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避書)라는 말을 기억하는데 한 인터넷 서점에서 피서(披書)라는 말을 썼다.

피서(避書)는 책에 지친 사람에게 잠시 책을 떠나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일찍이 김영민(철학자)은 책을 읽다 싫증나면 계속해서 책을 읽으라는 말을 전했다.(‘공부론‘ 165 페이지) 각나간서 즉차간서(覺懶看書 則且看書)라는 말이다.

피서(披書)는 책을 나눈다는 말이다. 그제 나는 피서 입서 소한 소한(避暑 入書 消汗 逍閑)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문법적으로 맞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더위를 피해 책의 세계로, 땀을 식히고 한가하게 노니는‘이란 의미가 담겼다.

힘들기에 책을 피하는 피서(避書)의 세계에서 힘들어도 거듭 책을 읽는 세계를 만드는 입서(入書)로 변화했으되 한가하게 노닐기를 바라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찜통 더위가 연일 가동되는 것을 보며 마음으로라도 그런 세계를 상상하려고 지은 것이다.

경회루 연못을 만들 때 파낸 흙으로 만든 가산(假山)인 경복궁 아미산(峨眉山)에는 두 개의 연못이 있다.

하나는 노을이 내려앉은 연못이라는 뜻의 낙하담(落霞潭), 다른 하나는 달을 머금은 연못이라는 뜻의 함월지(涵月池)이다.

그런데 이 연못들은 아름답고 시적인 비경을 상상하라는 뜻으로 돌에 이름을 새긴 가상의 연못들이다.

낙하담과 함월지처럼 나도 더위를 피해 책 속에서 한가하게 노니는 것을 상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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