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신경과학자이자 도시현실연구소 소장인 콜린 엘러드가 쓴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에 터키 남부의 우르파라는 도시 근처의 고대 유적인 괴베클리 테페 이야기가 나온다. 엘러드는 괴베클리 테페에서 건축의 기원을 찾는다.

 

11,000년 이상(문자 발명 6,000년 전) 된 괴베클리 테페의 건축물은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괴베클리 테페는 인간이 가축을 길들이고 정착한 뒤 농사를 지으면서 건축이 발전하고 마침내 도시가 형성되었다는 믿음을 뒤집었다.

 

괴베클리 테페의 석판은 정착해서 농사짓던 사람들이 아니라 짐승을 사냥해 먹고 살던 수렵채집인들이 쌓은 것이다. 괴베클리 테페는 종교적 성소(聖所)이자 순례 장소였다.

 

엘러드는 괴베클리 테페를, 건축물을 지어 지각을 바꾸고 사고와 감정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행동을 조직하고 권력을 행사하고 많은 경우 돈을 벌어들이는 인류가 가진 결정적 특질의 기원을 증거하는 것으로 본다.

 

신경과학과 건축, 환경 설계를 접목시킨 심리지리학의 창시자 엘러드는 전공에 합당하게 베드로 성당에 처음 갔을 때의 경험을 전한다. 진귀한 보물과 예술품으로 장식된 거대한 돔 앞에서 압도당하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엘러드는 이런 건축물은 우리의 지각 방식을 변화시키고 성스러운 우주와의 관계를 다시 평가하게 하고 내세를 약속함으로써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고 우리가 그곳을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다치바나 다카시 역시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 바 있다.

 

스페인 엘 에스코리알을 둘러보던 때의 일로 순례로 지친 몸을 이끌고 텅빈 대성당에 앉아 있었을 때 어디선가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들려왔고 이에 다카시는 수년전 보았던 영화 페드라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이다.

 

다카시는 세상에는 그 공간에 몸을 두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고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바로 그 순간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여행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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