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재발견 - 현대를 비추어 보는 사상과 문화의 거울
박승찬 지음 / 길(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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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을 즐겨 시청하고 있습니다. 누구는 노래를 잘 부르고 누구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개인기도 보여줘야 하는 등 출연을 압박하는 요소가 음악 이외에도 커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서양의 중세에 대한 편견 가운데 하나는 문화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쇠퇴한 시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르네상스의 선구자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인문학자 페트라르카가 고대, 그러니까 그리스와 로마제국의 시절과 르네상사의 도입기 사이의 시기를 ‘암흑의 시대’라고 규정한 것이 편견(?)으로 굳어진 것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요즈음 중세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대학 신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독일에서 중세철학을 연구한 박승찬교수님은 중세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을 정리하여 <중세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요약한 중세의 두 가지 대표적 특징은 1. 끝 없는 공포, 광신주의와 이교에 대한 편협성, 역병, 빈곤과 대량학살로 대표되는 문화적․물질적으로 쇠퇴한 시대, 2. 교회의 권위가 인간의 이성을 속박하고 뛰어난 학자들이 쓸모없는 신학 연구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었던 ‘지성의 볼모’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세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재평가는 중세 비판에 앞장섰던 근대 사상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서로마제국의 멸망으로부터 시작된 중세의 암흑기는 르네상스가 태동되기까지 거의 1,000여 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제국의 멸망 이후에도 제국의 정신적 기둥이었던 기독교가 유럽 사람들의 삶을 지배했던 것입니다. 서로마제국이 지배하던 자리에는 이슬람이라고 하는 신흥종교를 정신적 가치로 삼은 아랍세력이 대체해갔으며, 서유럽에서는 이베리아반도를, 동유럽에서는 발칸반도에 진출하겨 유럽의 기독교 문명과 세를 겨루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중세 암흑시기에 유럽의 지성들이 그리스 로마의 문화를 계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히려 유럽의 지성들이 외면하던 그리스 로마의 문화를 이슬람권에서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이를 유럽 지성계에 전수해주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유럽의 중세가 암흑시기였다는 지금까지의 평가는 냉정해보이지만 객관적인 것이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중세 유럽사회가 지우려들었던 그리스 로마의 고대문화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현세에 전해진 것도 이슬람 학자들 덕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자가 말하는 스콜라철학이라는 것도 중세를 지배했던 기독교문화의 이론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닐까요?

중세의 대표적 건축양식인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양식에 대한 설명에서도 교회의 입장이 중심된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전투하는 교회’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건축물을 통하여 신의 영광을 표현하고, 최후의 심판일까지 암흑의 세력과 싸운다는 지상에서의 교회의 과업이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고딕양식은 ‘개선하는 교회’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나라를 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축사학적으로 보면 로마네스크 양식은 전쟁이 잦았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바실리카양식에서 채용했던 목재를 대신하여 석조로 교회를 건축하면서, 고대 로마의 건축양식을 따라 아치형으로 쌓다보니 벽이 두텁고, 창문을 많이 낼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건축기술이 발전하면서 벽도 얇아지고 창문을 많이 내면서 창에 성경말씀을 구현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중세 문화를 재평가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최근 사회상을 지나치게 이끌어 들여 논리 전개의 틀로 삼은 것이 적절했는가 하는 생각이 남았다는 말씀으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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