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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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하권은 황궁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왕현이 모름지기 황궁의 수호자이자 대들보로 성장한 장면부터 시작된다. 선황이 붕어하고 황후였던 고모마저 중풍으로 쓰러지자 이제 왕현은 그들의 응석받이가 아닌 그들을 돌보아야 할 위치에 섰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조정에서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던 아버지마저 모든 관직을 내려놓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우울한 소식들이 이어지던 중 가깝게 지내던 송회은이 옥수와 결혼하여 시매부(媤妹夫)가 되고 오라버니의 시첩이 아들을 낳았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졌다. 강보에 싸였던 어린 황상이 말을 하기 시작하여 왕현을 '고모'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도 기쁜 소식 중 하나였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본디 약하게 태어난 황상이 계단에서 실족을 하여 백치가 되고 남정을 떠나게 된 소기가 자담을 불러들인다. 소기는 자담을 평남대원수로, 송회은에게 그의 부장을 맡겨 강남 역당 토벌에 동참하도록 했다.

 

"가문이 내게 준 진정한 보물은 부귀영화가 아니라, 천하에서 가장 권세 있는 사내를 정복하고 천하에서 가장 충성스러운 용사를 정복할 타고난 지혜와 용기였음을. 자고로 사내는 천하를 정벌하고 여인은 사내를 정복하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지금의 왕현은 이미 지난날의 연약한 여인이 아니었다. 이제 나는 세상 사람들이 감히 나를 얕보지 못하게 할 것이며, 그 누구도 내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게 할 것이다." (p.67)

 

절대 권력을 누리던 낭야왕씨 가문은 이제 황권의 약화와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경사에서 멀어졌던 남방의 왕족들이 세력을 키우면서 국민들은 도탄에 빠진다. 황권이 약해지자 북방의 변경에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무리들이 등장하고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3황자 자담이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자 안정되는 듯하던 정국은 금세 뒤숭숭해지고 모반과 암투, 변경에서의 끝없는 전쟁으로 소기와 왕현은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한다. 결국 소기는 정벌을 위해 출정하고 궁궐에 홀로 남겨진 왕현은 믿엇던 사람으로부터의 배반과 거짓 정보에 좌절한다.

 

"정말로 두려운 것은 고통이 아니라 쇠붙이처럼 무겁게 짓눌러오는 고단함이었다. 고단함은 내 의지를 무겁게 짓눌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다. 이대로 포기하고, 이대로 깊은 꿈속으로 빠져들어 더는 고단함과 아픔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유유히 천지를 떠돌고 싶었다. 너무나 매혹적이고 간절히 원하는 일이었다." (p.323)

 

혼란의 와중에도 새 생명은 태어나는 법. 유산과 여러 번의 고초를 겪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왕현의 뱃속에도 아기가 들어서고 왕현은 쌍둥이를 출산한다. 믿었던 송회은의 반란과 남편 소기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결국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고 익숙했던 평화가 다시 찾아올 것임을 알지만 책을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되는 것은 작가의 치밀한 구성이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하지 않던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권력을 향해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게 인간이고 보면...

 

"난리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목숨이 오가는 난리를 함께 겪은 뒤 똑같이 고집 센 두 사람은 마침내 과거사에서 벗어나 새 삶을 맞았고, 서로를 지켜주게 되었다. 다만 두 사람은 평생 서로를 지킬 뿐 바로 곁에서 서로 사랑할 수는 없는 대가를 치렀다." (p.474)

 

그렇지 않은가. 제1야당의 대표는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모든 민생법안을 올 스톱시키고, 제1야당의 한 의원은 미국 대사에게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권력이 좋기로서니 나라를 팔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짓이길 수 있단 말인가. 인간도 아니다. 그렇게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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