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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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막연한 불안"이 무엇인지 알수 있을지도 >  

 

그렇게 유명한 "라쇼몽"을 이제야 읽었네요.
(사실 이건 영화로 봐야 한다는데)
이책은 라쇼몽을 포함한 17개의 단편을 엮은 책입니다.
장편으로 읽었던 나쓰메 소세끼나 오에겐자부로와는
완전히 다르네요.
단편으로서 매력적인 글입니다.
이렇게 이상하고 재미있고 신기한 글을 쓴 작가는
"그저 막연한 불안"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고 합니다.
예술이란 것이 어쩌면 작가의 내면 어딘가를 깊이 파내서
이루어지고 정작 예술가는 더 깊은 결핍으로 내모는 건
아닌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라쇼몽도 충격적이지만 제일 충격적인 이야기는 '덤불속'
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덤불속에서 발견된 시신.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덤불속과 라쇼몽을 섞어서 영화
"라쇼몽"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묘한 이야기"도 묘하게 재미있고, "남경의 그리스도"의
소녀도 안타깝죠. "지옥변"은 임팩트있고 슬픈 이야기 입니다.

다양하고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맘에 남았던
이야기는 "미생의 믿음"이라는 4페이지 짜리 이야기입니다.
다리 밑에서 여자가 오길 기다리는 미생.
물이 차올라 미생을 삼켜버려 시체가 되어 바다로 옮겨진 미생의
몸에서 빠져나온 미생의 영혼.
다시 현대에 태어난 미생의 혼.
"그러니 나는 현대에 태어났지만 뭐 하나 의미있는 일을 이루지 못
했다. 맘낮으로 멍하니 꿈만 꾸는 세월을 보내면서, 그저 무엇인가
다가올 불가사의한 것만 기다리고 있다. 마치 미생기 어두컴컴한
저녁에 다리 밑에서 영원히 오지 않을 연인을 언제까지나 기다렸던
것처럼..."(128페이지)
가슴이 쓸리고 아픈 문장입니다.
저의 영혼에도 미련한 미생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 같네요.

오늘 저녁엔 구로사와 아키라감독의 "라쇼몽"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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