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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평점 :
나무를 좋아하는 저에게 스쳐가기 힘든 제목의 책을 만났어요. 저는 오래된 나무를 보면 느끼는 웅장함을, 나무들이 모여있는 숲에 가면 안정감과 평안함을 찾거든요. 마음이 울적할 땐 산을 더 찾는 저이기도 하고요. 그런 저에게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우셨다니 궁금했어요.
그런데 읽다보면 제목을 왜 저렇게 지으셨을까 후회를 했다는 말씀도 나오세요. 아마 여전히 더 배울게 많아서일거라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일단 저자분의 소개를 드리자면 어린나이에 취업전선에 일찍 뛰어드신 분이세요. 그러면서 남들에게 좋지 않은 소리 듣지 않으려고 완벽주의를 추구하시고 쉽게 보이지 않으려고 더 자기방어를 하셨었대요. 그런데 나무를 치료해주며 나무와 함께 오랜세월 하다보니 너무 완벽주의를 추구했구나 생각하셨대요.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야지 너무 곧으면 부러지는 것도 인생이구나를 나무에게서 배우셨대요. 먼저 이만큼을 나무처럼 내어줄줄도 알아야 하는 법도요.
자작나무를 3000그루 정도 설렘과 함께 심으셨는데 일곱그루중 한그루만 남기고 다 솎아내셔야 했대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자작나무가 충분히 자랄 수 있는데 그걸 놓치셨었대요. 그래서 숲에 틈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으셨대요. 오래된 숲에 틈이 존재해야 그 속에서 또 새로운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희망도 생기고요. 인생에서도 마음에 틈이 있어지면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셨대요. 마음에 여유가 있어지니 사는게 좀 더 편해지면서 말이예요.
나무도 인간처럼 타고난 기질이 있다니 이건 정말 제가 몰랐던 부분이었어요. 나무를 자기가 보기 좋은 쪽에 심거나 놓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나무가 죽을 수도 있대요. 열매를 맺어야 하는 감나무처럼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단풍나무처럼 오후 빛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살 수 있는 나무가 있다는게 앞으로는 새로운 관점으로 나무들을 바라볼꺼 같아요.
광보상점이란 단어도 배웠어요
광보상점이란 나무가 외부로부터 산소를 흡입하지 않고 스스로 산소를 만들어 자급자족하는 시점, 즉 가스가 들락거리지 않는 시점, 즉 식물이 살수 있는 최소한의 빛의 양이래요. 광보상점이 낮으면 적은 빛으로도 광합성을 할 수 있고 광보상점이 높으면 햇볕이 충분해야 생존을 위한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말이래요.
그리고 제가 한참 열심히 돌보았던 해피트리가 생각났어요. 나무가 좋아하는 걸 내가 생각을 안해줬구나라는 생각이요.충분히 빛을 받았을땐 정말 거실이 울창해졌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기 좋은 쪽으로 나두었더니 점점 빛이 적어서 잎들도 줄기들도 작아지더라고요.
갑자기 그 울창했던 때가 떠오르며 다시 나무 사러 가고 싶네요. 저 그 밑에서 책을 읽곤 했거든요. 이번엔 계속 잘자라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외에도 여러나무에게서 배운 인생수업들이 많아요. 씨앗이 되었어도 하늘을 향해 뻗칠 용기가 있어야만 움틀 수 있고
산을 꼭 정상으로 올라야만 하는 것도 아니며 산을 오르며 뒤도 돌아보는 것 도 중요하다고요. 1등만 해야하는 경쟁시대에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사는 것이 어쩌면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주더라고요.
내일 제가 보기 시작하는 나무들은 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관점에서 보며 생각할 것 같아요. 그리고 왠지 경복궁이나 창경궁에 가면 미선나무를 찾아볼것 같아요. 미선나무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속으로....
P28
그래서 지금도 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렇게 되뇌곤 한다. 못한다고 말하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나아가 보자고. 때론 그 작은 한 걸음이 답일때가 있다고.
P53
오래된 숲의 틈이 말해주지 않던가. 비움으로써 더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는 법이다.
P65
그래서 나는 지금도 시시때때로 걷는다. 다만 가다가 쉬기도 하고 어느때는 한 곳에 멈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두 발에 족쇄가 될 짐은 저만치 내려놓은 채 가볍게 걷다 보면 삶의 온갖 문제들로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래,그거면 충분하다.
P88
노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릇이 비어야 쓸모가 있듯, 비어있음으로 유용하다고
P96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작은 두렵고 떨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살아보니 틀린 길은 없었다. 시도한 일이 혹시 실패한다 해도 경험은 남아서 다른 일을 함에 있어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니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해 볼 여지가 있다면, 씨앗이 껍질을 뚫고 세상으로 나오듯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괴테도 말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있다고.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거목도 그 처음은 손톱보다도 작은 씨앗이었음을 잊지 말기를.
P133
맞서 싸우지 않고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우회할줄 아는 것. 그것은 결코 지는 것이 아니다. 저 혼자 강하게 곧추선 나무가 한여름 폭풍우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법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P155
어쩌면 나이가 들어 점점 무기력해지는 노년에도 매일매일을 젊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가 아닐까 싶다. 그런까닭에 나는 죽을때까지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고 유익한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P196
아침에 눈을 떴는데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끝없이 반복된다면? 나라면 절대 사양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이 어제와 다르고 내일이 오늘과 다르기 때문에 기대를 안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P198
사람은 누구나 어제보다 나은 오늘, 달라질 내일을 꿈꾼다. 하지만 마음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거창한 변화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오늘이 쌓여 어느 순간 달라지는 내일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모든 것은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겠다는 작은 결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자리를 탓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부단히 변모를 꾀하며 수백 년 살아가는 나무처럼 말이다.
P239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있다. 아무 걱정없어 보이는 사람도 말 못할 속사정은 하나씩 다 있다. 그리고 아무일 없이 무탈한 하루는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는다. 또한 인생은 너무 길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길줄 알아야 한다. 내 인생을 책임져야할 유일무이한 존재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P255
지금이야말로 굳은 머리를 깨고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그걸 하면 즐겁고, 그걸하면 행복해지고, 그걸 하면 왠지 마음이 뿌듯한 바로 그걸 찾아보는 거다.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대나무는 그렇게 오늘도 자신만의 룰을 따라 잘 살아가고 있다.
P292
나무가 하늘을 향해 크게 자랄 수있는 것은 바람에 수없이 흔들리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냉혹한 바람에 꽃과 열매를 한순간에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뿌리의 힘은 강해지고 시련에 대한 내성도 커진다. 바닷가에 자리한 팽나무가 거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했더라면 그렇게 아름다운 가지들을 지닌 거목으로 자라나지 못했을것이다. 팽나무에게 있어 흔들림은 스스로를 더 강하고 크게 만드는 기반이었다.
그러니 흔들리지 않으려 너무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흔들리며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현명할 지 모른다. 힘을 빼고 세월의 흐름에 온몸을 맡겨보는것. 바닷가 포구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팽나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