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기술의 문제들>
자연 극복형의 호모 사피엔스 2.0을 넘어 3.0 시대로 질주하면서, 그동 안SF 만화나영화에등장했던초현실적인일들이우리앞의현실이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이 곧바로 유토피아로의 이행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예측되는 문제들을 짚어본다.
1. 우생학과 인종주의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선택적 남녀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종족 개선이 가능하다는 개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생학에 대한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본격적인 *우생학은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의 ‘인간 진화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동식물의 유전학적 개량을 경험한 유전학자들을 중심으로 인간의 개량도 유전학적으로 가능 하다는 신념이 공유되었다.
문제는 *우생학적 사고방식이 *사회・정치적 상황과 맞물렸을 때 *인종 청소나 *홀로코스트와 같은 암울한 역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 기술이 *소수의 국가나 *집단의 전유물이 되었을때 심각한 *인종주의로 흐를수 있다는 점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생학이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도 우생학적 사고의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전 유전자 검사를 통한 *태아 선별법이라든지, 배아 유전자 검사를 통한 배아 선별법을 통해 유전 질환의 예방이라는 명목으 로 누군가가 우생학적 행동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 P48
2. 우월 유전자와 사회적 계층화
유전자 가위 기술에 의한 디자이너 베이비 출산은 사회 *구성원을 *서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특히 *부의 편재와 *계층화를 심화 할 수 있다.
고도의 기술에 *접근 가능한 *상류층과 일반인의 *우열 관계가 형성되면 심각한 *불평등이 야기될 것이다. *우월 유전자의 *존재가 *증명 되고 유전자의 개량이 허용된다면 *우월 유전자의 *대물림과 더불어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의 차별은 자명해질 수밖에 없다.
3. 유전자의 획일화
인간의 능력을 개선하는 유전자가 입증된다면, 결국 *특정 유전자가 선호되면서 전체 인류의 유전자형이 특정 형태로 수렴할 위험도 존재 한다.
이는 인간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멸종을 부를 수 있다.
*생물체의 **항구성은 바로 **다양성에 *기초하기 때문 이다. *다양성의 근간이 되는 *유전자 변이는 *무작위적인 *방향으로 발생 한다. 다만 *자연이라는 *거대한 힘이 가장 *적합한 형태로 이끌 뿐이다.
관련된 예시를 최근의 역학적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겸상적혈구 빈혈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악성 빈혈이 생기는 심각한 유전 질환이지만, 독특하게도 이 유전자형은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갖는다.
말라리아 가 득세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겸상적혈구빈혈증 유전자형을 가진 사 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유전자형과 *환경과의 *상호 관계는 이처럼 *쉽게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4. 인간 존엄성의 훼손
*치료적 관점을 넘어 *강화 목적으로 시행되는 생식 세포 유전자 편집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훼손한다.
인간의 유전자와 특정 형질은 *임의로 자르고 붙이는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원초적으로 지닌 *존엄이며, 다른 유전형을 지닌 개인들과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치료적 관점에서 유전자 교정을 하더라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령, 우리는 청각 장애를 심각 한 장애로 규정하고 교정을 통해 청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청각을 회복했을 때의 *괴로움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예도 적지 않다. 즉, 어떤 부분에서는 장애나 질병도 상대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늘 소통과 합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전자를 마음대로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다양성은 어떻게 *유지될까? *개체의 다양성 *유지에는 *생물학적 원천이 있다.
첫째는 *DNA의 변이다. *속도가 느리고 *미약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생물체의 *유전자 서열은 *조금씩 변한다. *DNA의 복제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기간 *생물체의 **다양성과 **진화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둘째는 *모계와 *부계로부터 받은 *염색체의 *자연적 **재조합이다. *후손의 염색체는 엄마나 아빠의 것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일정 부분 *재조합되어 *형질을 바꾸는 토대가 된다. 염색체의 **자연적 재조합은 **무작위적이며 **예측할 수 없다.
반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매우 *정교하게, 그리고 의도한 대로 유전자를 *재조합할 수 있다. *국소적인 질환 유전자를 바꿀 수도 있고, **큰 범위의 *유전자군 조합도 바꿀 수 있다.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설계하고 *편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의 *고도화와 더불어 *의도된 조합으로 나타나는 *형질을 **예측하는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유전자의 *형질 또는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깊이 *파악하게 되면 우리는* 유전자 설계에 필요한 *정밀한 지도를 얻게 될 것이다.
1 특정염기서열을인지해해당부위의DNA를절단하는제한효소. - P44
<유전자 가위 기술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1. 바이러스와 질병: *사후 치료에서 *자가 치료로
*바이러스는 동물, 식물, 미생물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해 줄 *리보솜ribosome을 장착한 세포에는 모두 *침범해왔다.
이에 *세포들은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나름의 체계를 갖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체 계 하나가 *미생물의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이다.
