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성악곡들(칸타타, 마태 수난곡, 요한 수난곡, b 단조 미사,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승천 오라토리오, 마니피카트, 루터교 미사 등)을 다시 들으며 고향 집에 돌아온 안온한 마음을 느꼈다.

그의 성악곡들은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하고 통곡하는 장면을 담은 마태 수난곡 중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란 의미의 ‘Erbarne dich, mein Gott’ 같은 슬픈 곡,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 ‘준비하라 시온이여, 경건한 마음으로’란 뜻의 ‘Bereite dich, Zion, mit zärtlichen Trieben’ 같은 역동적인 곡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오늘 월간 ‘현대시‘ 측에 요청해 고옥주 시인의 ’청령포(淸泠浦) 일기‘를 이메일로 받았다. 슬프다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통렬(痛烈)하다고 해야 맞을 ‘Erbarne dich, mein Gott’를 듣고 있는 중에 요청한 시가 왔다.

요청한 건이 그렇게 빨리 해결될 줄 몰랐다. “..슬픔이 너무 무거워/ 작은 새는 산을 넘지 못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일까..”란 부분과 베드로의 고통의 고백 부분이 겹치니 배가(倍加)되는 어떤 아우라가 느껴졌다.

지금껏 5천번은 들었을 ‘하느님 우편에 앉으신 주(主)’란 의미의 ‘qui sedes ad dextram patris’(b 단조 미사 중 알토 아리아)를 비롯 바흐의 성악곡들은 최고이다.

올해는 바흐 성악곡들을 많이 들을 생각이다. 슬픔과 역동이라 했지만 그 두 정조(情調)에 포괄되지 않는 다양한 느낌을 찾아 공부하듯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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