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각축전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 책갈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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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세계대전 개전 전에 레닌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민족 문제에 관한 노동계급 민주주의의 강령은 다음과 같다. 어떤 나라도 어떤 언어도 특권적 지위를 누려서는 절대 안 된다. 완전한 자유 속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독립국을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민족들의 정치적 자결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다." (113-114)


   이런 사례들에서, 나토 군사동맹을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미국의 집요한 노력은 자기 제국을 넓히려는 유럽연합의 소망과 언제나 맞물렸다. 이는 소련이 몰락하던 1991년에 미국이 당시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에게한 약속을 대놓고 위반하는 것이었다. (135)


... 케네디는 두 가지를 양보해 흐루쇼프로 하여금 신속하게 미사일을 철수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케네디는 쿠바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소련을 겨냥해 터키와 이탈리아에 배치한 핵미사일을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이 중 둘째 약속을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케네디가 그해 11월에 열리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공격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승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흐루쇼프는 먼저 굽힌 사람으로 묘사되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케네디에게서 기대 이상의 양보를 받아 냈기 때문이다. (153)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은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라고 불렀다. 레닌의 동지인 폴란드계 독일인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제국주의의 정수는 자본이 기존의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하고, 그 새 영역을 두고 서로 경제적·정치적 쟁투를 벌이며 경쟁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특징은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서로 맞물리는 것이다. 경제적 경쟁은 자본주의의 원동력인데,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기술 혁신과 생산 확대에 투자하며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202)


   동유럽 대중은 서방의 영향력 확장으로 이득을 봤는가? 서방의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의 확장은 동유럽에서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 노동계급 삶의 파탄, 극우와 파시즘의 부상을 낳았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지배층은 서방과 교역을 늘리고 시장 친화적(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하는 것이 자기들에게 득이 되리라 보고 친서방 행보를 보였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대중은 인근 국가 중 가장 심각한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리게 됐고, 친서방 지배층의 반동적 민족주의를 틈타 파시즘이 성장하고 소수민족들이 크게 억압받았다. 젤렌스키 정부 역시 친서방 ·반러 국수주의를 강화해 왔다. 지금도 서방의 군사개입 확대를 요구하며 긴장 고조에 일조하고 있다.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을 낳을 것이 분명한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이 전쟁에서 서방의 비호를 받은 젤렌스키 정부가 승리하면 우크라이나를 서방 제국주의 쪽으로 더 끌고 갈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는 다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더 큰 갈등을 일으킬 불씨가 될 것이다.(217-218)


   소련은 국가자본주의 사회로, 지배계급인 국가 관료가 자본축적을 위해 노동계급 대중의 노동을 착취하는 사회였다. 그런 착취 덕에 소련은 세계적 군사 강국이 됐다. 그러나 1980년대에 소련은 극심한 경제적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220)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노동자 정당이 보잘것없는 민주주의의 외피를 지킨다며 '우리'나라의 제국주의를 지지하다가는 독립적 정치를 포기하고 노동자들을 국수주의적 혼란에 빠뜨려 인류를 재앙에서 구원할 유일한 요소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국제 노동계급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보다 훨씬 더 나은 대안을 건설할 자격과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 체제와 자국 지배계급에 맞서 싸워야 한다. (236)


   많은 좌파들은 제국주의를 (미국 같은 특정) 강대국의 약소국 지배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이처럼 식민주의로 환원될 수 없고, 강대국들 간의 세계적 경쟁 체제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서유럽 강대국들처럼 분명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을 놓고 서방과 쟁탈전을 벌이는 제국주의 국가이고, 세계적 수준에서도 점점 더 그러고 싶어 한다. (237)


   러시아 노동자들은 푸틴이 대외 정책에서 거둔 '성공'을 지지하면서, 국내에서의 심각한 노동개약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보아넘겼습니다. 그런 개악의 사례로 2018년 연금 '개혁'이 있었는데, 이 '개혁'으로 남녀 노동자들의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5년 늦춰졌습니다. (241)


   이처럼 온 사회가 재앙에 휩싸인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살상하고, 러시아 국내에서는 반전 활동가들이 구금되고 있다. 경찰은 시위를 유혈 진압할 뿐 아니라 시위 참가자들에게 물리적 폭력과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모스크바 브라테예보구 경찰서에서 활동가들에게 어떤 고문이 자행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녹음 파일이 돌고 있다. (261)


   러시아의 평범한 사람들은 적이 아니다. 진정한 적은 러시아의 기업주들과 정치인들이다. 이들과 평범한 러시아인들을 혼동하는 것은 푸틴의 전쟁에 맞선 저항을 약화시킬 뿐이다. (270)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 그리고 이 침공이 패배해 푸틴의 제국주의에 타격이 되길 바란다. 푸틴의 침략군은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대중과 사병들의 반란, 나토 열강에 독립적인 우크라이나인들의 운동이 결합돼서 패배하는 것이 가장 좋다. (279)


... 그렇지만 미국은 미군이 기소될 때는 국제형사재판소를 인정하지 않는다. 서방 지도자들이 푸틴을 전범으로 규탄하는 것은 더 큰 그림의 일부다. 즉,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 중 하나를 상대하는 전쟁의 수위를 더 끌어올리는 것에 대한 지지 여론을 쌓아가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푸틴이 전범이라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영국 전 총리 토니 블레어, 미국 전 대통령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등도 전범이다.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는 우크라이나에서만이 아니라 아부 그라이브와 관타나모에서도 해야 마땅하다. 마리우폴의 파괴는 이라크 팔루자의 파괴와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 .(287)


   한국의 무기 수출으 사우디와 이집트 같은 최악의 반인권 정권에 그치지 않는다. 방위사업청은 우방국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1000건 이상의 전략물자 수출 허가를 승인한 바 있다. 유엔 세관 데이터를 보면, 2015~2020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2009~2014년보다 22퍼센트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4년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2344만 달러(265억 원)로, 박근혜 정부 4년간 수출액인 1019만 달러(116억 원)의 갑절이 넘는다. 문재인 정부가 이스라엘에 판매한 무기의 절반 이상은 폭탄, 수류탄, 어뢰, 지뢰, 미사일, 탄약 등 발사 무기류다. 

   이처럼 한국의 방위산업과 무기 수출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한국 방산 기업드의 수익은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운운하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서방 국가들이 공공연하게 판매하기를 꺼리는 분쟁 지역에까지 적극적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위선을 보여 줬다. 이에 반해 한국이 무기를 판매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억압을 피해 한국을 찾은 난민들에게 한국 정부는 극도로 인색하다 못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한국의 무기 수출이 급증했던 2010~2020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3퍼센트에 그쳤다. 한국 정부는 이 죽음의 수출을 당장 중단해야 할 정치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 (30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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