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각축전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 책갈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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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세계대전 개전 전에 레닌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민족 문제에 관한 노동계급 민주주의의 강령은 다음과 같다. 어떤 나라도 어떤 언어도 특권적 지위를 누려서는 절대 안 된다. 완전한 자유 속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독립국을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민족들의 정치적 자결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다." (113-114)


   이런 사례들에서, 나토 군사동맹을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미국의 집요한 노력은 자기 제국을 넓히려는 유럽연합의 소망과 언제나 맞물렸다. 이는 소련이 몰락하던 1991년에 미국이 당시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에게한 약속을 대놓고 위반하는 것이었다. (135)


... 케네디는 두 가지를 양보해 흐루쇼프로 하여금 신속하게 미사일을 철수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케네디는 쿠바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소련을 겨냥해 터키와 이탈리아에 배치한 핵미사일을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이 중 둘째 약속을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케네디가 그해 11월에 열리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공격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승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흐루쇼프는 먼저 굽힌 사람으로 묘사되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케네디에게서 기대 이상의 양보를 받아 냈기 때문이다. (153)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은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라고 불렀다. 레닌의 동지인 폴란드계 독일인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제국주의의 정수는 자본이 기존의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하고, 그 새 영역을 두고 서로 경제적·정치적 쟁투를 벌이며 경쟁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특징은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서로 맞물리는 것이다. 경제적 경쟁은 자본주의의 원동력인데,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기술 혁신과 생산 확대에 투자하며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202)


   동유럽 대중은 서방의 영향력 확장으로 이득을 봤는가? 서방의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의 확장은 동유럽에서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 노동계급 삶의 파탄, 극우와 파시즘의 부상을 낳았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지배층은 서방과 교역을 늘리고 시장 친화적(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하는 것이 자기들에게 득이 되리라 보고 친서방 행보를 보였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대중은 인근 국가 중 가장 심각한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리게 됐고, 친서방 지배층의 반동적 민족주의를 틈타 파시즘이 성장하고 소수민족들이 크게 억압받았다. 젤렌스키 정부 역시 친서방 ·반러 국수주의를 강화해 왔다. 지금도 서방의 군사개입 확대를 요구하며 긴장 고조에 일조하고 있다.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을 낳을 것이 분명한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이 전쟁에서 서방의 비호를 받은 젤렌스키 정부가 승리하면 우크라이나를 서방 제국주의 쪽으로 더 끌고 갈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는 다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더 큰 갈등을 일으킬 불씨가 될 것이다.(217-218)


   소련은 국가자본주의 사회로, 지배계급인 국가 관료가 자본축적을 위해 노동계급 대중의 노동을 착취하는 사회였다. 그런 착취 덕에 소련은 세계적 군사 강국이 됐다. 그러나 1980년대에 소련은 극심한 경제적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220)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노동자 정당이 보잘것없는 민주주의의 외피를 지킨다며 '우리'나라의 제국주의를 지지하다가는 독립적 정치를 포기하고 노동자들을 국수주의적 혼란에 빠뜨려 인류를 재앙에서 구원할 유일한 요소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국제 노동계급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보다 훨씬 더 나은 대안을 건설할 자격과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 체제와 자국 지배계급에 맞서 싸워야 한다. (236)


   많은 좌파들은 제국주의를 (미국 같은 특정) 강대국의 약소국 지배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이처럼 식민주의로 환원될 수 없고, 강대국들 간의 세계적 경쟁 체제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서유럽 강대국들처럼 분명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을 놓고 서방과 쟁탈전을 벌이는 제국주의 국가이고, 세계적 수준에서도 점점 더 그러고 싶어 한다. (237)


   러시아 노동자들은 푸틴이 대외 정책에서 거둔 '성공'을 지지하면서, 국내에서의 심각한 노동개약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보아넘겼습니다. 그런 개악의 사례로 2018년 연금 '개혁'이 있었는데, 이 '개혁'으로 남녀 노동자들의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5년 늦춰졌습니다. (241)


