역사를 단절하고 국민의 사고를 단순화하여 지배를 용이하기 위한 신어의 연구에 이르기 까지.
진정한 항복을 한 윈스턴이 마지막 내부 당원으로 승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내 예상은 빗나갔다.
연인 줄리아가 목숨을 내걸 위기에서 배신으로 생각될 만큼 윈스턴의 진정한 사랑이었을지는 의심스럽다.
동물농장의 우화가 진행형이듯이 1984년 년은 지난 과거가 되었지만 감시와 지배의 형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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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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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달달한 사랑 얘기가 읽고파서 뮈소의 소설을 들었다. 요즘 상종가를 치는 작가인 만큼 적당한 스릴이 곁들인 로맨스를 예상하면서.
마치 잘 깎은 밤톨처럼 잘 차려놓은 헐리우드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다. 이렇게 써야 잘 팔리는 모양이다. 여자는 세상의 불행이란 불행은 다 가져다 놓은 듯 하지만 전혀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 못할 남자와의 첫만남, 그리고 그들의 기묘한 동행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잘 따라간다. 나름 반전의 연속이지만 신기하게도 놀랍지 않다. 뻔한 로맨스거니 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잔혹한 스릴러로 갔다가 메멘토를 거쳐 거대한 애정 사기극으로 마무리짓는다. 문장이 좋지도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가벼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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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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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권력의 경고를 담은 우화.
러시아 혁명을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를,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등등 -희화화했다고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지금도 현재형인 듯한 느낌은 나만 일까?
계명(공약)바꾸기, 반대파 숙청하기, 적국의 위협 강조하기, 한가지 이데올로기만 판을 칠 뿐. 지배 계급의 논리에 순응하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복서(말)는 우리들 자신에 다름 아니다.
마지막 돼지들이 인간의 모습을 흉내내는 장면은 소름끼칠 정도다.
스퀠러는 나치 괴벨스가 오버랩된다.
날카로운 작가의 예지력이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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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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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책 표지 뒷장, 정신 병원에 갇힌 두 젊은이의 눈물겨운 분투란 작품해설을 보는 순간, 이 흥미로운 소재를 도대체 어떻게 끌어갈까 자못 궁금했다. 나라면 어떻게 쓸까 생각하며 읽어갔다.
좌충우돌 탈출기는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하며 자신이 만든 벽에 좌절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충분한 사전조사와 치밀한 얼개, 그리고 밀어부치는 힘. 역시 기대대로 였다.
한 호흡에 읽히는 문장은 어디로 튈지 몰라 흥미진진하다. 폭력이 난무한 정신 병원이지만 음울하기 보다 활기찬 코미디에 가깝다. 승민은 별의 바다를 보았을까? 마지막 수명이 부르짖은 희망의 노래가 압권이다.
내게 있어 일종의 공모 소설의 시금석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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