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며/ 한이나 시인(2007년 출간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수록 시)

 

마음의 불을 끄고 춘설차 한 잔을 마시네 찻잎에서 우러나 물드는 찻물을 보네 누가 찻잔 속에 들어가 제 몸의 속살까지 물들이며 향기로 오나 옛 그림 속 오월의 차나무 잎, 우러나오는 그 가슴의 그리움을 마시리 찻잔 속에 뜨는 달을 노래하리 그대와 나 사이, 끊을 수 없는 생각으로 내리는 봄눈 머뭇거리며 눈발로 흩날리네

 

녹차 한잔/ 고옥주 시인(1991년 출간 나무 나무수록 시)

 

그대에게 녹차 한잔 따를 때 내 마음이 어떻게 그대 잔으로 기울어 갔는지 모르리. 맑은 마음 솟구쳐 끓어 오를 때 오히려 물러나 그대 잔을 덥히듯 더운 가슴 식히리. 들끓지 않는 뜨거움으로 그리움 같은 마른 풀잎 가라앉혀 그 가슴의 향내를 남김없이 우려내야 하리. 그대와 나 사이 언덕에 달이 뜨고 풀빛 어둠 촘촘 해 오니 그대여, 녹차 한잔 속에 잠든 바다의 출렁임과 잔잔한 온기를 빈 마음으로 받아 드시게.

 

한이나 시인의 차를 마시며’, 고옥주 시인의 녹차 한잔에 화답(和答)해 쓴 시 같다.. 두 시 모두 단아하고 고운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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