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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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만큼 온 국민의 관심을 꾸준히 받는 사안도 드물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제도는 수시로 바뀌어 왔던 게 사실이고 말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제도의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쏟아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웃기는 노릇이지요? 대한민국에 교육 전문가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그 오랜 시간 동안 개선을 해왔는데 어느 곳 하나 표가 나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을 위한 개선이 아니라 특정인을 위한 '개악'만 해왔는지도 모르지만.

 

최근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최모 여인의 딸 정모 양의 문제만 하더라도 그 한 사람을 위해 입시제도나 대학의 교칙까지 손을 본 듯한 모양새이니 그동안 왜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는지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나 또한 중학생 아들을 둔 대한민국 학부모 중 한 사람이다 보니 '교육'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관심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여 조정래 작가의 소설 <풀꽃도 꽃이다>가 출간되었을 때 그 즉시 사서 읽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한참이나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겨우 읽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지금으로선 2권 중 제1권을 겨우 읽었을 뿐이지만 말입니다.

 

아직 2권을 마저 읽지 못한 처지에 이 책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는 건 좀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굳이 말한다면 '실망스럽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 형식을 빌린 '대한민국 교육 실태 보고서' 또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실사례집'쯤으로 읽혔습니다. 예컨대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공부지상주의로 인해 발생되는 청소년 자살 문제, 학교 내에서의 흡연, 왕따(또는 은따), 폭력 문제, 교권의 추락, 맹목적인 영어몰입교육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교육의 실상이나 사례를 단순히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은 주인공 강교민의 학교에서 모의고사 성적을 복도에 게시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교직 생활 15년차인 우리의 주인공 강교민은 '차별교육'에 반대하여 교장실로 직행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고등학교 동창인 유현우로부터의 상담 신청입니다. 중학교 3학년인 그의 아들이 공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제보였죠. 대기업 직원인 유현우는 일에 치여 바쁘고 그의 아내는 아들 지원이의 공부를 닥달하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엄마로 그려집니다.

 

강교민은 친구인 유현우에게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공부보다는 독서를 좋아하는 지원이를 다독이기도 합니다. 유현우의 아내 김희경은 지원의 누나를 이화여대에 합격시킨 후 지원이는 반드시 서울대에 합격시켜 판,검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그러나 외우는 걸 싫어하는 지원이는 자신의 능력이 엄마의 바람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자살을 계획합니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강교민은 김희경을 설득하여 지원이를 공부 압박이 덜한 대안학교로 보냅니다.

 

아들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김희경은 동창인 최미혜에게 사정 얘기를 합니다. 이대에 합격한 김희경의 딸 때문에 기가 눌려 있었던 최미혜는 지원과 같은 학년인 자신의 딸 신예슬을 생각합니다. 지금껏 군말 없이 자신의 말을 잘 따르기는 했지만 이제는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키 때문인지 왠지 주눅이 들고, 혹시 자신의 눈을 피해 딴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합니다.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유명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목표로 신예슬은 빡빡했던 수학 과외로부터 풀려납니다. 그러나 이를 시기하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됩니다.

 

한편 강교민은 같은 교직에 있는 사촌 여동생 이소정의 도움 요청을 받고 그녀의 반 학부형을 대신 만나기도 합니다. 강교민의 반에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니는 배동기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땀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코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던 배동기는 일진의 괴롭힘을 참지 못하여 언젠가 그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싸움 기술을 갈고 닦습니다. 어느 날 일진 두 명을 쓰러트린 배동기는 결국 자퇴를 하게 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그 사건의 충격의 강도도 매스컴들이 잘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매스컴들이 총동원되어 교육의 위기, 사회의 위기, 국가의 위기로까지 확대해 가며 숨이 가빴다. 그렇게 분위기가 고조되자 집권 세력에서는 정권의 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급조해 낸 것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였다. 그 종합 대책의 핵심은 경찰력까지 동원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폭력을 더욱 강한 폭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발상이었다." (p.360)

 

책에는 기간제 여교사에게 행해지는 중3 남학생의 성희롱 장면과 원어민 교사를 흠모하여 그의 요구를 들어주고 임신까지 하는 여대생과 이를 즐기는 원어민 교사들의 적나라한 멸시 발언도 등장합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일 수도 있고, 설마 그 정도까지야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는 장면입니다. 1권은 그렇게 원어민 교사 포먼의 애를 임신한 남온유와 강제로 한국을 떠나게 된 원어민 교사의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오늘도 뉴스에는 온통 Sunsiri 아줌마 얘기 뿐입니다. 이제는 그녀의 조카와 유명 연예기획사로 뉴스의 초점이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욕심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이 너무도 허술했고, 그녀에게 동조해서 개인의 영달을 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욕심이 뒤엉켜 허술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지금의 모습을 연출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교육제도에 목매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다 먹고 사는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발상은 이제 일부 계층의 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건 1박 2일의 모토이기도 했지요. "나만 아니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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