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아름다운 이야기 푸르메 책꽂이 1
이승복.김세진.이상묵 외 지음 / 부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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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항상 위만 쳐다보는 습성이 있나 보다.
그런 까닭에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자신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폭도 현격히 좁아지는가 보다.
이런 면에서 시련은 그 자체로 고통이면서 동시에 더없는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이러한 말에 혹자는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기를 들지도 모르겠으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축복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난 주에 한 학부형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며칠째 고민만 하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가난해서 번듯한 학원에 보낼 엄두도 내지 못하던 차에 내가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가움에 당장이라도 찾아와 상담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아이는 그럴 처지도 되지 못한다고 했다.  틱장애를 가진 아이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시도때도 없이 꾸지람과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낯 모르는 내게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나를 바라보는 그 어머니의 눈빛은 간절함을 넘어 내게도 거절 당할지 모른다는 짙은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나는 선선히 수락할 수만은 없었다.
그 어머니 입장에서 자신의 아들이 소중하듯, 그동안 내가 가르쳐왔던 아이들도 내게는 한 명 한 명 모두가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아이들에게 이런 아이가 있는데 너희들과 같이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면서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강료를 내지 않는 자신들이 무슨 권한이 있느냐 하는 생각이 그들의 생각 저변에 깔려 있는 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듯한 나의 태도에 덧붙일 말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내 눈에 들어온 책.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나는 한 생각에 집중했다.  내가 처음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동기와 궁극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모호했다.
내게는 그 어떤 동기도 목표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작정 시작한 일이니 하루하루 지속할 뿐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목표와 지향점이 없는 행위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속에 책임감인들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사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때문에 틱장애를 가진 그 아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아이를 책임지기 싫었던 나의 괜한 핑계를 둘러 댄 것에 지나지 않았다.   
군에서 수류탄 폭발로 시력을 상실한 후, 시각장애인으로 세계 4대 극한 마라톤을 완주하여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송경태님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의 꿈들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어쩌면 마라톤보다 더 고된 현실의 벽을 마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쉽사리 해낼 수 있다면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꿈을 이루어 가는 그 길이 비록 사막과 같을지라도, 늘 꼴찌로 목적지에 도달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마라토너 송경태의 ’인생 주법’이다. " (P.114)

나는 오늘에서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 행위의 지향점을 찾았다.
비록 그 아이들이 100미터 달리기의 스타트 라인에 훨씬 못미쳐 출발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을 두고 평생 불평불만만 하며 살 것이 아니라, 그러하였기에 남들보다 더 폭넓은 삶을 경험했노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쳐야겠다.
내일은 나를 찾았던 그 어머니께도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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