   이처럼 온 사회가 재앙에 휩싸인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살상하고, 러시아 국내에서는 반전 활동가들이 구금되고 있다. 경찰은 시위를 유혈 진압할 뿐 아니라 시위 참가자들에게 물리적 폭력과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모스크바 브라테예보구 경찰서에서 활동가들에게 어떤 고문이 자행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녹음 파일이 돌고 있다. (261)


   러시아의 평범한 사람들은 적이 아니다. 진정한 적은 러시아의 기업주들과 정치인들이다. 이들과 평범한 러시아인들을 혼동하는 것은 푸틴의 전쟁에 맞선 저항을 약화시킬 뿐이다. (270)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 그리고 이 침공이 패배해 푸틴의 제국주의에 타격이 되길 바란다. 푸틴의 침략군은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대중과 사병들의 반란, 나토 열강에 독립적인 우크라이나인들의 운동이 결합돼서 패배하는 것이 가장 좋다. (279)


... 그렇지만 미국은 미군이 기소될 때는 국제형사재판소를 인정하지 않는다. 서방 지도자들이 푸틴을 전범으로 규탄하는 것은 더 큰 그림의 일부다. 즉,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 중 하나를 상대하는 전쟁의 수위를 더 끌어올리는 것에 대한 지지 여론을 쌓아가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푸틴이 전범이라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영국 전 총리 토니 블레어, 미국 전 대통령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등도 전범이다.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는 우크라이나에서만이 아니라 아부 그라이브와 관타나모에서도 해야 마땅하다. 마리우폴의 파괴는 이라크 팔루자의 파괴와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 .(287)


   한국의 무기 수출으 사우디와 이집트 같은 최악의 반인권 정권에 그치지 않는다. 방위사업청은 우방국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1000건 이상의 전략물자 수출 허가를 승인한 바 있다. 유엔 세관 데이터를 보면, 2015~2020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2009~2014년보다 22퍼센트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4년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2344만 달러(265억 원)로, 박근혜 정부 4년간 수출액인 1019만 달러(116억 원)의 갑절이 넘는다. 문재인 정부가 이스라엘에 판매한 무기의 절반 이상은 폭탄, 수류탄, 어뢰, 지뢰, 미사일, 탄약 등 발사 무기류다. 

   이처럼 한국의 방위산업과 무기 수출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한국 방산 기업드의 수익은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운운하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서방 국가들이 공공연하게 판매하기를 꺼리는 분쟁 지역에까지 적극적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위선을 보여 줬다. 이에 반해 한국이 무기를 판매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억압을 피해 한국을 찾은 난민들에게 한국 정부는 극도로 인색하다 못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한국의 무기 수출이 급증했던 2010~2020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3퍼센트에 그쳤다. 한국 정부는 이 죽음의 수출을 당장 중단해야 할 정치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 (30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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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반양장) 레닌 전집 63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지음, 이정인 옮김 / 아고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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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독점의 역사를 핵심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1860~70년대: 자유경쟁의 발전이 가장 높이, 정점에 도달한 단계. 독점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맹아에 불과하다. (2)1873년 공황 이후: 카르텔들은 장기간 발전했지만 아직 예외적이다. 그것들은 아직 견고하지 않으며, 일시적 현상이다. (3) 19세기 끝무렵의 호경기 및 1900~3년의 공황: 카르텔들은 모든 경제활동의 기초들 가운데 하나가 된다. 자본주의는 제국주의로 전화되었다. (35)


...자본의 집중 및 은행 거래의 증가가 은행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더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것이다. 몇몇 자본가들을 위해 당좌계정을 운영할 때 은행의 이 업무는 순수하게 기술적이고 완전히 보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가 엄청난 규모로 증대되면 한 줌의 독점가들이 전체 자본주의 사회의 상공업 업무들을 자신들의 관할 아래 두게 된다. (56)


   생산의 집중, 그로부터 성장한 독점조직들, 은행과 산업의 융합 또는 유착, 그것은 금융자본의 발생사인 동시에 금융자본이란 개념의 내용인 것이다. (76)


