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숨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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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SF>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우리나라 작가의 SF 소설입니다.

심지에 작가를 만나기까지 했습니다. 난생처음입니다.

전업작가를 만나서 작가의 책에 대해 얘기하다니, 암튼 오래 살고 볼입니다.

SF 라고 보기에는 넘 문학적이고 순수문학이라고 보기에는 쫌 우주적이긴 합니다.

작가의 처음 작품인 단편집 타워와 장편 신의 궤도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책이

첫숨입니다. 가장 최근작이기고 합니다.

처녀작으로써 반짝반짝 했던 타워

빨간 삼엽기와 우주적 신에 대한 이야기 신의 궤도

그리고 휠씬 정제된 문체와 작가적 고민이 더해진 첫숨

첫숨은 지구밖에 우주정착지, 다양한 중력이 공존하는 공간, 독특한 배경입니다.

중력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지구의 1/6의 중력에서 살던 달정착민들이 첫숨에 왔을 때 느꼈을 그 무거움.

6배의 중력이 당기는 힘. 6배의 무거움.

어쩌면 우리가 모두 다른 중력으로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삶의 무게가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리에 힘을 주고 걸어야만

겨우겨우 걸어갈 수 있는 무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을 날 듯 걸어다니는 달의 중력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전히 여기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의 무게라는 것이 나를 잡아당겨 서있게 하는 힘은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버틸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동일한 이름을 각각의 작품에서 차용합니다. 다른 소설에서 읽은 이름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지만 동일한 성격의 인물로 규정되는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주적이고, 동화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사람에 대해,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설입니다.

 

<늘 탐욕과 논란의 분쟁의 중심에 있었으면서 첫숨의 공식적인 비전은 변함없이 보편적 중립공동 구상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기 위해 송영은 그 후로고 열서 차례나 다음 같은 공식 입장을 발표해야 했다.

강경 대응을 선택하겠습니다. 확전을 주장합니다.”(420 페이지)>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송 영사모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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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봉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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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나는 엠마가 아닐 수 있을까??>

 

보바리 부인(귀스타브 플로베르)

 

보라리 부인을 읽었습니다. 읽기전에 그저 할 일없는 사모님의 욕망이야기 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독자을 향해 날리는 한방이 있습니다.

 

이책은 지루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방 소도시의 일상의 지루함. 안정적인 가정생활이 주는 지루함. 자기할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지루함. 결혼의 지루함. 연애의 지루함.

창문을 열고 창밖을 보는 것으로 소일하는 엠마의 지루함은 어쩌면 나의 지루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루돌프와 레옹과의 불타는 사랑. 그러나 그 뒤에 오는 지루함.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다 결국 환멸과 파멸로 치닫는 우리의 엠마.

 

이 소설은 너무나 사실적이라 좀 무섭습니다. 미래의 아름다운 꿈, 현실의 자족하는 삶,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착한 사람들의 일상이 실재는 얼마나 비루하고 남루한지 여지 없이 보여주는 문체가 무섭네요.

 

사실적인 표현으로 본다면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엠마는 연애소설을 읽으며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게 되며 결국 그 사랑을 쫒게됩니다. 엠마가 읽으며 상상하던 그 소설이란게 지금에 드라마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의 지루함과 비루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

우리도 오늘 저녁 공항가는 길을 보며 구름이 그린 달빛을 보며 21세기를 사는 엠마가 되는 거겠죠...

 

역설적이지만 엠마가 스스로의 얼굴을 마주하여 자기의 삶에 집중했던 순간은 자살하기 위하 비수를 움독하고 거울을 보던 순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남자를 만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모습이 아닌 죽어가는 순간의 자기의 모습. 저는 이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한 행복이 아닌, 스스를 대면하며 살아야 한다는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도 나는 우리 모두는 엠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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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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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막연한 불안"이 무엇인지 알수 있을지도 >  

 

그렇게 유명한 "라쇼몽"을 이제야 읽었네요.
(사실 이건 영화로 봐야 한다는데)
이책은 라쇼몽을 포함한 17개의 단편을 엮은 책입니다.
장편으로 읽었던 나쓰메 소세끼나 오에겐자부로와는
완전히 다르네요.
단편으로서 매력적인 글입니다.
이렇게 이상하고 재미있고 신기한 글을 쓴 작가는
"그저 막연한 불안"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고 합니다.
예술이란 것이 어쩌면 작가의 내면 어딘가를 깊이 파내서
이루어지고 정작 예술가는 더 깊은 결핍으로 내모는 건
아닌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라쇼몽도 충격적이지만 제일 충격적인 이야기는 '덤불속'
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덤불속에서 발견된 시신.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덤불속과 라쇼몽을 섞어서 영화
"라쇼몽"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묘한 이야기"도 묘하게 재미있고, "남경의 그리스도"의
소녀도 안타깝죠. "지옥변"은 임팩트있고 슬픈 이야기 입니다.

