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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책값이 비싸다. 무려 17,000원. 보통 13,000원대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지만 무엇때문에 이 책이 17,000원이 무척 궁금해졌다.
저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에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했다. 그곳에서 28년전 인생의 멘토를 만나 자신의 삶이 바뀐 내용이 간간히 들어있다. 달리면서 러너스하이를 경험하고 절대고독속에서 자신의 영혼의 소리를 들었다. 그는 눈을 뜨면 현생인류가 태어난 장소인 아프리카의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 만든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물에서 인간(호모사피엔스)이 된 순간이 그 커피에 담겨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책은 고독,관조,자각,용기에 대해 4부작으로 나누어서 오랜세월동안 저자가 직접 깨우친 아주 강한 이야기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받아들임은 틀릴거같다.
- 따뜻하던 커피는 이내 식어버린다. 나도 언젠가는 이처럼 식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안개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인류가 살고 있는 이 지구도 50억년이 지나면 자전할 힘을 잃고 멈출 것이라고 한다 -
18페이지 : 과학은 137억 년 전의 빅뱅의 순간을 말하지만 빅뱅은 그 어떤 종교적인 혹은 철학적인 개념보다 더더욱 신비에 싸여있다. 만물의 시작을 설명하려다 만들어낸 상상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그 흐름의 시작과 끝을 볼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쏜살같이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시간, 그래서 우리는 매순간 무방비 상태로 미래에 진입한다. 그 결과 우리에게 남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뿐이며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는 것도 바로 시간의 흔적이다. 과거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31페이지 : 생각을 한다는 것은 삶의 여정 가운데 잠시 멈춰 서서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교하게 헤아리는 훈련이다.
71페이지 : 고통과 암흑의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본질적이지 않은 것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자기자신`이 아닌 척하기를 그만둔 것이다. 동시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일을 헤아려 그것에 집중했다. 그녀는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의존적이고 종속적인 인간이기를 그치고, 자신을 깊이 응시하며 새롭고도 놀아운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섰다(조안롤링에 대한 이야기)
131페이지 : 보이는 것만 보는 이런 시선이 고착화 되는것을 `무식`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두가지 특징이 담겨있다. 하나는 쉽게 화를 낸다는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이 멋대로 만들어놓은 허상속에 대상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허상과 실제 대상이 불일치할때 느끼는 감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남들이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맞춰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사리 폭력을 행사한다. 일상에서 자주 화를 내고 폭력적인 사람은 `무식`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153페이지 : 길가메시는 영생을 찾아 목숨을 건 이 숭고한 여행에서 깨닫는다. 영생이란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 기술, 즉 영생을 추구하는 삶 자체라는 것을.
155페이지 : 불멸을 찾아 나선 길가메시의 여정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난다. 하지만 여정의 끝은 또 다른 시작, 즉 불멸의 시작이기도 하다. 길가메시는 자신만의 심연 여행을 통해 불멸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것은 불멸을 추구하고 심연의 여정을 떠나는 그 순간이 바로 영생이라는 깨달음이다.
263페이지 :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매순간 자기확신과 그 확신을 지켜내는 인내다. 끊임없이 우리를 다른 무엇이 되라고 유혹하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은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 그것이 참된 성공의 의미는 아닐까
285페이지 : 종교인이란 무엇을 믿고 주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알아차려 집중하고 행동하는 자라고 말했다. 종교에서는 진정 무엇을 믿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믿음이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습득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다.
`착한`사람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그의 생각과 행동에서 좋은 향기가 풍긴다. 착함이란 자신이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소중한것을 찾아 인내로써 지켜내는 행위다. 그리고 `나는 향기로운 존재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연습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