   산업의 호황기에는 금융자본이 엄청나게 높은 이윤을 얻고, 불황기가 되면 견실하지 못한 작은 기업들이 쓰러진다. 대은행은 이렇게 쓰러지는 기업들을 헐값으로 사들이거나, 벌이가 좋은 '구조조정(Sanierungen)', '구조재편(Reorganisationen)' 작업에 참여한다. (90)


   급격하게 발전하는 대도시 근교에 대한 땅투기도 금융자본에게는 굉장한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다. 은행들의 독점은 여기서 토지소득의 독점 및 교통노선의 독점과 결합된다. (91-92)


   일단 독점이 형성되어 수십억의 돈을 움직이게 되면, 그것은 절대적인 필연성을 가지고 정치체제나 다른 어떤 '세부적인 것들'이 어떻든 관계 없이 사회생활의 모든 면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94)


   자본의 소유가 자본의 생산적 투자와 분리되는 것, 화폐자본이 산업자본 또는 생산자본과 분리되는 것, 화폐자본에서 나오는 소득으로만 생활하는 금리생활자가 기업가나 자본 운용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사람들과 분리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일반적 특성이다. 제국주의 또는 금융자본의 지배는 이런 분리가 상당한 정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가장 높은 단계다. (96)


   자유경쟁이 완전히 지배적이었던 예전의 자본주의에서는 상품수출이 전형적인 것이었다. 이제 독점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최근 단계에서는 자본수출이 전형적인 존재다. (100)


... 자본수출의 필연성은 몇몇 나라들에서 자본주의가 '지나치게 성숙'해서 자본에게 (낙후된 농업과 대중의 빈곤이라는 조건 때문에) '수익성 좋은' 투자 대상이 있는 분야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의해 창출되었다. (102)


   금융자본은 독점의 시대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독점은 가는 곳마다 독점의 원리를 전파한다. 유리한 거래를 위해 공개된 시장에서의 경쟁 대신 '연고'를 이용한다. 차관의 일부를 채권국의 생산물, 특히 군수품, 선박 등을 구입하는 데 지출하는 것을 차관 조건으로 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관행이다. (106)


   최근 자본주의의 기본적 특징은 거대기업가들의 독점연합에 의한 지배라는 것이다. 이러한 독점조직들은 모든 원료산지를 한 손에 장악하고 있을 때 가장 견고하다. 그리고 국제적인 자본가 연합이 경쟁자들에게서 모든 경쟁의 가능성을 빼앗기 위해서, 예를 들어 철광산과 유전 등을 매점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가는 이미 우리가 본 그대로다. 식민지를 보유하는 것만이 경쟁 상대와의 투쟁에서 나타나는 온갖 우연-경쟁자가 국가전매법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할지 모른다는 우연까지 포함해서-에 대해 독점의 성공을 완벽하게 보장한다. (135)


   자본수출의 이익 역시 식민지 정복을 부채질한다. 왜냐하면 식민지 시장에서는 독점적 방법에 의해 경쟁 상대를 배제하고 공급을 확보하며 '유착관게'를 단단히 다지는 등의 일이 더 쉽기(아니, 때로는 거기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138)


...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기본 양태를 포함하는 제국주의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할 것이다. 

   (1) 독점을 창출하여 그것이 경제생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정도로 높은 발전 단계에 도달한 생산과 자본의 집중 (2)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융합, 그리고 이 '금융자본'을 기초로 한 금융과두제의 탄생 (3) 상품수출과 구별되는 자본수출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획득 (4) 세계를 분할하는 자본가들의 국제적인 독점연합들 형성 (5) 거대 자본주의 열강들에 의해 지구의 영토적 분할 완료. 요약하면 제국주의란 독점과 금융자본의 지배가 형성되고, 자본수출이 중요한 의미를 획득하며, 국제 트러스트들에 의한 세계 분할이 시작되고, 가장 큰 자본주의 나라들에 의해 지구의 모든 영토 분할이 완료된 발전 단계에 도달한 자본주의다. (144-145)