다양하고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맘에 남았던
이야기는 "미생의 믿음"이라는 4페이지 짜리 이야기입니다.
다리 밑에서 여자가 오길 기다리는 미생.
물이 차올라 미생을 삼켜버려 시체가 되어 바다로 옮겨진 미생의
몸에서 빠져나온 미생의 영혼.
다시 현대에 태어난 미생의 혼.
"그러니 나는 현대에 태어났지만 뭐 하나 의미있는 일을 이루지 못
했다. 맘낮으로 멍하니 꿈만 꾸는 세월을 보내면서, 그저 무엇인가
다가올 불가사의한 것만 기다리고 있다. 마치 미생기 어두컴컴한
저녁에 다리 밑에서 영원히 오지 않을 연인을 언제까지나 기다렸던
것처럼..."(128페이지)
가슴이 쓸리고 아픈 문장입니다.
저의 영혼에도 미련한 미생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 같네요.

오늘 저녁엔 구로사와 아키라감독의 "라쇼몽"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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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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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너무 똑같은 이야기들. 이제는 기다리지 않을 것 같아요 >

 

(읽은지가 2달정도 되었습니다. 늦은 후기입니다. 누가 시키는 건 아니지만 참 귀찮고 하기 싫기도 합니다. 그래도 계속 써볼랍니다)

...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28”에 이은 3번째 장편소설.
제가 읽은 작가의 세 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듯 세밀한 묘사는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무척 빠르게 전개됩니다.
심지어 범인이 책의 처음에 나오기까지 합니다.
정유정작가의 세밀한 묘사와 이야기의 박진감이 터지는 책입니다.
“7년의 밤”의 오영제나 “28”의 박동해와는 또다른 절대 악인 “한유진”

이책에서 유진은 악의 화신입니다.
형과 아버지를 바다로 밀어버리고, 길에서 만난 누군가를 죽이고,
그것을 목격한 어머니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인 것을 알게된 이모를 죽이고, 모든 것을 알게된 해진을 죽이고 도망가게 됩니다.
사이코패스. 유진은 사이코패스입니다.
“악”한인 유진. 악함은 무엇일까요?
작가는 악함을 병으로 규정하는 듯합니다.
사이코패스 중의 절대악인, 순수악인을 이르는 ‘프레데터’로 그려진 유진.

한참전에 읽었던 스캇팩의 “거짓의 사람들”이라는 책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과연 인간의 “악”을 선천적 질병처럼 병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요?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절대악인 유진’은 많은 부분 이해되지 않습니다. 유진의 “악”이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이라고 이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작가가 악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야기에만 집중하기에는 악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듯도 합니다.
무작정 “악”하기만 한 유진에게 어떤 감흥도 일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진의 “악”은 개연성이 약하다고 할까요?
피식자로 교육받고 키워진 포식자로 정의하기에는 제가 포식자에
대한 이해가 너무 빈약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유정 작가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로~~ 그동안 즐거웠어요~~
(그래도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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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못 쓰는 남자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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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긴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그래서 조금은 진부한>

벨기에 작가이고 2005년 작품이고 우리나라에는 2012년에 번역된 작품입니다....
현대작가의 현대작입니다. 벨기에 작가이지만 프랑스어권 작가라고 보는 맞을 듯 합니다.
읽으면서 내내 보르헤스의 “픽션들”이라는 단편집이 생각났습니다.
책날개에도 있듯이 마르셀 에메도 생각나기도 합니다.
신기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하지만 묘하게 진부한 느낌은
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럽의 단편은 장편소설과는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리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전, 위트, 기발한 상상력 단편은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합니다.

“거짓말 주식회사”의 사회적 메시지도 훌륭했고, “높은곳”이나 “끝없는 도시”도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마르셀 에메의 “벽을 뚫는 남자”의 에필로그 같은 “내 집 담벼락 속에”도 재미있었습니다.
작년 봄에 봤던 몽마르뜨의 어느 골목 담벼락이라 생각하니
더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분을 담벼락 속에 꺼낸다면 다시 들어가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크누센 주의, 그것은 사기 협잡”이라는 묘한 제목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체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하게 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첫문장 못쓰는 남자”
결국 피에르 굴드처럼 삶이란 것은 미완의 (…)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마다 함께 책을 읽는 듯한 피에르 굴드.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친한 누군가가 되어 있는 것 같네요.

다른책들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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