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의료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쿠바의 의료체계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마이클 무어감독의 2007년 작 영화 <시코>가 개봉된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체계를 쿠바식 무상의료체계와 비교하여 충격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당시 쿠바식 무상의료체계를 우리나라에 도입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쿠바의 의료체계에 대하여 알려진 바가 많지 않던 터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바는 없습니다만, 과연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마침 년초에 쿠바를 여행할 기회가 있어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는데, 정말 쿠바에서는 무상으로 진료를 받고 있고, 서구식 무상의료체계에서 드러나는 진료대기의 문제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꿈의 의료체계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도, 여전히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은 남았습니다. 일본 나가노현 농업대학의 요시다 다로교수가 쓴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는 쿠바의 무상의료체계에 대한 송가라는 느낌과 함께 저자가 행간에 남긴 의미들이 제가 가지고 있던 의문을 키워준 것 같습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쿠바가 사회주의혁명에 성공하고, 냉전시대에 소련에 밀착하여 미국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오랫동안 경제제제를 받아왔습니다. 최근 미국과 국교를 재개하고 있어 낙후된 쿠바경제가 회생의 기회를 맞았다고 합니다. 사실 현대의학은 이미 자본집약적인 산업의 경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원할 자산이 충분치 않았을 쿠바의 의료수준이 경지에 올랐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에서는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점과 맞았다는 점을 같이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책은 모두 네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의료전달체계의 기본이 되는 1차의료를 담당하는 쿠바의 지역예방의료는 저변이 넓고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자유롭게 직장을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쿠바의 의학수준을 다룬 생명공학 부문에서의 성과를 보면 놀랄만하지만, 이 영역의 전반적인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런 성과를 통하여 만든 의약품을 해외에 수출하여 막혀있는 외화의 취득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대체의학을 육성하는 것도 미국 등 서구사회가 대체의학을 추구하는 것과는 관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구사회의 대체의학은 현대의학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한 틈새시장 같은 것인데,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서 주류의료체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쿠바가 시도하는 대체의학은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의 일본이나 전후 중국 공산당이 채택했던 전통의학으로 무너진 현대의학 체계를 메웠던 시도에 가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쿠바는 의료를 통하여 라틴아메리카지역의 중심에 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재난의 현장에 대규모의료진을 보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그리하여 의료를 통한 국제협력을 꾀하는 전략인 듯합니다. 인구 1100만 정도의 국가에서 연간 1만 명이 넘는 의사를 배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한명의 의사를 교육시키려면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1960년 쿠바혁명이 일어난 직후 새로 배출된 의사는 330명이었습니다. 쿠바 최대의학교인 아바나의과대학에는 2만8천명이 재학하고 있다고 합니다. 쿠바의 의학교육이 6년제임을 고려한다면 년간 5천명이 졸업하고 의사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쿠바의 의사수에 대한 자료를 보면 21세기 초반에 인구 1천명당 5명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뿐 만아니라 2012년 세계 68개국에 파견된 쿠바 의료인력은 의사 1만5천명을 비롯하여 3만9천여 명에 달했는데, 여기에는 베네주엘라에 파견된 쿠바의료인력 3만명은 제외한 것입니다. 베네주엘라정부는 대신 하루 9만 2천 배럴의 석유를 공급했습니다. 구 소련이 무너지고 쿠바에 대한 지원이 끊어진 것에 대한 대응전략이기도 합니다.(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385)


사회주의국가 쿠바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의학교육의 산물인 의료인력을 국내에 재배치하는 전력으로서의 무상의료체계를 자본주의 국가에서 채택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재난현장에 투입되었다는 의료봉사단을 구성하는 의사들의 경력을 따져보았을 때도 응급의료에 대한 경험이 얼마나 충분했는지 의문이 들었다는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