제국주의는 농업 지역뿐 아니라 가장 공업화된 지역도 합병하려고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벨기에에 대한 독일의 욕망, 로렌 지역에 대한 프랑스의 욕망), 이는 첫째로 이미 세계 분할이 완결된 탓에 재분할할 때는 모든 종류의 땅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여러 강대국들의 경쟁이야말로 제국주의의 본질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직접적으로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경쟁국을 약화시키고 경쟁국의 헤게모니를 파괴하기 위해서 영토를 장악하려고 한다(독일에게는 벨기에가 영국에 대한 거점으로, 영국에게는 바그다드가 독일에 대한 거점으로 특별히 중요하다). (149)


제국주의는 노동자의 사이에도 특권을 가진 부류를 분리해서 그들을 프롤레타리아트의 광범위한 대중으로부터 갈라놓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175)


만약 어떤 일본인이 미국인들의 필리핀 합병을 비난한다고 가정해보자. 묻건대, 그것이 필리핀을 합병하려는 자기 자신의 욕망에서가 아니라 모든 병합에 대한 증오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일본인의 합병 반대 '투쟁'은 그가 일본의 조선 합병에 반대하여 들고 일어설 경우에만, 일본으로부터 조선이 분리할 자유를 요구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성실하고 정치적으로 정직한 것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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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사회 - 핸드폰·이메일·와이파이·사물인터넷, 연결된 모든 것이 위험하다
찰스 아서 지음, 유현재 외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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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근거지로 해서 1,000명 이상이 다른 나라 사람인 척 위장해서 블로그와 트위터에 가짜 뉴스를 올리는 집단인 IRA Internet Research Agency와 연관이 있다고 추측했다. (48) 


해커는 강도와 유사하나 다른 점이 있다. 한 번에 다 빼앗고 끝나는 게 아니라 빼앗은 것을 하나씩 하나씩 세상에 공개해 나간다는 점이다. 아주 서서히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같았다. (89)


토르 웹사이트는 여느 웹 주소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컴퓨터 서버였음에도, 효과적으로 웹 안에 숨어 있었다. 토르Tor라는 명칭은 디어니언 라우터The Onion Router의 약자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미군 스파이들이 적에게 감시받지 않도록 만든 기술로, 일반적인 브라우저로는 찾을 수 없는 구조였다. 스파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195) 



잃어버린 개인정보로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ICO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벌금을 너무 적게 부과하는 데 화가 날 수밖에 없었따.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해 줄 것 같았던 비정부 기구였기 때문에 더욱 무력함도 느꼈다. 피해자들은 ICO에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제 대상에 선정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ICO는 관련 언급조차 없었다. (251-252)



아누바브는 해당 사이트의 관리자와 연락이 닿았는데 놀랍게도 그 관리자는 불과 13세였다. 코드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봇넷을 만들 수 있게 한 행위는 불법이지 않은지 물었지만 13세 해커는 괜찮을 것이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법적으로 미성년자라 기소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봇넷을 만들고 사물인터넷 기기를 지배하는 세계는 이렇듯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295)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라이 소스코드 공개는 봇넷을 만드는 방법이 더 멀리 퍼져 나간다는 의미다. 반면 봇넷으로 이용될 수 있는 사물인터넷 기기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나 펌웨어에 문제가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애초에 해킹하기 어려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보안보다 거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304)



실제로 많은 비밀 기업들이 전 세계 정부를 상대로 제로데이 공격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비밀리에 조언하며 돈을 벌고 있다. 제로데이는 공개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회사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제로데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장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해커들이 범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합법적 사업 모델이 됐다. (305)



사람은 들을 수 없지만 핸드폰은 감지할 수 있는 초음파 주파수로 음성 명령이 녹음되어 있는 공격이었다. 중국 저장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201711월 발표한 논문에서 이 원리를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초음파로 음성 명령을 내려, 전화를 걸거나 웹사이트를 여는 등 일반적으로 스마트 기기로 사람들이 하는 활동을 시연해다. 그러자 사용자 모르게 기기가 작동했다. (311-312)



