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꽝 멸종 프로젝트 - Dr.심의 몸 개그, 그것이 알고 싶다
심현도.이형진 지음, 성낙진 그림 / 청춘스타일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이제 아침운동은 내게 일상처럼 흔한 일이 되었지만, 간혹 알람이 서너 번 이상 울릴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오늘만 쉬어' 라고 말하는, 너무나도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찌나 달콤한 유혹인지 나는 금세 '고마워'라고 대답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요즘처럼 아침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 치는 겨울날이나 생각만으로도 끈적끈적한 땀이 배는 것 같은 여름날에는 더더욱.

 

내가 이렇듯 아침운동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건강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내 나무'를 만나는 즐거움이 그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 내가 아침마다 오르는 산에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많다. 등산로 옆으로 우거진 나무들을 볼 때마다 나는 푸근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것은 마치 몇 십년지기 친구를 만나 잠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시간에 쫓기는 탓에 대개의 나무들과는 눈인사만 주고받지만 등산로에 인접한 잘 생긴(?) 소나무 한 그루만큼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포옹을 하듯 한 번씩 안아보곤 한다. 가슴에 꼭 끌어안고 가만히 귀를 대보면 물관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오늘 아침에도 운동을 나갔었다. 쌀쌀한 날씨 탓이었는지 산에서 단 한 명의 사람밖에 만나지 못했다. 가을에 보았던 구 많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간 것인지... 내가 이렇게 근 이십여 년이 넘는 동안 꾸준히 아침운동을 이어 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달리 비결이랄 것도 없는데 말이다. 나의 아침 시간은 비교적 단순하다. '알람이 울린다. - 일어난다. - 옷을 입는다. -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 산에 올라 운동을 한다. - 내려온다. - 샤워를 한다. - 아침을 먹는다.' 이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하는 행동의 전부이다. 나는 이런 일련의 행동에 대해 '왜?'라고 묻거나 '오늘도?'라고 토를 달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행한다. 나는 인간이 어떤 고상한 목적을 가져야만 행동한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로봇처럼 아무 생각이 없어야 싫은 일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읽었다기 보다는 보았다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제목은 <몸꽝멸종 프로젝트>. 웹툰 형식의 책인지라 짧은 시간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필요한 부분은 다시 펼쳐볼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부록으로 딸려온 '스킨 폴드 캘리퍼'였다. 그게 뭐냐고? 말하자면 피하 지방 측정계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기계는 아니다. 플라스틱에 눈금이 그어진, 버어니어 캘리퍼스나 마이크로미터를 연상케 하는 도구이다. 이 도구를 이용하여 피부의 피하지방을 측정하고, 측정된 값을 통하여 자신의 비만도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들게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인바디 측정을 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간단히 측정할 수 있다는 말씀 되시겄다.

 

이 책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와 운동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참고할 만한 책이다.이 책의 저자인 심현도가 말하기를 러닝머신만 내내 달리다 오는 아주머니들, 잘못된 운동법으로 체형이 나빠지는 젊은이들 등 실제적으로 피트니스 센터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인구는 30%도 안 된단다. 그러므로 이 책에 소개되는 필살 홈짐 운동법은 주로 집에서 하는 운동법으로 몸 전체의 밸런스를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가끔 어려운 이론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뭐 그 정도야 눈 딱 감고 건너뛰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살이 빠지는 게 주목적이니까.

 

나는 사실 다이어트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체중이 늘거나 줄지도 않는다. 부작용이라면 한번 산 옷을 소매가 헤질 때까지, 혹은 무릎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입는 까닭에 의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이지만 그 반대로 좋은 점도 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 내 또래의 사람들은 마치 아우슈비츠에라도 끌려가는 듯 다들 사색이 되곤 하지만 나는 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 다만 꾸준함만이 있을 뿐이다.

덧붙이는 말 : 이 책의 리뷰를 제대로 쓰려면 포토 리뷰가 제격이지만 나는 예전부터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는 일에 알레르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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