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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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기에 앞서 '창의력'에 대한 담론부터 하려고 한다.
언제부터라고 그 시발을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들 교육에 있어 창의력이 강조되고 있고, 부모들도 너나 할것 없이 자식들의 창의력 증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방법론에 있어 정답이 존재하지는 않겠으나 근래의 현실을 보면 시대에 따라 유행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국가나 초창기 산업사회에서는 기술자, 또는 전문가가 부족하기 마련인지라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이 성공의 지름길인 양 인식되었고, 그 길을 따랐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머쥔 것도 사실이다.  이 시대에는 '재주 많은 사람들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속담도 교육의 정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고도의 산업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하나의 '스펙'이라는 것이 자신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차츰 깨닫고 있는 듯하다.  대학생들의 '스펙쌓기' 경쟁은 그 좋은 본보기이다.  이제는 한 우물을 파던 시대는 막을 내린 느낌마저 든다.  이와 더불어 어떤 교육 전문가로부터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창의력만이 살길이다'라는 인식이 교육 현장에 팽배해 있다.
'창의력'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과연 어떻게 교육을 해야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고, 그런 능력을 배양할 수 있을까?
참으로 난감하고 뜬구름 잡기식의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새로운 것은 '무'에서 갑자기 나타난 '유'의 개념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므로 '창의력'이란 과거와 현재의 지식을 습득한 토대 위에서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점에서 고전은 학문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고 하겠다.

이 책은 저자가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 강독이란 강좌명으로 진행해왔던 강의를 정리한 것이다.
총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 서론과 제11장 강의를 마치며를 제외하면 그 주요 내용이 중국의 고전을 연대순으로 훑고 있다.  시경, 서경, 초사와 같은 고대 운문에서 시작하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등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꽃피었던 다양한 사상과 거대 담론을 요약하여 들려주고 있다.
어쩌면 장대한 역사의 동양 사상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거시적 관점이 각각의 사상가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었고 그 바탕 위에서  어떻게 비판되고 발전되었는지를 살펴보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겠다. 
사실 젊은 시절에 고전을 읽기는 매우 어렵다.
나는 이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며, 젊은 사람들은 모호하고 결론이 없는 듯한 고전의 특성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서구식 교육제도 하에서 학습한 우리 학생들이 동양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들에게 동양의 고전은 곰팡내 나는 고리짝 정도로 인식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학생들보다는 부모된 자가 읽어야 할 책으로 보인다.  부모가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동양 고전을 강독할 수는 없겠으나 학문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자세를 바로잡음으로써 학생들의 학문적 기틀을 확고히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현대사회는 미시적이냐, 거시적이냐 선택할 것이 아니라 총론과 각론이 통합되는, 더 나아가 학문과 학문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하나의 '거대학문'으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진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의 학생들은 전문성과 다양성의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딱히 피할 수 있는 도피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한정된 시간 내에서 학생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학문을 담아내는 그릇(器), 또는 틀을 설정하고 그 정해진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학문적 소양을 기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까닭에 학문적 소양을 쌓는 것은 학생들의 책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담을 그릇을 빚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기에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부모는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고전을 읽지 않고서는 아이에게 학문적 기틀을 잡아주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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