음성 지원 기술은 사람에게는 이상하게만 들리는 소리도 명령어로 인식한다. 조지타운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합동연구팀이 2016년 여름, 이 기술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고, 배경 소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여줬다. 말썽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해커들이나 특정인을 노리는 정부 기관에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312)



하지만 명명백백한 코드와 기존에 짜인 규칙에 의해 동작하는 시스템과는 달리, 머신러닝 시스템에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물을 수 없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어떤 결과 값을 도출하는지 그리고 그 결정 과정은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는 것이다. 신경 네트워크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블랙박스와 같다. 앞으로 그 블랙박스의 발달은 이를 훈련시키는 우리 인간을 분명 놀라게 할 것이다. (315)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 유출은 오존층의 구멍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모여야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유출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도 기후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유사하다.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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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타포 - 히틀러 비밀국가경찰의 역사 KODEF 안보총서 43
루퍼트 버틀러 지음, 이영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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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제정 러시아 독재 권력의 시녀였던 비밀경찰 오흐라나Okhrana1881~1917년에 대규모 정치적 반대 세력을 체포하여 고문했다. 191710월 혁명 이후 체카Cheka(반혁명 및 파괴행위 단속 비상위원회)가 그들의 뒤를 이었다. 차르 체제 전임자들의 여러 가지 특징을 그대로 계승한 체카는 침투 요원과 요원 선동가들을 이용했다. 이후 공산주의자들이 도입한 연방국가정치보안부OGPU(오게페)와 국가보안위원회KGB는 군과 산업, 모든 주요 정부 기관들을 엄밀히 조사하는 특별 부서들을 망라하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독재 정권에서 그러하듯이 이들은 엄청난 수의 정보원들을 모았다. 정보원들의 임무는 보안 규정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고 고용인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정보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하나같이 테러와 협박에 의존했다. 2차대전 전후에 400~500만 명이 감금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스탈린 대숙청 시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용소로 보내졌는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독일이 은밀한 법 집행에 처음 사용한 정교한 방법들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의 성공을 모델로 한 것이었다. 나폴레옹 1세는 스파이 활동을 그의 군 운영 시스템의 일부로 조직화했다. 사회주의자였다가 변절한 전직 변호사 작센의 칼 슈티버Karl Stieber는 프로이센 왕의 명령으로 스파이 활동을 했다. 경찰고문Polizeirath이라는 지위를 얻게 된 그는 이 지위를 통해 정상적인 경찰지휘권과는 독립적으로 국가의 적을 찾아내는 요원들로 구성된 포괄적인 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슈티버가 발전시킨 이 체제의 기반은 1918년 독일이 패망할 떄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되었다. (12)



본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게슈타포는 독립 기구가 아니었으며 지속적으로 보안대의 감시를 받았다. 치열한 내부 경쟁 관계에 있는 경찰 기구의 모든 국과 분과들도 마찬가지였다. 게슈타포의 주요 소관 업무는 나치 정권의 적대 세력을 적발하는 것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적대 세력이란 경미한 반대 혐의자들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사복 차림의 게슈타포는 체포, 심문, 가택 수색을 수행했다. 게슈타포는 아파트 경비원부터 가게 점원, 사무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정보원을 모집했고, 이들이 정보 제공을 꺼릴 경우 가족이 곤란에 빠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가정에서 오가는 정권에 대한 사소한 비판까지도 신고하도록 세뇌시키고 설득했다. (105)



게슈타포는 1944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때까지 프랑스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했따. 파리를 중심으로 130개가량의 개별 게슈타포 사무실이 그물처럼 뻗어 있었고, 그 외에도 독립적인 군사정보국과 비밀헌병Geheime Feldpolizei 조직망이 존재했다. (215)