*크리스퍼 시스템을 갖춘 미생물은 *카스Cas라는 *유전자 도구를 이용해서 침입해 들어온 *바이러스 단편을 잘라 *크리스퍼 영역에 *삽입함으로써 *외부 DNA의 **출입 기록을 *저장해둔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가 *다시 침범했을 때 *기록장치에서 *‘추적용 *RNACRISPR RNA’를 생산해 *Cas단백질과 함께 *바이러스 유전자를 *절단해 버린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이 *크리스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간과 달리 *미생물은 생활사가 짧으면서 *오랫 동안 *진화를 거쳐왔기에 이렇게 *멋진 도구를 실험할 기회를 충분히 가 질 수 있었다.
*인간도 *면역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항체 기반의 *면역 체계가 *가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또 *급격히 증식하는 *바이러스로 *면역 체계가 *무력화되기도 한다.
게다가 *광범위한 *박테리아 치료제인 *항생제가 개발된 것과 달리 *바이러스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디다.
*현재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는 *간염, *에이즈 등을 치료하는 몇 종류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약 위와 같은 *크리스퍼 시스템을 *장착한다면 다양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면역 체계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치료제나 *백신 개발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의 *바이러스 위협이 계속된다면 *인류를 상대로 한 *크리스퍼의 설계적 *삽입이 **명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 후의 *치료적 접근이 아니라 *감염이 되면 바로 *크리스퍼가 작동해 *선제적 치료가 이루어지 게 되는 것이다.
또 *바이러스 감염뿐 아니라 *유전자 변이를 감지해 *교정함으로써 *암과 같은 질환을 *자가 치료하는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유전자 가위 도구는 *‘베이스 에디팅base editing’이나 *‘프라임 에디 팅prime editing’ 기술로 이미 실현되었다. - P44
2. 치료: 수술에서 *생체 조직 *교환으로
유전자 가위 기술과 줄기세포 기술의 결합은 다양한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특정 장기가 *질병이나 *유전적 원인에 의해 *손상된 경우에도 *체세포로부터 해당 장기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치료할 수있다.
*필요할 경우 *유전자 교정을 *선행해 분화시킨 *세포가 *3D 프린팅,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이종 장기(동물 장기 활용) 기술을 통해 완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는 현재 제 한적으로 행해지는 동종 장기 이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줄 전망이다.
3. 수정: 자연 수정에서 배아 유도로
2021년 〈네이처〉 지는 재프로그래밍과 세포 배양 기술을 결합해 피 부 세포로부터 배반포1를 형성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사람에게서 배아 를 추출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불임 등의 연구를 수행할 방법을 확보하 게 된 것이다. 배반포 단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심장, 근육, 신경 등 1 포유류의 초기 발생에서, 하나의 세포로 시작된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통해서 여러 개 의 세포로 이루어진 것.
의세포로다시분화시킨후심장병,뇌질환,당뇨등의세포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배반포 그 자체를 개체로 발달시킨다면 인간 복 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핵 치환보다 더 간편하게 인간을 복제할 수 있 는 기술을 인간이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탄생: 임신과 출산에서 인공 부화로 2014년 영국 과학자들은 피부 세포를 이용해 초기 단계의 인공 정자 와 인공 난자를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피부 조직을 줄기세포로 재 프로그래밍하고 이를 난자와 정자의 초기 세포로 발전시킴으로써 자연 적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험관에서 수정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 을 제기한 것이다. 2016년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정자를 난자에 주입해 태어난 건강한 쥐를 선보였다. 2021년 이스라엘 의 와이즈만연구소는 시험관에서 쥐의 배아를 6일간 배양하는 데 성공 했다.쥐의배아발달기간이약20일인점을고려하면약3분의1을시 험관에서 발달시킨 셈이며, 그들은 이 기간에 특정 장기들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향후 배양 조건 기술이 확립된다면 상상 속에서나 그려 보던 고등 동물의 인공 부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죽음: 매장과 화장에서 채취와 보관으로 현재 대부분의 나라가 사체를 매장이나 화장의 형태로 처리한다. 나 라마다 환생, 부활, 영혼 불멸과 같은 신앙과 믿음이 존재하더라도, 신 체는 한번 죽음으로써 종결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념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전에 채취한 세포를 적절한 냉동 보관 장치에 보존함으로써 먼 미래에 유전 지도의 밑그림을 제공하는 일이 가능해 1부: 인류를 위협하는 미지의 재앙 X이벤트 47
졌다. 특히 신체적・예술적 능력이 뛰어나거나 지적 능력이 탁월한 사람 이라면 사후 그 신체에서 특정 세포를 채취하거나 보관하고자 하는 욕 망과 필요성이 대폭 커질 것이다. 냉동 보존제, 보존 장치, 보존 후 채취 기술 등의 발달로 체세포 및 줄기세포의 보존 사례가 급격하게 확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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