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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
예술에 사로잡힌 영혼.
안락한 삶도 가족도 버린 채 마치 신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그림에 자신을 불사른 한 사내의 이야기. 실제 폴 고갱의 삶을 모델로 썼고 소설의 극적 재미를 위해 차이점을 뒀다고 한다.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꿈꾸지만 실제 더크 스트로브의 재능 밖에 가지지 못한 내 자신이 초라하다. 작품을 읽는 내내 진심 슬펐다.
스트릭랜드의 말이 나를 비수처럼 찌른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작가 몸은 여성 혐오주의자로 보인다. 등장하는 여자들 대부분이 부정적으로 그려졌을 뿐 아니라 스트릭랜드의 입을 빌려 '추상적인 것에 화를 내고, 물질적인 것밖에 모르며, 우주에서 방황하는 남자의 정신을 가계부 안에 가두려고 한다고 매도한다.
<달과 6펜스>라는 다소 추상적인 제목이 작품 속에 어떻게 표현될 지 궁금해가며 읽었는데 언급이 없어 당황했다. 달은 위태롭고도 신비한 궁극의 예술 세계를, 6펜스는 달처럼 희고 은빛 모양이지만 가치 없는 화폐로 조악하고 남루한 위선 투성이의 현실세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당시 런던사교계의 속물들, 예술가의 고뇌 없이 평범하고 잘 팔리는 그림만 그려대는 스트로브, 남편이 천재적인 화가로 알려지자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스트릭랜드의 부인 등의 세속적인 삶과 천연의 타히티에서 자신의 예술혼을 불사랐던 스트릭랜드와 철저히 대비된다. 특히 문둥병으로 눈이 보이지 않던 죽음의 순간까지 마지막 작품을 남긴 부분은 충격적이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하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쓴 것도 좋았고, 제 1차 세계대전의 광풍 속에서도 전쟁의 언급 없이 소설적 재미에 충실한 작가의 의도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