한편 워싱턴의 미국 국립문서보관소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가 보관하고 있는 하인리히 뭘러에 관한 135쪽짜리 서류철에는 그가 전후 체코, 아르헨티나, 소련, 쿠바 정부에서 일했다는 수많은 보고와 소문이 담겨 있다. 그가 전쟁 막바지에 살해당했다거나 1946년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도 있다. 정의의 심판을 피해간 나치의 하수인으로 뮐러가 유일한 것은 아니었다.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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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신디케이트 (양장) - 비밀경찰 수중에 놓인 러시아
마르가레타 몸젠 지음, 이윤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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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량배인가, 독재자인가 아니면 고도로 숙련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경탄할 만한 국가 지도자인가? 러시아의 반정부 정치학자인 게오르기 사타로프는 서방세계의 의견이 갖가지인 이유에 대해서 실제로는 콤플렉스로 가득 찬 작은 부랑아라는 세계적 통치자의 유형이 서구에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따. 서방은 지배적 위치에 있는 독재자와 건달은 경험해봤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불량 청소년 유형은 겪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39)



이 사건은 당시 총리였던 푸틴을 헌법의 힘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로 곧바로 올려 보냈다. 이런 직무의 이점은 대선에서 푸틴을 유리하게 만들었고 그의 입법권력을 강화했다. 푸틴은 즉시 보리스 옐친에게 면책 특권을 보장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한눈에 봐도 이 행정명령은 갓 선출된 대통령이 할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 행위에는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이 행정명령은 옐친이 푸틴을 지명함으로써 비밀경찰들이 권력의 길로 진입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개방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과 존경의 표현이었다. 동시에 여기에는 러시아가 보안기관의 인질이 되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수년 후 보안기관의 한 고위 인사가 묘사했듯이 국가와 사회는 이제 첩보기관의 갈퀴에 걸리게 되었다. (43)



푸틴이 모스크바로 데려온 많은 비밀경찰을 고려하면, 열려 있는 민주주의적 절차의 신뢰보다 오히려 중상모략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했다는 가정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52)



1990년대의 약탈 자본주의는 실제로 국가권력이 직접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일종의 국가자본주의로 차츰 바뀌었따. 그에 따른 혜택을 입은 사람은 누구보다도 새로운 기업 관료들이었다. 재계 인사인 이들은 비밀경찰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시 행정부 출신이라는 이유에서 그렇게 불렸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관료주의적 자본주의가 시작되었다. (65)



푸틴의 사람들을 대체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대표자나 비밀경찰의 일원으로 배치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비밀경찰의 일원이 된 자들은 국가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실로비키siloviki(러싱오의 ‘sila’는 권력, 힘을 의미)라고 불렸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권력 엘리트들이 그들이 가진 인맥에 따라 가즈프롬이나 로스네프트 등 거대 국영기업으로 가게 되었따. 연이어 정부의 고위관직에 오른 비밀경찰 장교들은 새로운 자본주의에 완전히 열려 있었다. 파블롭스키는 실로비키가 그들의 지속적인 사업 활동과 심지어는 조직범죄와의 관계를 새로운 관직에서도 이어나갔다고 말한다. (69)



크렘린은 오렌지 혁명의 러시아 유입 예방책으로, 우크라이나를 따라 일어날 수도 있는 만약의 국민 시위에 대항하는 방벽 역할을 할 특수 청년 단체를 발족했다. 크렘린의 천재 설계자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에게 이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호전적이고 크렘린에 충성하는 청년 단체 나시(‘우리라는 의미)를 뚝ᄄᆞᆨ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는 러시아의 정치체제를 위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바로 주권 민주주의. 이 개념은 심오한 의미가 있으며 비밀스럽게 들린다. 실제로 이 개념은 러시아가 추측한 것처럼 외부에서 선동된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다르게 스스로 자신의 민주주의의 내용을 결정하고 외국의 모든 비판적인 개입을 거부한다는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주권 민주주의는 전 세계 경제주체로서의 위상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76-77)



