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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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루키 소설과는 이별이다.
엄청난 두께에 비해 내용은 지지부진 그 자체다. 사건은 나무 늘보처럼 한없이 늘어지고 결말의 연결 고리는 느슨하기 짝이 없다. 끝없는 암시와 암시.
이데아 기사단장의 희생과 주인공 화가의 행로, 멘시키의 딸일지 모르는 소녀는 어째서 멘시키의 저택에 숨어있어야 할 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화가의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결합을 원하는 설정도 작위적이다.
한 때 하루키 소설하면 덮어놓고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독특한 번역체 문장과 흡입력있는 글에 매료됐다. 거기에 가볍고 트랜드한 분위기가 감성을 자극했다. 빛나는 비유는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소설이 거듭될수록, 작가의 분신처럼 보이는 30대 정도의 이혼남이거나 독신남으로 혼자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며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데 능한, 요리를 즐기고 음악적 소양이 높은, 그 주인공이 그 주인공 같은 주인공들에 지쳐간다. 거의 항상 기묘한 사건을 -독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에서 기묘하다 강조한다- 겪는, 하루키만의 일정한 패턴에 지쳐간다. 도저히 짐작 조차 할 수 없는 그의 방점 만큼이나.
세계적 작가인 건 충분히 알겠으니 그냥 그의 맛깔스런 수필집이나 잡문 쪽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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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조지 웰스 -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6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최용준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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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이런 상상을 하고 글로 옮길 수 있는 힘이 부럽다. 다만 내 기준에선 출판을 목적으로 한 글치고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놀라운 아이디어가 일화 정도로 소개되는 것이 소설의 본질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기는 작자 서문에서 밝히듯, 단편소설은 한 자리에 한시간 가량의 읽을거리로 충분하다 생각한다면 작가의 취향 또는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사람을 향기로 기절시켜 피를 흡입하는 식물, 화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정알, 젊은이의 육체와 바꿔치기하는 술, 엄청난 활력을 내는 촉진제 등등 끝이 없다. 과연 SF소설의 시조답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완성도를 높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눈 먼 자들의 나라>다. 외부와 고립된 채 15세대 간 눈 먼 자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눈을 가진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우월한 입장에서 가르치고 지배하려 들지만 오히려 제압당하고 만다. 눈에 미혹되지 않은 채 다른 감각에 의존에 살아가는 그들의 방식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그 곳의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눈 제거 수술을 받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세상의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마을을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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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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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세 남자의 세 에피소드.
첫째, 2주 동안 아내와 아들과 아버지를 잃은 남자는 신에 대한 항거의 의미로 뒤로 걷기 시작한다. 신학박물관 학예사 토마스는 우연히 발견한 옛 신부의 일기에 등장했던 십자고상이 엄청난 물건임을 깨닫고 이것을 자기 삶의 새로운 목표로 삼는다. 그 십자고상을 찾아 포루투갈의 높은 산까지 당시 새로운 발명품인 자동차로 갖은 고생을 해가며 찾아간다. 거기서 발견한 십자고상의 예수는 침팬지의 형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절망에 빠진다. 둘째 이야기, 병리학 의사와 죽은 아내간의 예수님에 대한 대화가 인상적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고자 하셨던 예수님의 기적, 4대 복음서 속 이야기로 남은 예수가 우리에게 더 각인되는 이유가 흥미롭다. 갑자기 한 여인이 나타나 죽은 남편의 시신을 가방에 들고 의사에게 검안을 요구한다. 의사는 여인의 요구받아들여 시신의 몸 속에 여인을 봉인한다. 여자에게 남편의 몸은 영원한 집이라는 의미인 것 같다. 세째는 캐나다의 한 성공한 상원의원 이야기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휩싸인 그는, 어느날 발견한 침팬지 오도에게 세상에 없던 편안함과 친숙함을 느낀다.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을 떠나 자신의 선조가 살았던 포루투갈의 높은 산에서 오도와 함께 살아간다.
장점. 얀 마텔 특유의 어디로 튈지모르는 이야기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감. 이게 말이 돼? 재미있을까? 하는데 짐짓 진지하게 끌어가는 능청스러움. 단점. 세 이야기의 접점을 찾으려했으나 일관된 이야기가 되지 않은 아쉬움. 세 에피소드 마무리가 흐지부지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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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리커버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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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하나와 단편 세 개.
먼저 중편 「헬싱키 로카마티도 일가 이면의 사실들」캐나다의 한 대학생은 -작가의 분신으로 보이는- 에이즈로 죽어가는 절친 폴을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한다. 서로 연도별로 세계사적 사건 하나씩 발췌하고 어느 대가족 집안과 연결시키는 것. 정작 그 가족 이야기는 가뭄에 콩나듯이 나오는 게 함정. 마텔의 처녀작이자 실험작. 서서히 죽어기는 폴의 모습이 특유의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간다.
「미국 작곡가 존 모턴의 <도널드 J. 랭킨 일병 불협화음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장 얀 마텔다운 작품이다. 좀 지리해질 때쯤 터지는 한방. 참호 속 명품을 작곡하는 배나온 술주정뱅이 존 모턴의 심드렁한 말투가 예술이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 속 인용도 그럴듯하다.
「죽는 방식」은 참신함 외에 얻는 것 없어 보인다.
「비타 애터나 거울 회사:왕국이 올 때까지 견고할 거울들」역시 독특한 구조. 거울 만드는 상자로 진짜 거울을 만드는 손자와 할머니. 끝없이 혼자 떠들며 어쩌구 저쩌구 남편을 추억하는 할머니와 손자의 단편적인 생각은 따로 다루어진다. 진짜 거울을 완성하고 느껴지는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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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제6회 무명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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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전통 의례와 아름다운 우리말의 향연. 서릿발 같이 꼿꼿한 노인까지 그림이 제대로다. 거기에 태생에 불만을 품은 한 젊은이의 염치없는 육욕은 언밸런스다. 언간의 소손녀에서부터 해월당 어머니, 그리고 생모 모두 가부장제의 비극은 현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인들의 서슬퍼런 한이 한옥을 불소시개 삼아 활활 타오르는 것이 눈에 보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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