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 삶이 깊어지는 이지상의 인문여행기
이지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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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대만을 여행하기로 되어 있어 같이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에 대만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일행들이 모두 공포에 질려 대만행을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그래도 책을 읽어 대만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남은 셈입니다.

우리나라 배낭여행 1세대라고 하는 여행작가 이지상님의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는 30대 초반 타이완을 여행하고서는 여행작가의 길에 들어선 뒤로 20여년에 걸쳐 7차례나 타이완을 찾은 바 있다고 합니다. 2011년에 이미 인문학을 바탕으로 대만 여행의 매력을 담은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가 호평을 받은 바 있는데,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는 전작의 개정증보판이라고 합니다.

사실 전작도 모친께서 세상을 떠난 뒤로 삶이 힘들다고 느낄 무렵 대만을 찾아 위로를 받고서 쓴 책이었는데, 최근 여행작가로서의 삶, 즉 멀고 낯선 여행길과 여행하는 삶에 지쳐가고 있다는 느낌이 커질 무렵 다시 대만을 찾아 위로를 받는 기회가 되었고, 다시 힘을 내서 개정증보판을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을 쓰기 위하여 저자는 일곱 번째로 대만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옛날 걸었던 길이며 옛날 만났던 사람들을 수소문하기도 하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면서 대만 사람들이 참 친절하고, 대만의 풍광이 마음을 푸근하게 품어준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자는 대만섬 곳곳에 숨어 있는 볼거리를 4개의 장으로 나누었습니다. 중복되는 지명이 있는 것을 보면 지역만을 기준으로 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1장 타이완섬에서는 대만섬의 17곳의 지역을 돌아본 느낌을 담았습니다. 2장 마쭈 열도 ; 대륙과 마주한 최북단 여행은 중국 본토의 복건성에서 가까운 섬들을 찾아가는 여행길을 담았고, 3장 타이베이와 주펀 ; 수도권 여행, 4장 다시 찾은 타이완 ; 꿈 같은 휴가를 떠나다 등은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한 테마여행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일기를 쓴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는 이야기를 메모를 합니다만, 저자처럼 꼼꼼하게 정리하지는 못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대화체로 옮겨 놓은 것을 보면, 간략한 메모를 바탕으로 구성을 다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만에 갔을 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는데도 모든 길에 대하여 골목골목까지 상세하게 적은 것을 읽다보면 책읽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사실 예전에 다녀온 여행길을 묻는 분들에게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려도 꼭 같은 길을 따라갔다는 분이 없었던 것을 보면 누구나 여행길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는 길이나 교통편, 숙소 등에 대하여 큰 관심을 두지는 않습니다. 제가 언제 가보게 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 오히려 헷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만여행기라서인지 대만 영화를 꽤 많이 인용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촬영지라서 찾아가 본다는 발상이 저와는 취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자 자신이 정신적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한 까닭인지 세상을 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삶의 본질을 보고 싶었다. 사람은 상처를 받고 거꾸러져 봐야 삶의 본질을 본다. 사람들이 좇는 저 위의 화려한 것들이 허상임을 깨닫는 날, 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상처받은 우리를 위로하고 넘어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55쪽)”라고 자신의 생각을 토로하고 있습니다만, 격랑을 겪지 않고 평탄한 삶을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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