그러나 푸틴이 집권하는 러시아에서는 아주 다른 방식의 혼성이 생겨났다. 바로 독재주의와 과두적 구조의 공생 관계였다. 이는 국민이 선택한 독재정치, 독재적인 수직적 권력구조, 비밀경찰과 재계 거물로 구성된 비밀스러운 올리가르히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혼합체였다. 정치적 다수 정당주의가 수직적 권력구조 내에서 의미를 잃은 반면에 비공식 크렘린 그룹들 사이의 다원주의는 날로 활발해져갔다. (85)



석유 재벌인 미하일 호도르콥스키와 플라톤 레베데프 소송 사건과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사건, 쿠시촙스카야에서 일어난 대학살은 부패한 불법국가에 대한 논란이 많은 소재를 품고 있다. 이 사건들 모두가 실제로 정권의 무법성뿐만 아니라 시스템에 내재된 부조리를 드러내지만 각각 다른 특성들을 비추고 있다. 석유 재벌에 대한 기소 건에서는 권력과 부를 무조건적으로 요구하는 정치 지도부의 온순한 지지자로서의 사법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반면, 마그니츠키 사건은 국가의 부패에 맞선 싸움이 그 범죄를 찾아낸 사람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자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쿠시촙스카야 대학살 사건은 부패에 기반을 둔 법원, 행정 당국, 범죄자 집단이 공모한 범행의 결과로서 몇몇 국민의 치명적인 무권리를 조명한다. (171)



러시아의 부정국가로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인 조직범죄는 초기 시장경제와 국가와 경제가 유착된 과두적 자본주의가 형성된 이래로 뿌리내릴 좋은 자리를 찾았다. 세르게이 첼루킨 같은 전문가들은 러시아 국가 자체가 1990년대 중반부터 마피아법에 따라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중앙과 지방의 부패한 정부 및 주정부가 조직된 범죄자 그룹과 협엽해 하나의 새로운 불법국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188)



다른 사람들은 오늘날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의 부재와 그에 따른 사실상 제도화된 무법성과 부당성을 편재하는 부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실상 이런 악습은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수년 동안 범죄 집단이 저지른 악행들이 지역 행정기관과 검찰, 경찰, 법원에서 체계적으로 은폐될 수 있었던 것은 범죄 집단이 그들의 침묵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몇몇 비평가들은 이것이 공무원들의 적은 봉급을 어느 정도 올려주었다며 이해되는 듯이 인정해주었다. (190)



200410, 딱 적절한 때에 러시아 사업가이자 구 연방보안국 요원인 안드레이 루고보이가 리트비넨코에게 런던에서 함께 자문 사업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의 사업적 파트너십은 번성했고 심지어 우정으로 발전되는 것처럼, 적어도 리트비넨코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사실은 루고보이는 드미트리 콥툰과 공모해 리트비넨코를 살해하려는, 심지어 방사성 독극물인 폴로늄을 이용해 아무도 모르게 살해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199)



리트비넨코 사건은 특히나 극적인 방법으로 오늘날 비밀경찰 국가로서 러시아의 특징을 전체적으로 반영한다. 이 스캔들의 과정은 불충하고 반항적인 요원을 무자비하게 제거하는 것까지 이 시스템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폭로했다. 그 특징들은 불투명한 국가권력 및 결정 기준, 은폐된 범죄 및 마피아와 비밀정보기관의 구조적 유착 관계, 거짓 정치 문화, 모든 악행의 악의적인 은폐와 범행 실행자에게 상까지 수여하는 지경까지 가는 책임자의 무죄 증명 등이었다. (206)



넴초프 살해 사건과 관련한 과정과 배경들은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드러나게 했다. 국가의 독점 권력을 명백히 무너졌다. 블라디미르 리시코프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물론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KGB의 도움으로 통치되지만, 그 옆에는 많은 무장한 준테러리스트 집단들이 있다.” 그래서 넴초프 살해와 같은 사건들은 최상위 권력층에서의 세세한 명령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리시코프의 발언은 의심할 여지없이 무장단체들과 체첸 대통령 카디로프의 개인 사병들을 암시한 것이었다.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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