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君子)는 마음이 평탄하고 물로 쓸어내린 등 시원하다˝ 원문이 군자탄탕탕(君子坦蕩蕩)인 이 표현의 출처는 ‘논어‘이다.

이 표현과 조선 중종 때의 선비 소쇄옹(瀟灑翁) 양산보(梁山甫; 1503 - 1557)의 소쇄(瀟灑)란 말의 연관성이 궁금하다.

소쇄는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이다. 양산보는 별서(別墅) 정원인 소쇄원(瀟灑園)으로 유명한 분이다.

지난 주 청송(聽松) 성수침(成守琛; 1493 - 1564)의 집터에서 청송당(聽松堂)과 겸재가 그린 청송당 그림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청송은 소나무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이다. 당시 나는 송풍회우(松風檜雨)란 말도 했었다. 이 말은 찻물 끓는 소리를 소나무에 바람 불고 전나무에 비내리는 것에 비유한 청허(淸虛) 휴정(休靜; 서산대사) 스님의 표현이다.

양산보와 성수침은 기묘사화(1519년) 때 스승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1482 - 1520)의 참담한 죽음을 목도하고 세상에 대해 두려움과 환멸을 느껴 정계에서 물러나 칩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수영 시인의 ‘격문‘이란 시에 이런 표현이 있다. ˝땅이 편편하고/ 집이 편편하고/ 하늘이 편편하고/ 물이 편편하고/ 앉아도 편편하고/ 서도 편편하고/...어머니가 감탄하니 과연 시원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정말 시인이 됐으니 시원하고..˝
이 말도 군자탄탕탕과 관련이 있다. 아무래도 오늘의 주제는 맑음이다. 시원함에 맑음이 포함되었는지 모르지만.

찻물 끓이는 소리 대신 찻물 끓는 듯 고요하고 맑은 가브리엘 포레의 피아노곡집인 녹턴을 들으며 고요함과 맑음에 대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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